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朴의 정체성에는 독재와 사무라이가 있다

 

 

 

박근혜가 새누리당의 공천권을 가져오고, 야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중심에 '배신의 정치'가 있다. '진실한 사람'도 배신하지 않은 정치인, 즉 자신의 하명에 복종하는 자들을 말한다. '배신의 정치'에는 선이나 옳음과는 상관이 없는 패거리들의 '의리'가 자리하고, 이는 《무사도》나 《47인의 로닌이야기》 등을 통해 극도로 왜곡된 사무라이들의 속성(복수를 꿈꾸면서도 배신을 밥먹듯이 하며, 사무라이의 부인이나 딸이 복수의 중심에 서는)이 담겨 있다.

 

 

 

 

프레다 어틀리가 자신의 저서 《일본의 진흙발》에서 사무라이가 일본의 “우익지도자를 ‘봉건시대의 낭인과 시카고 갱의 잡종이다’이라고 했듯이, 영국의 기사도로 세탁된 사무라이들은 박정희의 우상이었다. 그가 혈서로 천황에의 충성을 다짐하며, 일제의 군인이 된 것도 사무라이를 동경했던 그의 정체성이 반영돼 있다.

 

 

아베의 외할아버지로 1급 전범이었지만, 전쟁광 맥아더가 사면·복권해 일본 총리(연임했다)까지 오르도록 만들어줬으며, 하나회의 실질적 후원자였던 기시 노부스케는 《무사도》가 왜곡한 사무라이의 전형으로 박정희가 진정한 스승으로 여겼던 자였다. 이토 히로부미 밑에서 만주국을 근대적 사무라이 국가로 만들려고 했던 기시가 박정희에게 일본도를 선물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루야마 마사오는 자신의 대표작 《현대정치사상과 행동》에서 사무라이의 전형을 말하며  그들의 모의 근거지는 거의 대부분 기생집이나 요리집이었다. 그들이 거기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비분강개할 때 그들의 가슴 속에는 ‘취하면 누워서 베개로 삼는 미인의 무릎, 깨어나면 손 안에 쥐게 되는 천하의 대권’이라 노래했던 바쿠후 말기 지사들의 영상이 남몰래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함으로써 요정정치에 애착을 보였던 박정희의 행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박근혜는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사무라이를 동경했던 모습을 봤을 것이고, 여기에 김재규의 총에 죽음을 맞았던 경험까지 더해져 '의리'와 정반대 자리에 자리한 '배신'을 증오하고 '복수'를 다짐(국민에게 심판을 강요)하는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의리'라는 것이 정의나 선함(좋음이 아닌 옳음)과 상관없는 특수 집단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점이다. 

 

 

박근혜는 절대로 보편적이고 공정한 정의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법치주의(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말할 때도 보스인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부하와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반쪽 법치만 외치는 것도 사무라이식 정체성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공권력의 사용도 지극히 사무라이적이어서 일방적 행사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근혜에게 여성의 리더십이 전혀 보여지지 않는 이유도 언제든지 국민을 죽일 수 있었던 사무라이의 행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의리'에 반하는 '배신'만큼 최악의 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을 넘어 성별만 다른 아바타라 할 수 있다. 박근혜의 사람들 중에서 성범죄가 많은 것도 요정에서나 가능한 사무라이의 소영웅적 행태를 관대하게 보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2분간 증오'와 '이중사고'를 통해 완벽한 독재자, 빅브라더의 무기를 설명하는데, '배신의 정치'가 '진실하지 않은 사람'과 연결되는 것(이중사고)과 그런 정치인들을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는 것(2분간 증오)이 박근혜의 독재적 광기가 어디에 연원하는지 설명해준다. 

 

 

독재자의 딸은 유전된 것만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기도 하다. 박근령의 숭일 발언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의 사무라이식 정체성은 무려 18년 6개월 동안 이어진 아버지의 유신독재(일제 군국주의적 단어가 유신이다)에서 배우고 익혀서 영혼에 각인한 것이다. 박근혜에게 민주주의란 거추장스럽고 시끄럽기만 한 것이고, 국민은 지시와 지배의 대상일 뿐이며, 공권력은 휘하의 사무라이에 불과하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