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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출구조사 결과로만 본 20대 총선의 민심



지상파3사의 출구조사만 놓고 볼 때 다섯 가지는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첫 번째는 박근혜의 환관정치와 새누리당의 저질·패륜·막장질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광주와 전남 유권자들이 본격적으로 호남패권주의를 가동했으며, 이념적으로는 자유주의적 보수(중도보수) 성향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필자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정의당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세월호참사, 국정교과서, 위안부협상에 막장공천과 옥새파동이 더해진 결과가 사필귀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조중동과 종편 및 MBC의 조폭적 광기와 반민주적 막장질에 대한 레드카드, KBS와 YTN, 연합뉴스TV, SBS의 정권편향적 보도행태에도 옐로우카드가 주어졌습니다. 이들은 야당심판론에 무게를 실었지만 유권자는 정권심판론으로 답한 것이 새누리당의 과반수 붕괴(최종 결과는 제1당 붕괴)입니다.



두 번째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수도권과 광주·호남의 민심이 완벽히 분리된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에 '호남 자민련의 탄생'을 빼면, 며칠 동안 이에 대해 다루어야 할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민주주의의 성지였던 광주와 호남이 진보 정치와 완벽한 이별을 고했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적 보수(중도보수)로의 전향이 분명해졌습니다. 이는 반문정서와 막장공천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안철수의 국민당이라는 그들만의 당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광주와 호남의 유권자들이 호남패권주의라는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보수연합'입니다. 광주·호남의 결과만 놓고 볼 때 '광주 자민련'이 새누리당과 연대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당장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손잡고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나설 수 있습니다.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으로서는 국민의당과 연정을 내세워 안철수를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분당을 피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으니 안철수만 상종가를 치게 됐습니다. 반기문의 변수와 분당의 변수도 있어서 그것에 관해서는 아래에 링크한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당통합(야권 연대)은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 은퇴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한 일인데, 부산과 영남,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선전했기 때문에 문재인의 정계 은퇴와 상관없이 수많은 논란이 나올 것입니다. 어쩌면 광주·호남에서의 완패 책임을 지고 문재인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정의당에 정당표를 몰아달라고 했던 것이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결과가 불가능하다고 말해줍니다.



출구조사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정의당과의 교차투표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만일 최종결과도 출구조사와 거의 일치하고 비례대표 득표율도 높게 나오면 문재인의 열성지지들이 문재인을 정계에서 은퇴시키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낮은데 비해 더민주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높다는 것은 문재인 열성지지자들이 교차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더민주 지역구 후보들의 당선이 많다는 것은 정의당 지지자들은 교차투표를 했다는 뜻입니다. 국민의당 후보에게 표가 분산됐음에도 더민주 당선자가 많고, 경합지역도 많다는 것이 정의당 지지자들이 교차투표했음을 말해줍니다. 또한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도 교차투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더민주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김종인 비대위체제의 공천과 유세가 유효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데 있습니다. 



지역구 당선자에 비해 비례대표 당선자가 적어야, 부산과 경남에서의 선전을 내세워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호남에서의 완패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출구조사 결과만 놓고 볼 때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박영선, 이종걸, 최명길, 이철희, 김성수, 박경미 등의 김종인계가 모두 다 당선됐기 때문에 친노의 부활이 이들을 막지 못한다면 문재인의 대선 도전은커녕 정계 은퇴의 가능성만 높아질 것입니다. 



세 번째는 김종인 비대위가 국민의당에게 광주와 호남을 넘겨주는 대가로 정의당만 죽인 꼴이 됐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이 대표로 있을 때 선거 연대를 확정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인데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 정의당(진보 정당)이 방송에 노출되는 것이 많아지거나 유권자의 사표방지심리를 넘지 못하는 한 제3당이 될 수 없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심상정과 노회찬처럼 인지도가 높은 후보만 당선된 것에서 보듯, 승자독식의 소선구제 하에서 진보 정당이 약진하려면 팟캐스트와 SNS, 각종 커뮤너티 등으로는 제도권 방송의 영향력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최종 결과로 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필자가 3달 정도 페이스북에 집중했지만 페친을 맺은 분들의 대부분이 50대이며, 확정성도 비슷한 연령대의 중복되는 분들이 많아서 진보정당으로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팟캐스트와 SNS 등이 광주와 호남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는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같은 진보매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노유진의 정치카페'와 파파이스도 이것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이런 면에서 파파이스 93회가 말해주는 것은 상당하다). 정의당의 참패에서 보듯 진보정당의 고민이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최종결과가 나오면 추가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광주와 호남을 보수 성향으로 분류해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지만, 이곳을 기준으로 하면 문재인의 정계 은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과 진보 진영의 총체적인 환골탈태(인적 교체가 핵심)가 필요한다는 것만 말해주는 것이 출구조사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영입인사들의 당선이 늘고, 부산과 경남의 선전이 끝까지 이어질 경우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으며 아래에 링크한 글이 그 첫 번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