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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JTBC밤샘토론, 원인제공자에 대한 정신분석



‘황교안 청문회 정국, 어디로?’라는 주제로 펼쳐진 JTBC밤샘토론을 지켜보면서, 왜 이런 토론이 진행돼야 하는지 황당할 지경이었습니다. 총리 자격을 운운하기 전에 법무부장관으로도 부적격한 황교안을 두고 4시간이나 토론해야 하는 정치현실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단 한 사람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 때문에 부와 위험의 불평등이 극단에 이르러 민주주의 자체가 질식사할 지경에 이른 현실을 두고도 ‘줄푸세’를 고집하는 대통령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녀의 정신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그것에 대해 다루어보겠습니다.



박근혜의 정치철학은 ‘줄푸세’에 온전히 담겨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롤모델이 대처임을 숨기지 않은 것에서 보듯, 대처의 정치철학의 근간이었던 하이에크의 명저 《노예로의 길》은 읽었을 것입니다. 그것도 읽지 않고 대처를 롤모델로 했다면 정치적 사기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신자유주의 체제(질서자유주의)를 도입한 독일 프라이브루크학파와 밀접하게 교류했던 그는, 탁월한 석학인 스승 미제스와 공동으로 발전시킨 영국식 신자유주의를 《노예로의 길》에 담았기 때문이며, 대처는 이 책을 성경처럼 떠받들며 영국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었습니다(잘했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는 우파 전체주의 정부였던 히틀러의 나치를 경험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려한 문장과 해박한 지적 성찰로 넘쳐나는 《노예로의 길》은 대공황에서 시작해 유대인 대학살과 2차세계대전으로 이어진 국가독점의 폐해, 케인즈 경제학 비판을 영국식 자유주의로 녹여낸 경제학서적입니다.



박근혜는 대처와 함께 레이건을 벤치마킹했는데, 레이건이 성경처럼 떠받들었던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를 읽었을 것입니다. 영국보다 자유방임의 성격이 더욱 강해진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뉴딜정책과 케인즈 경제학으로 대표되는 제도주의(국가 개입 중시)를 타겟으로 했습니다.



아담 스미스와 마르크스, 케인즈와 함께 인류 역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프리드먼은 프라이부르크 학파의 일원과 하이에크와 교류하며 신자유주의를 배웠습니다(물론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발전한 경제학과 재무학, 금융학, 통계학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과 통화론을 핵심으로 하는 시카고학파 주도의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정립할 수 있었고, 《자본주의와 자유》가 대표작입니다.





독일을 거쳐 미국으로 갔다가 영국에 정착한 하이에크에 비해 프리드먼은 미국이란 제국을 대표했기 때문에 과대포장된 경제학자였지만(그는 자신의 경제학으로 남미를 말아먹었다), 그의 영향력은 세계경제를 신자유주의의 홍수 속으로 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둘의 이론 대부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폐기됐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인간과 시장에 대한 불변하는 철학입니다.



신자유주의를 탄생시킨 신고전파경제학의 기본철학은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설을 근간으로 하는데, 그 이유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밝힌 대로 시장참여자는 시장과 관련된 정보가 주어지면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이고, 시장은 그것을 총합해서 최적의 효율성을 이루어낸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간에 대한 긍정적 확신이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자유방임을 장려하고, 개인의 경제적 결정과 시장의 작동을 방해하는 규제는 최소화할수록, 최종적으로 모든 규제를 없앨수록 최고의 이익을 거둔다고 주장합니다. 시장의 효율성 때문에 일종의 규제인 세금도 없어져야 할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여기까지가 박근혜의 ‘줄푸세’ 중에서 세금을 이고 규제를 는 것에 대한 설명입니다. 대처와 레이건을 롤모델로 삼았다면 박근혜도 시장은 효율적이며, 참여자들은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받아들였을 것입니다(박근혜에게 진정성이 있다면). 나머지 하나인 는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법치주의를 말합니다.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시장질서를 흩뜨리는 자는 엄격한 법적용으로 엄벌에 처한다는 것인데, 이것으로 박근혜의 ‘줄푸세’가 완성됩니다. 여기까지는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으며 출동나는 철학적 갈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인간과 모든 것을 최적화내는 효유적 시장에 대한 극단의 긍정이 활짝 피었을 뿐입니다.



헌데 수첩공주라는 것이 박근혜를 특징짓는 또 하나의 키워드입니다.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지독할 정도의 의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줄푸세’와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부정적 사고의 전형으로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거나 살펴보지 않은 사람은 믿지 못하는 결벽증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긍정적인 ‘줄푸세’의 철학과 부정적인 수첩공주의 경험은 물과 기름처럼 화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과 시장에 대한 믿음이 없이 '줄푸세'를 강행하는 것은 지독한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작용했다고 해도 이런 극단의 모순은 인지부조화를 초래합니다. 





헌데 위대한 석학인 벤야민은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습니다. 그의 성찰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줄푸세’의 근간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 모든 인간은 불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으로 역전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박근혜를 어떤 심리학자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유시민의 발언은 이런 정신분석의 방식으로 풀어내면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믿으면서도 믿지 않는 박근혜는 극단을 오가는 조증과 비슷해서 ‘줄푸세’와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온갖 흠결이 넘쳐나는 황교안을 총리로 지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박근혜는 수첩에 근거해 황교안을 법무부장관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의 적임자로 쓰겠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말 잘듣는 경호실장입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극단의 모순을 지녔으면서도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진 박근혜에게는, 황교안을 반대하는 야당이 이해할 수 없는 깡패집단에 다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밤샘토론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했다고 했던 것입니다. 당사자는 아무런 문제점도 느끼지 않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가 된 것입니다.






청문회에서 황교안을 떨어뜨리면 더한 사람을 후보로 지명할 것이고, 그렇다고 통과시키면 독재에 가까운 일방통행으로 ‘줄푸세’를 밀어붙일 것입니다. 그렇게 임기가 끝나면 대한민국의 거의 100% 제2의 IMF 외환위기보다 심한 파멸의 순간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제 대통령을 뽑을 때 정신분석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 듯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과 미래세대가 최악의 시기를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는 일마다 '통합'이 아닌 '분열'을 극대화하는 대통령이니 하루라도 빨리 탄핵의 사유라도 찾아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가 너무 심해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나마 책이라도 제대로 읽고 이해는 했으려나? 제대로 읽었다면 이렇게까지 모순적 통치를 할 수 없을 터이고, 그것에 근거하면 두 책을 읽지 않았다고 보이니. 에효~ 답답합니다. 국정원 댓글사건도, 세월호 참사도, 인사참극도 다 남탓만 하는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 7개월이나 남았으니..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