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멈춰 섰습니다.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가던 우리는 빨리 달릴 줄만 알았지, 미친 듯이 달려온 길에 무엇을 남겼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알아도 모른 척 했습니다. 삶의 어려움과 고단함만 말했지, 그 어려움과 고단함의 원인에 대해선 침묵하고, 저항하지 않았으며, 너무 쉽게 체념했습니다. 





그리고 격랑의 4개월이 흘렀습니다. 대한민국을 완전히 분해해 새로 조립할 듯했던 그날의 분노부터, 대통령의 악어의 눈물, 각종 음모론과 어디서나 등장하는 국정원, 정치의 실종과 그에 발맞춘 유병언의 정치적인 죽음, 단원고 학생의 도보행진과 천만인 서명운동까지 지난 4개월은 마치 4년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고,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바다에서 영원히 묻혀버릴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세월호 피로감은 반대로 쌓여갔습니다. 집권세력에 의해 몇 번의 프레임 전환이 있었기에 민심은 조금씩 방향을 상실했고, 여야의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셈법만 앞세웠고, 악마의 언론과 방송들은 이를 부추겼습니다.





그때 유민 아빠가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자식을 그렇게 보낼 수 없는 아버지로서 죽음을 각오한 단식은 ‘죽음의 문화’를 거부하고 저항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면서 ‘삶의 문화’가 무엇인지 하나의 울림으로 커졌습니다. 가수 김장훈이 단식에 동참했지만, 그와 유민 아빠의 초인적인 의지는 육체의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사람이 먼저라고 말했던 문재인은 유민 아빠의 단식보다 그의 죽음을 걱정했고, 그를 설득하러 갔다가 설득할 수 없자, 유민 아빠가 단식을 멈출 때까지 자신이 대신하겠다며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김영오씨와 김장훈이 연이어 쓰러졌지만, 그들이 단식을 멈추지 않자 문재인의 단식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촛불과도 달랐고, 비폭력 저항과도 달랐습니다. 정치적 셈법과 사회적 지위를 넘어 한 사람의 목숨이 다른 누구의 목숨보다 소중함을 일깨움으로서, 죽음이 비로소 삶이 되는 사람 사는 세상의 열망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식을 잃은 피해자가 욕을 먹고, 목숨을 걸고 하는 단식이 폄하되는 이 세상의 부조리함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었습니다.   



사람은 두 가지 방법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하나는 탄생으로부터 시작해 매일이 죽음으로 향하는 보통의 삶입니다. 나머지는 죽음에서 출발해 매일이 영원으로 가는 깨어있는 삶입니다. 둘 다 육체적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똑같습니다. 하루의 시간도, 할 수 있는 일도, 경험의 총량도 다르지 않습니다.





단식이란 죽음에서 출발하는 삶입니다. 단식은 자신에게 향하는 극단적인 폭력이지만, 단식으로 이루고자 함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 순간이 영원으로 향하는 생존의 열망입니다. 죽음이라는 최후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이 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체념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을 때, 우리는 삶의 한계에서 지배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죄책감에서 시작한 김영오의 단식과 또 한 사람의 죽음을 방치할 수 없었던 문재인의 단식은 죽음에서 출발한 삶에 대한 지극한 열망입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부유해지고 풍요로워진다고 한들 그것이 온갖 죽음으로 얼룩진 것이라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유민 아빠의 단식과 문재인의 단식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단식에서, 아니 김장훈의 단식까지 포함해 세 사람의 단식에서 인류를 공멸의 위기로 내몰고 극단의 불평등을 양산하는 ‘죽음의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김영오씨와 유나의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김장훈이 다시 노래를 부르기를 바랍니다. 문재인 의원이 다시 국회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친구들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명의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다시 일상의 삶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죽음의 문화’에서 벗어나 ‘삶의 문화’를 이룩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국가 개조를 통해 대한민국이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삶의 문화’가 넘쳐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돈보다 권력보다 명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그것 말고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동조단식을 하는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표하며.. 

이제는 그때 동조단식을 한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한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도 지키지 못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태봉 2014.08.27 08:45

    가능한한 많은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동조 단식에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 늙은도령 2014.08.27 14:32 신고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10만명만 동조단식을 하면 세월호 특별법은 제정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될 테니까요.

