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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지나가던 개가 웃을 판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대통령과 청와대,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은 터무니없는 정도가 아니라 국법체계를 부정하는 절대군주정에서나 가능한 얘기들이다.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은 기존의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발은 레임덕을 늦추려는 정치공학적 행태에 불과하다.





메르스 확산이 먼 나라 얘기인 듯 대처했던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 때문에 ‘국정이 마비상태’에 이르고 ‘정부는 무기력하게 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를 분명히 했다. 여왕이 뿔난 것이 마음에 걸리는 조중동과 종편, 보도채널과 소수의 법학자들도 위헌 논란에 뛰어들었다.



며칠 있으면 미국으로 떠날 대통령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이들의 눈물겨운 충성행진은 ‘3권 분립 위반’이니, ‘졸속 입법’이니, ‘야당에 속은 유승민’이니 하면서 지나가던 개가 웃을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다. 법을 권력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이들의 논리가 ‘3권 분립’에 위배되는 것이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수밖에.



3권 분립을 체계화한 《법의 정신》의 저자 몽테스키외가 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그는 행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해 《법의 정신》을 썼는데 그것이 완전히 무력화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박근혜 정부를 보면 기절초풍도 모자랄 판이다.





근현대국가는 행정효율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대통령령과 시행령을 도입했지만, 행정부가 이것을 남발해서 3권 분립을 무력화시킨 사례는 너무나 많아 몇 개만 선정하기도 힘겨울 정도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공사를 임기 내에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시행령을 악용했기 때문이며, 박근혜 정부도 국회가 제정한 세월호특별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시행령을 악용했다.



비록 ‘민의의 전당’에서 온갖 욕을 먹는 샌드백 신세로 전락했지만, 입법부의 권한을 유린하기 일쑤인 행정부의 시행령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3권 분립’에 의거한 지극히 당연한 권리행사고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반적인 입법부의 권한이다. 만나기만 하면 죽일 듯이 싸우는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률체계는 하위법이 상위법을 위반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법을 무력화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행정부의 시행령 제정권한도 기본적으로 이런 법률체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이유도 최고의 상위법인 헌법에 따라 법률체계가 돌아가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게다가 박근혜와 청와대, 친박계 의원, 보수신문, 종편, 보도채널, 소수의 법학자들이 떼거지처럼 들고 일어나 ‘3권 분립 위반’이나 위헌 운운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은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이 기존의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국회는)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것이 개정 이전의 국회법 조항이다. 여기에는 국회의 통보를 행정부가 무시해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행정부가 ‘소귀에 경 읽기’ 식으로 시행령을 밀어붙이면,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것 말고 달리 취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은 어떨까?



(국회는)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전의 국회법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글자 몇 개에 불과하다. 행정부가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에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라며 배 째라고 나오면, 미세먼지로 가득한 먼 산이나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붕에 올라간 닭만 바라보며 침이나 질질 흘리는 개처럼.





많은 법학자들은 국회법 시행령에 행정부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강제조항도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명박근혜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법망을 요리저리 피해간 것을 막으려면,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행정부가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대강공사와 세월호특별법만이 아니라 행정부 산하의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정, 감사원 등의 권력기관들이 대한민국의 법률체계를 얼마나 자주 흔들었는지 돌아보라. 제왕적 대통령제의 행정부를 ‘3권 분립’만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다.



이참에 국회는 행정부의 시행령 남용을 막을 수 있는 강제조항까지 삽입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일방통행과 독재적 폭주를 제한해야 한다. 동시에 보수신문과 종편, 보도채널의 도를 넘은 정치적 편향성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지상파3사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