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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필리버스터 중단, 누가 무슨 이유로 역풍을 두려워했는가?



4일 전에 야당이 외통수에 걸렸다는 글에서 밝혔듯이, 김종인 위원장의 비대위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 주절주절 글로 옮길 생각도 없다. 박근혜가 대국민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이명박 정부의 불법·부정선거 때문이 아니라 김종인표 경제민주화 공약이 더욱 컸다고 인정하고, 그래서 총선의제를 북풍몰이와 안보프레임에서 경제민주화로 돌릴 때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동의한다고 해도, 분노하는 지지자들에게 최소한 두 가지는 밝혀야 한다. 





첫 번째, 그 폭발적 흥행 덕분에 총선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필리버스터를 자진해서 중단해야 할 만큼 두려워한 역풍의 진실이다. 3월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강행할 경우 보수층의 반발과 결집이란 역풍이 43일 뒤의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근거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들이 국정원의 권한 강화로 이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반칙과 특권의 카르텔이 주도하고 있는 북풍몰이와 안보프레임에서 경제민주화로 총선의제가 변하고, 정운찬의 공정성장론과 동반성장론이 더해지면 총선 승리도 가능하다는 판단의 근거도 밝혀야 한다. 김종인 비대위체제의 목표가 정권교체를 위한 총선 승리인지,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이라도 막기 위한 개헌선 저지인지, 투표의지가 커지고 있었던 국내외의 유권자들이 43일 후의 기적을 위해 힘겨운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근거가 주어져야 한다. 



수많은 국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의 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비극이었던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세월호특별법이 야성을 잃어버린 제1야당의 무기력함에 누더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유족과 시민들이 그렇게도 요구했던 수사권과 기소권이 소수야당으로서는 박근혜와 거대여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발적인 퇴각에 무력화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패한다 해도 그 대가를 치르고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투표를 했건 안했건, 이명박근혜 8년이 지옥(누군가에는 천국)이었던 사람들도 국민이다. 그들이 포기하지도 않았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는데, 이를 대의하고 실천해야 할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가 역풍 운운하며 자발적인 시민의 필리버스터마저 중단시키려 한단 말인가?        





두 번째, 지난 8년 동안 새누리당2중대의 모습만 보여준 더불어민주당과 민주정부 10년 이전으로 내몰린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정치혁명을 이룰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한 유권자들에게 필리버스터를 3월10일까지 강행할 경우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판단을 내린 비대위 관계자들과 의원(과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낱낱히 밝혀야 한다, 현재의 유권자와 미래의 유권자들이 더 이상 자신의 정치생명과 염려하는 속물정치인에게 속지 않도록.

      


무엇이 진짜 정치인지 웅변해주고 있는 필리버스터의 중단을 발표하려는 날이 왜 하필이면 친일수구세력과 분단고착세력이 역사에서 지우지 못해 안달하는 3.1절이어야 했는지,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치욕적인 위안부협상, 개성공단 영구폐쇄가 더욱 노골적인 불법·부정선거를 자행할 사전작업의 일환이라면, 정희화가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는 장기집권으로 가는 최종작업의 완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발하는 분노를 다스릴 수 없어, 밤을 꼬박 지새운 필자는 이제 죽음과 가장 닮아있는 잠의 세계로 떠나야 한다. 이땅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꿈에선 사람사는 세상의 희망을 전해주고, 특권화된 기득권의 장기집권만 획책하는 박근혜와 그 떨거지들의 꿈에선 벗어날 수 없는 공포를 전해주려는 필사적인 글쓰기가 필자의 잠을 유령처럼 배회할 것만 같은 97주년 3.1절의 치욕적인 초저녁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