  2. 공수래공수거 2014.08.27 09:20 신고

    우리 사회가 진정성에 대해 인정을 않는군요..
    에혀..

    • 늙은도령 2014.08.27 14:32 신고

      인정하는 사람들이면 충분합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동조단식이 늘어나면 상황이 바뀝니다.

  3. 어린나그네 2014.08.27 12:56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4. fkm 2014.08.28 08:29

    단식잘하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읍시다. 괜히 투표하느라 국민 시간 뺏지말고요. 민주주의는 투표가 아니라 단식으로 한다는걸 이번에 배웠습니다.

    • 늙은도령 2014.08.28 16:04 신고

      그렇게까지 해야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너무 썪어버렸어요.
      이놈의 세상....
      돈과 권력만이 최고인 세상.....

  5. 늑대 2014.08.28 09:02

    유민아빠란 감성적인이름쓰지날고
    김영오로 적어라

    • 늙은도령 2014.08.28 16:09 신고

      당신은 자식을 잃고, 그것도 권력과 자본의 탐욕 때문에....
      원인은 나타날만하면 묻혀버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기본적인 양심은 무엇이고.....
      인간에 대한 예의는 어떠한지요?
      유민이는 어른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죽었습니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진상규명입니다.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 제사라도 드릴 것 아닙니까?
      기본적인 내면의 소리를 들으세요.
      이념과 당파가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면, 굳이 국가나 대통령을 뽑을 일도 없지요.
      이념이나 당파도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그 자체를 위해 있지 않습니다.
      국가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6. 가을바람 2014.08.28 09:23

    같이공감할수있어 아직은 그래도 살만한세상 인듯합니다
    글 감사합니다

    • 늙은도령 2014.08.28 16:10 신고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극소수의 나쁜 놈들이 이런 세상을 만듭니다.

  7. 힘없는사람 2014.08.28 11:18

    딸을안은모습이 눈물겹네요 앞으로 눈물없이 멋지게사시기를‥

    • 늙은도령 2014.08.28 16:10 신고

      네, 잘 살아야죠.
      그래야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8. 참교육 2014.08.29 09:40 신고

    대한민국호가 더 위험합니다.
    침몰하면 박근혜가 제일 먼저 도망갈 것입니다. 이승만처럼....

    • 늙은도령 2014.08.29 16:50 신고

      나라가 완전히 미쳐 돌아갑니다.
      거의 마지막에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이 최후의 상태인 것 같습니다.



"모든 철학이 죽었다"는 비트켄슈타인의 절망적인 선언이 나왔던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철학과 사회학이 죽어버린 시대가, 신자유주의 통치와 거대 미디어의 세상인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생각 자체가 사라진 채 끊임없이 이동하고 접속하며,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자신의 과거를 삭제하고, 현재의 나를 끝없이 업그레이드하는 모바일기기의 특징으로 인해 지금-당장이라는 소비지상주의가 만연된 시대적 특징을 감안하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비판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 지식인들이 현실비판에서 멀어지면 화석의 존재처럼 변해버린 존재의 근거마저 사라져버립니다. 포기는 쉽고, 타협은 탈콤하며, 전향은 부를 제공합니다. 지식인이 꼭 가난할 필요는 없지만, 비판정신을 잃을 만큼 많은 부를 쫓아가면 나태한 정신이 비판정신을 부패시키기 일쑤입니다. 타협과 타락의 시작은 늘 비슷한 것에서 비롯되기 마련입니다.  





유대인을 대량학살한 홀로코스트의 행정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그녀도 유대인이다)가, 인류사의 최대 악으로 지탄받고 있는 나치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이었던 아이히만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ㅡ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를 출간한 뒤, 좌우로부터 융단포격을 받고 자신의 주장을 더 이상 펼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동시대의 주류에서 벗어난 사상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것은 자살행위에 다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좌우의 융단포격을 받은 한나 아렌트가 자신의 사상을 끝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지식인의 역할을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지식인(모든 개인도 마찬가지이지만)에게 주어진 삶이 사막처럼 척박하고 황량해도 끝끝내 시작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철회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며, 휴머니즘을 가득한 정치철학의 부활을 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 지식인의 표상이었던 리영희 교수와 최근에 생을 달리한 신영복 교수가 그렇게 살았지만, 그들의 뒤를 이을 행동하는 지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지성사는 각자도생의 퇴로에서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에 필적하는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 것도 결국은 언론과 지식인의 권력과 자본에 대한 치열한 비판이 종적을 감췄기 때문입니다.  



