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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총선 승리, 평화통일의 마지막 끈을 되살리기 위해



김종인 위원장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하늘이 두쪽 나도 진보적 가치에 뿌리를 둔 정당이라는 사실이다. 현재의 김종인은 더 이상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자, 선거 전문 관료가 아닌 수구보수세력의 반민주적 독재와 맞싸웠던 60년 전통의 제1야당의 대표다. 안보에는 좌우가 없다지만 그 방법과 과정 등이 동일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가 독일의 통일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흡수통일이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것은 상식의 영역에도 속하지 못할 정도다. 지금까지 3,000조를 쏟아부은 통일비용(일부에서는 통일에 따른 효과가 통일에 들어간 비용보다 많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사회적 갈등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지독히 조중동스러운 현실왜곡이다)으로도 독일사회는 오씨(가난하고 게으른 동독놈들)와 배씨(탐욕스럽고 거만한 서독놈들)라는 두 개의 시민으로 갈라져 있다. 



따라서 '변화를 통한 접근,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서독의 통일전략을 세운 에곤 바르조차 감탄해 마지않은 정주영-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햇볕정책의 마지막 끈(개성공단)마저 소멸된 상황에서 흡수통일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에게는 금기와 같은 것이다. 이런 면에서 '궤멸'이란 단어를 쓴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던 안철수와 국민의당에게 호재를 선사한 것은 김종인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이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다. 북한 체제가 내부로부터 붕괴하던, 한미일 중심의 고강도 압박에 무너지던, 흡수통일의 상황이 발생하면 통일독일이 치른 3,000조는 조족지혈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와 지도부, 당직자에 이르기까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모든 생각을 지워버려야 한다. 





민주정부 10년을 뺀다고 해도, 광복 이후 60년 동안 끝없이 벌어진 남북한의 차이는 같은 민족이며,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했다는 것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통일이 절대명제임에는 추호의 의문도 허용될 수 없지만, 그 방법과 과정이 평화적이고 민주적이며 점진적인 것에서 벗어나면 남북한은 통일의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해 공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현재의 남북한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햇볕정책의 지속적인 성공이 전제되지 않은 통일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전무할 정도로 위험요소들로 가득하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와 정치사회적 차이는 통일이란 절대명제 속에 낭만적 요소라는 것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못할 정도로 벌어져 있다. 문제의 핵심은 김종인 위원장의 부적절한 단어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가 말했듯이 이명박근혜 8년 동안 완전히 소멸된 햇볕정책의 부활과 10.4선언의 이행에 있다.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의 선거연합이 미국의 아시아 패권전략에 기생해 친일수구세력의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현 집권세력에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햇볕정책만이 약속할 수 있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남북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미일과 중러가 충돌할 신냉전의 화약고 조성이라는 친일수구세력의 장기집권전략에서 탈출한 방법이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