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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 때문에 대승적결단 언급한 유시민의 슬픔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유시민이 가장 걱정했던 말을 했습니다. 그는 정의당 정책위원장인 천호선에게 '대승적 결단'을 생각해보라며 정의당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일그러진 권력욕의 화신이자 정치적 저능 아인 안철수(와 김종인) 때문에 새누리당의 개헌선 확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 정의당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대승적 결단'을 입에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시민이 말한 '대승적 결단'이란 서울(최대로 넓히면 몇 곳의 지역구만 빼고 수도권 전체)에서 출마한 정의당 후보의 일괄사퇴를 말합니다. 유시민이 정의당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승적 결단'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야권의 입장에서 볼 때) 총선판도가 얼마나 최악인지 단적으로 말해줍니다새누리당의 개헌선 확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정치적 자살행위로 귀결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를 던져본 것입니다.



정치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안하무인 김종인과 사악하고 비열한 이중인격자 박영선이 더민주를 지배하는 현실에서 새누리당의 개헌선 확보를 막으려면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가 절대입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은 야권연대에 성공하려면 (전통의 지지자들을 걸림돌로 여기는) 안하무인 김종인이 대한민국 정치의 희망에서 최악의 절망으로 변질된 안철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김종인과 안철수는 상대의 저격이 목표인 미친 자들이라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에 합의할 가능성이 전무합니다. 박영선의 수중에서 놀아나고 있는 김종인의 총선 목표는 국민의당을 흡수해 호남과 더민주의 완전 장악과 보수화에 있기 때문에 안철수와 합의에 이르는 것이 절박하지 않습니다. 더민주가 총선에서 참패해도 안철수와 문재인(친노·운동권)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데 야권연대에 목을 맬 이유가 없습니다. 



안철수현상의 찌꺼기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안철수도 김종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 정치생명이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 차원의 야권연대를 수용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저능아가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이런 판단은 자기파멸적 옥쇄전법(연일 무서운 정치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무성의 옥새저항이 아닌)의 전형이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비장감은 자살에의 유혹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쇼팬하우어가 '자살에의 유혹'에 담겨있는 어마어마한 쾌락의 힘(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은 사회과학적 접근의 산물)을 파해쳤듯이, 정치적 자살행위의 비장감에 사로잡혀 있는 안철수를 설득하려면 향정신성 약물을 대량으로 투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유시민이 말한 '대승적 결단'이 이에 해당합니다. 안하무인 김종인의 연이은 실책으로 수도권에서의 지지율이 급상중인 정의당이지만 개별 후보의 차원에서 보면 심상정과 박원석 등 몇 명을 제외하면 지역구의 높은 벽을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랄 같은 사표방지심리 때문에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소수정당 후보자에게 끝까지 지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소수정당 후보자의 득표율이 거대정당 후보의 당선을 좌우하는 박빙의 경우에는 지지는커녕 사퇴를 종용하는 공격적 행태를 드러내기 일쑤입니다. 돈과 조직 모두에서 열세인 소수정당 후보에 대한 안쓰러움이 공멸의 두려움 때문에 비난의 대상으로 바뀝니다. 



유시민은 거대정당과 소수정당 후보를 모두 다 경험해봤기 때문에 정의당의 '대승적 결단'만이 안철수의 광기를 누그려뜨리릴 수 있는 향정신성 약물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의 세확장보다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대하기 때문에 (자신이 당원으로 있는) 정의당에게 정치적 희생도 고려해보자는 것입니다. 전국적인 야권연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라도 이루자는 '대승적 결단'은 말하는 유시민이나, 듣는 천호선이나, 청취하는 필자나 가슴 속으로는 피눈물이 흐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전두환의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그렇게 많은 피눈물을 흘렸고, 수없이 많은 선후배와 동료들을 떠나보냈는데, 수십 년이 흐른 2016년에도 똑같은 일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은, 그것도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의 장기독재를 막기 위해 그래야 한다는 것은 글로 옮길 수 없는 지극한 슬픔이고 비탄입니다. 이런 희생을 한다고 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정의당에 정당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없음에도, 유시민은 건강이 나빠 구로을에 출마할 수 없었던 천호선에게 '대승적 결단'을 말했고, 진중권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수화된 거대양당이 저질·패륜·막장 공천을 강행하고, 온갖 미친 짓거리를 해도 제1당과 제2당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유권자의 선택이 그 나라의 민주주의를 결정하기에 이를 탓할 수도 없지만, 이것을 철저하게 악용하는 거대양당의 정치적 노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정치현실은 정말로 지랄맞기 그지없습니다. 19~35세의 유권자가 유일한 희망이라면 세대간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판입니다. 



전체적인 판세를 며칠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필자의 두 표를 정의당에 주는 것에 변화를 주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유시민의 충정과 대의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최소한 이번 글을 쓰는 지금까지는 정의당의 '대승적 결단'이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을 막고,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고, 문재인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만 생각하렵니다.



'안철수 현상'이 회자되기 시작한 처음부터 안철수는 허상이며, 아무리 좋게 봐도 '착한 이명박'일 뿐이라고 수없이 주장했고, 박근혜는 박정희로부터 독재의 기법만 배웠을 뿐이라고 누누이 강조했고, 필리버스터 조기중단까지 미루로 미루었던 김종인 비대위체제의 비판에 나섰지만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네요.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듯이, 문재인도 지키지 못한 것만 남았을 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