비록 큰 돈을 벌 수도 없고, 권력과 자본과 결탁한 사이비 지식인들과 다른 관점을 지닌 올바른 지식인들에 의해 많은 공격에 시달리겠지만, 비판이론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지식인이라면 '병 속의 편지' 같은 편법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부르디외가 《세계의 비참》의 추고에서 말한 것을 지식인(특히 철학과 사회학을 전공하는)이라면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합니다.



사회적 세계를 연구하는 데 인생을 바칠 기회를 얻은 사람은, 세계의 미래가 걸려 있는 투쟁 앞에서 무관심하거나 중립적으로 있을 수 없다.         

 


부르디외의 성찰처럼, 이번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슴에 단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는 벳지를 달고 다니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간의 고통 앞에서는 중립이란 없다"고 말한 것은 동일한 것입니다. 인간의 영혼과 지상에서의 삶을 구원해야 하는 성직자와, 인류에게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인지 알려야 하는 지식인들은 인간에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헌데 교황이 '죽음의 문화'라고 말한 부정적 세계화가 지구의 곳곳을 가로지르며 전 지구적 시장으로 끌어들여 뼈속까지 빨아먹고 있는 지금/현재,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다 전문화돼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힘들고, 그들의 주장을 이해하기도 힘듭니다. 전 지구적 지배계급과 거대 자본 및 초국적기업에 봉사하는 지식에는 국경이 없어졌고, 지식인들도 비슷하게 행동합니다. 세계화의 주역들을 위해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며 계급화된 엘리트로 자리매김한 현대의 지식인들은 부정적 세계화를 위해 시민을 소비자로 변질시키는 상징제작자와 상징조작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부정적 세계화의 정도가 심화된 대한민국에서는 족벌신문과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방송들을 맴돌며 정치권만 기웃거리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영혼도 철학도 없는 그들은 오로지 돈과 권력만 쫓아 불나방 같은 행태를 서슴지 않습니다. 지식인의 업무가 현실비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과 권력의 맛에 길들여진 이들은 사실과 진실은 물론 진리와 공리마저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 가치와 진실 여부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지식의 이름으로 홍수처럼 밀려오는 디지털 세상에서 지식인이 할 일이란 자신의 사상이 경고하는 미래상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부정적 세계화의 현실과 사회비판에 물러섬이 없어야 합니다. 성장과 개발이 불러온 현실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비대칭적 종말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망가져 버렸지만, 모름지기 철학과 사회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지식인이라면 실낱같은 희망을 잉여에서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현 시대의 난민과 미래세대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비판이론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지식인이라면, 지그문트 바우만이 《유동하는 공포》의 마지막에 했던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사회경제적 평등과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진보좌파의 가치가 민주주의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확고하게 믿는 지식인이라면 더욱더 그러해야 할 것입니다. 깨어 있고 행동하는 시민에서 소비하는 개인으로 파편화된 일반인들이 비판이론을 정립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진리와 정의 및 자유와 평등에 대한 부단없는 탐구와 기득권의 탐욕을 고발하고 경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식인들이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폭력적인 현실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득권의 탐욕에 지식인이 침묵하면 언론도 침묵하고, 교육도 무너지고 권력은 오만방자해집니다. 그럴 경우 바우만의 마지막 희망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도 아무런 역할을 못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세기는 궁극적인 재앙의 시대가 될 것이다. 아니면 지식인과 민중 사이에 새로운 협약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희망을 갖자. 이 두 개의 미래에 대해, 아직도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가 남아 있으리라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뉴론7 2014.08.20 05:51 신고

    잘보고 감니다. 좋은하루되셔염

  2. 태봉 2014.08.20 08:41

    좋은 날이 올거라 희망해 봅니다
    잘 보고 가요 화이팅~~!!^^

  3. 유머조아 2014.08.20 15:58 신고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무척 철학적이십니다..

