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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나마 설득력 있는 메르스 음모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메르스 확산을 접하며 많은 음모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메르스의 국내반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가운데, 메르스의 전국확산 방지를 위한 모의훈련까지 가진 정부와 의료계의 방역체계가 이렇게도 허술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WHO(국제보건기구)의 권고와 중국과 홍콩 등의 정보공개 요구와 무서운 속도로 증폭되고 있는 반한정서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병원 명칭 공개 불가라는 비밀주의 고집은 외교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각종 음모론이 분출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모든 음모론이 언제나 과대망상적 편집증상처럼 일부의 사실(진실)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현실적 무게가 떨어질 수 있지만, 상식 선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메르스 음모론’을 한 번쯤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숨기려 하고, 언론이 애써 외면하는 것이 음모론 속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각종 '매르스 음모론'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살아있는 탄저균의 국내반입이 반미정서로 이어질 것을 조기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음모론은 메르스 확산이 전국적인 단위로 커지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장악력이 조기레임덕을 넘어 탄핵정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메르스보다 위험한 것이 탄저균이기 때문에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탄저균의 살상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고준위 방사능물질과 비교해도 탄저균의 살상력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로 일반택배를 통해 국내로 반입됐다는 것은 메르스 확산보다 그 폭발력이 수백수천 배가 넘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대비한 훈련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이 음모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습니다. 





콧대 높기로 치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미국의 국방장관이 신속하게 사과를 표명한 것도 살아있는 탄저균이 일반 택배(페덱스)로 한국에 반입된 것이 얼마나 중차대한 문제인지 역설해줍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시끄러운 마당에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까지 더해지면 반미정서가 들불처럼 번지는 것이 중국 봉쇄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어질까 두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그러나 아베의 방미 이후 일본의 행태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을 얻어내지 못할뿐더러, 박근혜의 미국 방문이 반미정서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던 주한미군이 침묵모드로 돌아선 것도 이것과 무관할 수 없음은 너무 쉬운 추론에 해당할 것입니다.



사실 메르스 확산 때문에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정치검찰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선 것이 묻혀버렸습니다(이것을 살려내거나 특검으로 가는 것은 야당의 몫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시장자유주의, 반공주의라는 미국 보수 반동을 이끌었던 신네오콘의 한국판 모델인 황교안 총리지명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도 묻혀버렸습니다. 



혹시 총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없어서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며,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황교안을 임명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지는 않겠지요? 정말 그렇게 주장한다면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이밖에도 FTA체결로 이익을 볼 분야와 피해를 입을 분야 간의 이익 배분이나 보조금 제공 등에 대한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중국과의 FTA서명도 묻혀버렸습니다.



                                        

  



이것들을 담아낸 음모론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지만, 메르스 확산을 방치할 만큼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성완종 리스트만으로 박근혜 캠프의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지기에는 정치검찰의 의지와 독립성을 믿을 수 없고, 황교안이 총리가 된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우경화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는 것도 아닙니다.



한중FTA도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는, 지금까지 한미FTA 체결 결과에서 보듯이 손익의 균형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이에 비해서 살아있는 탄저균이 일반 택배를 통해 잘못된 주소로 배달된 것과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은 반미정서의 폭발을 불러올 수 있으며, 박근혜의 미국방문을 최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음모론이 과대망상적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일부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점(때로는 그것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에서 메르스 확산과 당국의 미숙한 대응 때문에 묻혀버린 이슈와 현안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고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르스 확산의 피해가 더 이상 일어나면 안 되는 것처럼, 메르스 음모론이 현실화되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자발적으로 찾아와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첫 번째 환자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병원의 대응부터 시작해, 10번째 확진환자가 외국으로 출국할 수 있었던 이유와 메르스의 확산 경로를 철저히 비밀로 숨기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까지, 대한국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로 힘들고 고단하기만 합니다. 



특히 지난 5월20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세종청사에서 14개 중앙부처와 지자체와 함께 메르스 전국 확산 모의훈련까지 하고도 메르스 화산에 실패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정부는 메르스의 전국 확산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니 음모론이 난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가 국내에 상륙한 13일 후에나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 수 있었던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음모론이 많을수록 그 사회나 국가가 병들었다는 증거인데, 정부는 음모론 색출과 괴담 유포자 처벌만 외쳐대니 이러다간 음모론을 유포하는 사람들의 배후에 체제전복세력이나 종북세력이 있다고 할 판입니다. 바레인을 여행했다는 첫 감염자가 그곳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노출됐다는 추가적인 정황들을 흘리면서.  



국민 모두를 극도의 혼란 속으로 몰아가는 박근혜 정부의 도를 넘은 비밀주의는 모든 음모론의 근원입니다. 경기도 소재의 병원에 정기적으로 가야 하는 필자가 메르스 음모론이나 들여다봐야 하니,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만 늘어납니다. 더 이상 사망자도 감염자도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음모론이 필요없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P.S.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사이언스>의 도쿄발 기사를 인용해 한국에 반입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 종일수도 있으며, 한국인의 유전자가 (변종) 메르스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음모론을 양산하는 전형적 보도입니다. 한국인 유전자와 메르스 바이러스의 역학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단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음모론 유포자로 조선일보부터 고소·고발하십시오. 



청와대가 WHO와 국내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관련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미쳐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어 '대체 어떤 병원을 위해 명단공개를 거부하는 것일까?'라는 글을 추가로 썼습니다. 참조하시면 청와대의 행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