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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정부 비판은 꿈도 꾸지 말라는 방심위



전설적인 대법관이었던 올리버 웬델 홈즈는 미국의 1차세계대전 참전에 반대하는 찰스 셴크를 선발징병법 위반으로 처벌하며, 개인의 자유(특히 표현의 자유)에 반한 법률 제정을 원천봉쇄한 수정헌법 1조에 제한을 가했다. 침해불가능한 개인의 자유도 ‘(국가의 존립과 타인의 생명 및 자유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일 경우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필자도 체제와 안정와 인권의 수호를 최우선으로 한 홈즈의 판결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일베나 조중동, 종편에 주어진 표현(과 언론)의 자유처럼, 명백한 사실 왜곡을 통해 타인의 생명과 안전, 자유에 피해를 주는 그따위의 무책임하고 무한대의 표현의 자유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판결은 자유방임과 자유의 경계를 명백히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호위병을 자처하는 방송통신심의회가 헌법적 가치인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작업네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불통의 대통령과 청와대에 비판적인 방송과 글, SNS 등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방심위이라지만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하려는 심의규정 개정까지 인정할 순 없다. 



이럴 경우 온라인에서 선거에 관한 열띤 토론이 불가능해지고 3자를 내세워 정부나 여당에 불리한 글과 사진, 영상을 자의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방심위는 안전체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그것을 믿을 사람은 없다. 분명한 규정으로 명백히 하지 않는 한 사이버세사의 선거 관련 글과 토론은 극도로 제한받아 시민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무너져 내린다. 



“연방 의회는‧‧‧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약화시키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는 미 수정헌법 제1조와 달리 한국의 헌법 21조 4항은 표현의 자유에 한계를 설정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실명제 문제가 여기에 속한다.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지만,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경우,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구제조항을 넣어두었다.





이에 기반해 명예훼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미네르바 사건 때 처음 적용된ㅡ위헌적 요소가 강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법으로 판명됐지만 국민이 자체검열을 하도록 만들 수 있어 정치적 효과를 톡톡히 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도 제정될 수 있었다.



1986년에 제정된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정보통신망에 올라온 게시글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침해받은 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면, 즉시 심의에 들어가 해당글을 삭제하거나 반박문을 게재할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후 2001년의 개정 때, 제3자에게 소명 요청을 대리할 수 있게 만든 개인정보의 취급위탁이 신설됐고, 2007년의 개정 때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개정됐으나, 대통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고지를 했을 때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해당글을 삭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로써 헌법이나 상위법인 모법(입법부인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취지를 벗어나기 일쑤인 대통령령을 이용해 대통령과 정부, 정치인과 재벌 등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과 언론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는 알바들이 고발자로 역할을 바꿀 것이다. 사이버 세상은 개판이 된다.



현행 정보통신 심의규정 제10조 제2항에서도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게시글)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의 취급위탁을 명시했다. 방심위는 대통령과 정부 비판을 막기 위해 제2항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방심위는 법과 규정 간의 충돌을 피한다는 미명 하에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요청이 있을 때 직권으로 해당 글에 시정조치(삭제)를 취할 수 있도록 제2항을 개정하려고 한다. 이럴 경우 과반수가 넘는 여권 추천위원들이 합의하면 헌법상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얼마든지 침해할 수 있다. 여당에 불라한 것들은 모조리 삭제할 수 있다.여론이 위축되고 왝곡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소수인 야당 추천위원들은 위원회의 심의규정이 정보통신망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는지 법리적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심의규정 제2항을 개정했을 때의 부작용ㅡ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이용자의 동의없이 삭제하는 것ㅡ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 양대 포털에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청와대의 압력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데, 여권 추천위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방심위의 심의규정 개정 시도도 동일한 움직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국민과 입법부와의 소통을 거부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폭주가 민주주의와 헌법마저 파괴하는 방심위의 월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효정 방통위장이 공인에게는 적용하지 않겠다도 하지만 공익의 조건을 그들이 정하기 때문에 명문화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입각해 글을 쓸 때, 박근혜의 홍위병 역할에 충실한 방심위의 눈 밖에 나지 않을지 자체검열부터 해야 한다. 유신독재의 21세기 버전이 사이버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하고 검열해서 삭제시키려고 한다. 문득 필자가 사는 곳이 북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