  4. 새벽을기다리며 2014.08.20 17:38

    좋은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정치편향적인 수사 말고는 도저히 그 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검찰이 유병언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날에 여야는 지난 번 합의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습니다. 교황의 따뜻한 손길에 죽지 못해 사는 응어리의 일부가 풀렸던 세월호 유족은 여야 합의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유병언 수사결과 발표가 세월호 실소유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를 구원파에 대한 면죄부만 발행했다면,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은 교황의 지속적인 관심 표출로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세월호 참사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의도가 역력히 드러났습니다.



이런 두 개의 결과물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인해 한국의 특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정치권과 경제권, 검찰과 경찰 및 언론, 거대노조와 관피아, 종교와 교육재벌에 대한 범국민적 비판의 목소리를 조기무마하기 위한 특권층들의 공통된 대응처럼 보입니다. 어디에도 서민들을 위한 변화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정부 10년, 특히 참여정부 5년 동안 상당히 제한받았던 한국의 특권층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거의 다 실현했습니다. 무더기 종편의 등장, 관피아와 토건족, 핵마피아와 교육마피아를 먹여 살린 규제완화와 4대강공사, 싱크홀들을 속출시키고 있는 롯데의 초고층빌등 건설 허가, 원전비리와 핵발전 확대, 교학사 교과서 검정 통과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익집단보다 더한 특권층의 야합으로 점철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각 분야에서 축적된 병폐들이, 수첩과 비선조직에만 의존하는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확대재생산되며 온갖 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형국입니다.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은 특권층의 요구만 반영된 온갖 정책들과 규제완화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이란 그림처럼 한국의 대통령이 허수아비인지 닭으로 상징될 수 있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국정원이 아닌 이상 여러 가지 정황들을 가지고 추론할 뿐이지, 정확한 사실관계는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 속의 7시간’처럼 제가 밝힐 수 있는 능력 밖의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작금의 현실이 단순한 위험을 넘어 총체적 공멸로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문재인 의원이 유민이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해 단식을 중단할 것을 설득하려다 실패하자, 같이 단식에 들어간 것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고 맞서 싸우라 했습니다. 남북 평화를 기원한 것도 양측의 적대적 공생이 ‘죽음의 문화’의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맞서 싸워야 합니다. 국민의 99%에게 피해만 입히는 ‘죽음의 문화’를 더 이상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저항에는 비폭력적인 것들이 얼마든지 있고, 교황이 4박5일의 방한 기간 동안 보여주고 역설한 것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교황은 한국의 가장 낮고 소외받은 곳으로 다가와 함께 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특권층의 공식대변인인 족벌신문과 방송들이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는 교황의 호소는 ‘죽음의 문화’에 분노하고 연대해서 저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태봉 2014.08.20 08:29

    잘 봤습니다^^

  2. 덕산 2014.08.20 08:58

    아고라의 어떤분 말처럼 철저히 무너져야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을거라는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지금의 사회구조, 국민의식으로는 바꾸기가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연대하고 조직화되야지만 뭔가 변혁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글 잘읽고 갑니다.

    • 늙은도령 2014.08.20 14:53 신고

      기본적으로 사회의 구조가 투명하면 그나마 나아집니다.
      국민들이 각 분야에서 잘못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면 달라지는데, 이제는 그것도 힘듭니다.
      기업들이 힘들다 보니 몇 개의 일자리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경쟁할 수밖에 없고,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사회에서 영혼을 허약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극복돼야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인간답게 살 수 있고, 그때야 나라도 좋아지고 상생의 기업문화도 생깁니다.
      독일이 그러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4.08.20 09:59 신고

    평범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 올까요?

    요즘 정말 너무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4.08.20 14:53 신고

      제가 보기에는 특권층의 부패가 임계점에 이른 것 같아요.
      이런 병리적 현상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지요.

  4. 돌담길 2014.08.21 09:27

    특권층만을위한 공산국가

  5. 새롬 2014.08.21 12:14

    요즘은 마치 일제시대 같아요..친일파같은 일베들과 국민을 속이고 업신여기는 권력층들

    • 늙은도령 2014.08.21 22:21 신고

      일제시대의 연장 같은 하루하루입니다.
      한 번은 일제시대의 잔재를 청산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이를 막은 자들이 지금의 집권세력입니다.

