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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비정상회담,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말하다



불길한 망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ㅡ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인용




어제 JTBC의 오락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에서는 스티븐 호킹과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테슬라‧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넘는 정보기술 기업가와 로봇공학 연구가들이 ‘국제 인공지능 컨퍼런스(IJCAI)’에서 공개한 서신의 경고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습니다.





‘삶의 미래 연구소’ 명의로 공개된 이 서한에는 인공지능이 ‘킬러 로봇’처럼 군사기술에 적용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인류의 멸종도 가능하다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삐 풀린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종말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경고는 비정상회담 출연진들도 숙고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에 관한 한 최고의 선두에 있는 구글의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이전에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의 우주와 지구, 인류가 특이점의 빅뱅에서 나왔다면, 커즈와일의 주장은 급진적인 것을 넘어 섬뜩하기 그지없습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프로그래머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이론이 발명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인간보다 우수한 능력을 지닌 전반인공지능(GAI)의 출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리처드 도킨스가 《눈먼 시계공》에서 인류를 대체할 지구의 지배자가 인공지능 컴퓨터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인공지능의 특이점은 이전의 경고들과 판이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류에게 풍요를 안겨준 DDT(유대인을 학살한 화학가스와 미군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대량으로 살포한 고엽제와 네이팜탄도 DDT의 일종)가 실제로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과, 그 이후에 이루어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5번째 종말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등은 총체적 종말을 경고합니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의 위험성은 총체적 종말이 아니라 인류의 종말, 즉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의 주인공이 인간에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이 창조의 목표였던 진화의 과정이었던, 지구의 지배자가 인간에서 인공지능 로봇으로 바뀌는 것이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이란 뜻입니다.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기술의 총아인 인공지능 로봇이 자신의 창조자인 인류를 친구이자 동반자가 아닌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커즈와일이 말한 ‘특이점’이 도래합니다.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리처드 도킨스 류의 세계관이라면 지구의 다음번 주인이 인공지능 로봇이 된다 한들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인간이란 종의 입장에서 보면 최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주교와 기독교의 종말론도 신을 닮은 유일한 창조물인 인간이란 존재가 유한하다는 것에서만 유효한데, 스스로 업그레이드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인공지능의 세상에선 부활이란 의미도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국익을 보호하고 유명인사의 죽음을 막기 위해 딜리트한 자료를 복구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거장 그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은 <인터스텔라>의 낙관적 전망보다 스탠리 큐브릭이 메가폰을 잡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인공지능의 특이점입니다. 인류와 환경을 종말로 몰아붙이는 시장경제가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비정상회담의 토론이 현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라는 진보의 낙관론에 기반해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는 법’이라는 머피의 법칙을 이론물리학적(만유인력,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초끈이론, 인류원리, 초대칭성, 블랙홀, 웜홀, 시공간 왜곡 등이 총망라된)으로 풀어간 <인터스텔라>보다는 ‘삶의 미래 연구소’ 명의로 공개된 경고가 더욱 현실적인 이유는 하랄트 발처가 《기후전쟁》에서 말한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식수 고갈, 대홍수에 의한 파괴,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에 의한 오염, 거대한 쓰레기더미, 팽창하는 유전개발에 의한 환경파괴 등은 말할 필요조차 없고, 분쟁상황 자체가 가히 파국적이다. 여기에는 기후변화와 전쟁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 현재의 수단을 보면 인류의 미래가 보인다.







P.S. 필자가 연재 중이지만 출판하려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퇴고해야 하는 '근현대사 비판'의 핵심주제가 과학기술과 시장경제 비판입니다. 인공지능은 핵폭탄을 넘어 이 두 가지가 완벽히 결합한 정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보편화되면 인공지능의 특이점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인데, 이런 속도라면 지구온난화의 급진화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류를 대체하는 것이 더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