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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총선 결과 ㅡ 문재인과 안철수, 야권분열의 이중성



세대별 투표율이 나와야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20대 총선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새누리당의 참패입니다.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일여다야 구도에서 치러진 총선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박근혜 탄핵과 김무성(과 오세훈, 김문수)의 퇴출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야권 분열의 이중성입니다. 국민의당은 광주와 호남을 석권했지만,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의 몰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대단히 이중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세 번째는 조중동을 비롯해 기성 언론의 몰락입니다.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방송생태계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사이비들이 판을 친 것에서 이런 결과는 예상됐던 것이지만, 광주와 호남의 결과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관위의 자료가 나올 때까지 미뤄둘까 합니다. 네 번째는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진보정당의 몰락인데 이 또한 선관위의 자료가 나와야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분석할 가치도 없는 것이지만, 새누리당의 참패가 분당으로 이어질지, 무소속 당선자들의 일괄복당으로 이어질지, 반기문 띄우기와 영입작업의 본격화로 이어질지, 분당에 이은 안철수 구애로 돌아설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선택이 연정을 전제로 한 안철수 구애로 기울지 않는 이상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일은 없다는 것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반기문의 파괴력은 과대포장된 것이어서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두 번째인 야권 분열의 이중성을 이해하려면 광주·호남 유권자의 선택과 수도권 유권자의 선택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같은 것인지 그것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만일 둘의 선택이 같은 것이라면 광주와 호남의 독자행보(중도보수화)와 함께,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연정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를 위해 유승민을 비롯한 무소속 당선자의 일부가 국민의당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추론이 가능한 것은 국민의당의 수도권 득표율이 새누리당에게 불리했고, 더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범호남권 유권자들이 영남패권주의에 맞서 호남패권주의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는 뜻입니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이라는 분명한 대안이 생겼기 때문에, 더 이상 더민주에 기대를 걸지 않고도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범호남권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광주와 호남 유권자와 수도권 유권자의 선택이 다른 것이라면, 20대 총선은 범호남권 유권자들이 세대별로 나눠지는 최초의 선거로 기록될 것입니다. 선관위가 연령대별 투표율과 정당별 득표율을 내놔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광주·호남과 정반대로 나온 수도권의 결과를 놓고 보면 세대별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더민주가 부산과 대구, 경남에서 선전한 것과 합쳐보면 전국적으로 세대별 투표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유신독재를 경험한 50대의 투표가 19대 총선과 정반대로 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50대가 기성언론과 SNS·팟캐스트 등을 모두 이용한다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지상파3사의 출구조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상이 형편없을 정도로 틀린 것도 세대별로 완전히 다른 투표가 이루어졌음을 말합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세 번째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겠지만, 기성언론에 맞선 SNS와 팟캐스트 등의 약진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줍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할 때 문재인과 김종인, 안철수의 대차대조표는 극과 극을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광주와 호남 유권자와 수도권 유권자의 선택이 다른 것이라면, 즉 세대별 분리 투표가 이루어졌다면 문재인의 입지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파란불이 켜졌다고 불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즉 호남패권주의가 독자적으로 작동한 것이라면 문재인의 대선 도전은 불가능해집니다. 김종인의 대차대조표는 문재인과 정반대로 보면 충분할 것입니다. 


 

둘 간의 대차대조표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당대표 선거에서 김종인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선거결과 김종인이 공식적인 대표가 된다면 문재인의 정계 은퇴는 피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이 파국을 피하기 위해 김종인 체제로 대선까지 가겠다고 결정한다고 해도 여론의 향배가 문재인의 대선 도전에 불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라는 인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선 도전이 목표인 안철수도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봐야 하고, 광주와 호남을 석권한 것이 역으로 작용할 경우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범호남권 유권자의 선택이 세대별로 나누어졌다면 내년 대선은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광주와 호남의 선택이 반문정서에서 나온 것인지, 김종인 비대위체제의 공천에 반발한 것인지, 보수화를 선택한 호남패권주의의 결과인지 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범야권 유권자의 교차투표 여부인데 국민의당의 비례대표가 더민주와 동수였다는 점에서 문재인의 대선 도전은 한층 어려워졌습니다. 범야권의 교차투표가 전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만 일어났기 때문에 문재인에게는 마이너스로, 안철수에게는 플러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을 흔들었던 자들이 거의 다 살아남았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재인이 정계 은퇴를 선언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밖에도 정세균과 김부겸의 입지가 강화된 것이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은수미의 낙선이 이재명 시장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친노(이해찬, 김영춘, 김경수, 전재수)의 부활이 어떻게 작용할지, 박원순과 안철수의 관계가 협력의 복원으로 재설정될지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문재인의 대선 도전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전당대회가 진행되기 전에 문재인이 정계 은퇴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모든 방송들이 문재인을 집중공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총선 결과도 필자가 우려했던 대로 나왔기 때문에 더민주의 대승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노의 부활이 더없이 반가우면서도 은수미와 배재정의 낙선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전당대회 결과와 문재인의 향후 전망에 따라 '더컷 유세단'의 입지와 부활이 요동칠 것이라는 점도 걱정거리입니다. 



월호변호사 박주민의 당선에 비해 새누리당 후보들이 안산에서 당선됐다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진보의 재정립이 절실한데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점에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노무현의 리더십에 비해 문재인의 리더십이 한국적 현실정치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확인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P.S. 이번 글에서는 경제적 요인을 완전히 배제했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강남불패가 깨진 것이 신자유주의적 헬조선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이나 영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