  6. LhoS 2014.08.22 15:33 신고

    잘보고 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천주교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은 '예수 탄생일'과 '부활절', '성신 강령 대축일' 만큼 중요한 날입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너를 반석으로 그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말한 것처럼, 전 세계 천주교를 대표하는 교황이 직접 집전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의 강론은 이 시대의 천주교 교인들과 인류가 실천해야 할 예수의 말과 같습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라".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라고. 교황은 낮고 차분한, 그래서 더욱 분명한 음성으로 이 시대의 야만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라"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이런 저항적 실천을 물질만능과 천민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속절없이 죽어간 단원고 학생들처럼, "이 절망이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말고 뺏겨서도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분명히 말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규제를 무차별적으로 철폐함으로써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상위층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경기활성화 대책과 서비스부분 투자활성화를 통해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강화하고, 민생이라는 미명 하에 죽음의 문화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국정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무려 41조원 규모의 경제활성화 패키지를 가동할 수 있도록 경제 법안들을 통과시키라고 야당을 압박했습니다. 



도무지 구체적인 정책과 조치들이 담긴 로드맵이나 청사진을 내놓지 않은 채, 정체불명의 '통일은 대박'이란 철지난 유행어만 되풀이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어르고 달래서 힘겹게 끌어낸 '10.4 공동선언'의 8가지 조항만 실천해도 '통일은 대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데도, 이승만과 비슷하게 통치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부터 풀겠다는 발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족벌언론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앙일보 기사 



이 땅의 민주주의를 기초부터 뒤흔들어온 족벌언론과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방송들은 교황이 탄 승용차 때문에 기아자동차가 대박나게 생겼느니, 교황의 방한 때문에 관광객이늘어 돈이 돌고 있다며 교황의 방문을 교황이 거부하고 맞서 싸우라고 말한 천민자본주의와 연결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들의 교활함과 저열함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20일이 되도록 특별법 하나 제정되지 못하는 것이 누구의 책임이며 어떤 정당의 책임인지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의 상반된 발언에서 보듯이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 정당들이 가야할 방향은 분명해졌습니다.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사회경제적 평등이고, 이는 전통적인 진보적 가치임에도 중도보수를 지향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뼈를 깎는 반성적 성찰이 필요한 것도 분명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에는 이승만과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병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거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정의와 평화, 상생과 공존을 되찾으려면, 세월호 참사에 담겨 있는 지난 70년 간의 병폐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모조리 뿌리뽑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의 강론을 통해 우리에게 촉구하고 행동으로 옮기라고 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P.S. 제에게 신부를 하다 환속한 친구가 있는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 관계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교황이 방문한 이후로는 너무 바빠서 통화를 못하고 있는데, 그 친구와 연락이 닿는 데로 교황과 관련한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을 글로 올리겠습니다. 

  1. 덕산 2014.08.17 00:42

    깨어있는 조직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것 같네요.

    • 늙은도령 2014.08.17 00:48 신고

      사실 국민은 정부의 세금 사용에 대해 감시하고, 공평한 법적용과 인위적인 차별을 감시하면 충분합니다.
      국민 모두가 정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언론과 지식인, 시민단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헌데 작금의 대한민국은 이 모든 권력의 견제수단이 권력에 빌붙어 사는 상황이 됐습니다.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하게 된 것인데, 이것 만큼 슬픈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세상은 각자의 위치에 맞는 어떤 역할이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것이지요.

  2. 공수래공수거 2014.08.18 15:17 신고

    요 며칠 교황의 모습과 대통령의 모습이 자꾸 비교됩니다
    질투하는 모습도 보이는건 나만의 느낌일까요?

    • 늙은도령 2014.08.18 17:34 신고

      박 대통령과 여권에서는 교황의 방한 때문에 죽을 지경입니다.
      교황이 박 대통령의 환대에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교황님은 암살된 로메오 주교와 함께 해방신학을 했던 분이라 박정희도 박근헤도 마음에 들어할 리가 없습니다.
      염수정 추기경도 탐탁해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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