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에는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삶의 끝에서 시작된 그들의 기다림은 죽음을 확인하기 위한 기다림이어서 끝나지 않는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팽목항에서 모든 리본이 치워지고, 조형물들이 이전된다고 해도 그들은 그곳을 떠날 수 없다. 죽음의 증거들이 가득할 세월호가 인양되는 날까지 그들은 그곳을 떠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실종자 가족들과 나누어 짊어졌던 그들이, 냉혹한 대통령의 외면과 관광객의 감소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평생을 그곳에서 살아가야 할 주민들로서는 더 이상 슬픔을 공유하기 힘들어진 모양입니다.
250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현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자식의 목숨을 팔아 한몫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아니라면, 팽목항을 떠날 수 없는 실종자 가족들을 외면한 채 진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겠지요.
진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급감한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입니다.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가 그들에 대한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면, 진도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슬픔을 같이 나누겠다는 약속인 노란 리본과 잊지 않겠다는 조형물들을 다른 곳으로 치우는 일밖에는 없습니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노린 것이 이것이라면,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여름휴가는 진도로 떠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세월호가 인양되는 날까지 진도 주민들이 짊어져야 했던 현실적 어려움을 우리가 덜어주자는 취지입니다.
민주주의 선진국 같으면 벌써 탄핵됐을 이 정부에게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진도 주민에게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해서, 이번 여름휴가는 진도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광화문 못지않게 진도에도 우리의 도움이 절실한 분들이 있고, 우리의 약속을 담은 노란 리본과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P.S. 광화문에서 고생하시는 유족분들에게도 작은 응원이나마 보냅니다. 건강이 여의치 못해 들리지 못하고 있지만, 날씨가 조금이라도 선선해지면 꼭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4월16일부터는 가슴 한 쪽에 무거운 돌을 달고 사는 느낌입니다.
저의 슬픔이야 너무나 미약하지만 쇠도 아닌 돌이 부식될 지경이니, 유족분들은 어떠하겠습니까? 유족분과 실종자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제 주변에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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