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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의 1박2일, 정면돌파인가 대선불출마인가?



총선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할수록 곳곳에서 희망의 단초들이 발견됩니다. 정의당을 밀어줬지만 낡은 진보의 벽(유럽과 캐나다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 정의당 기득권들의 엘리트주의적 행태가 핵심. 노동당과 민중연합당이 '노유진의 정치카페' 마지막회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편의 글로 다룰 생각)에 가로막힌 것이 아쉽지만 총선 결과에 담겨있는 민심이란 대한민국이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확실합니다. 





반면에 국민의당이 싹쓸이한 광주와 호남 유권자에 실망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는 정권 교체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문재인을 재기불능으로 만들고 김대중·노무현 정신에도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합니다. 종편과 MBC, YTN 등의 정계은퇴 공세가 수위를 높이자 문재인과 김홍길이 김대중 생가와 봉하마을 방문 등을 앞당긴 것도 이런 추세가 걱정스럽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총선 이후에 자유로운 신분으로 자주 찾아오겠다고 했던 것을 지키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당의 광주·호남 싹쓸이는 호남홀대론과 반문정서 외에도 김종인 비대위의 '문재인 견제'와 승자독식의 소선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불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다양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소선구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문재인의 더민주와 심상정의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를 추진했지만, 김종인 비대위와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리얼미터와 윈지컨설팅, 리서치앤리서치 등만이 아니라 각 당이 내부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김종인 비대위와 반노세력들이 문재인의 광주·호남 방문을 늦추지만 않았다면 광주·호남의 결과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국민의당의 싹쓸이에 광주·호남분들의 당혹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여론조사 결과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강화했어도 국민의당의 싹쓸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새누리당이 독식한 경북을 빼면, 광주·호남과 다른 지역의 결과가 천양지차를 보인 것은 20대총선 결과의 이중성을 보여주는데, 광주·호남을 싹쓸이한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 전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습니다. 광주·호남을 비판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음은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와 신뢰할 수 없었던 여론조사, 종편의 막장 보도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국민의당의 입지가 커진 만큼 광주·호남의 민심 변화가 정권 교체의 주요 변수로 만들어놓은 것이 이번 총선의 또 다른 핵심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대중 생가(와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이 두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광주·호남의 민심을 돌려놓으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생을 꿈꾸었던 지역구도 타파와 열린우리당의 전국정당화가 이번 총선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된 마당에서 광주·호남을 다시 탈환하는 것은 문재인(과 김홍걸)에게는 절대과제에 해당합니다.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문재인이 김홍걸과 함께 조중동과 국민의당, 새누리당 지지자들로부터 총공격에 노출될 것을 각오한 채 김대중 생가를 방문하고 노무현의 봉하마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1박2일에 걸친 이런 행보가 김대중과 노무현의 최대 장점인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기 위해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 



총선 결과를 분석하면 할수록 그 이중적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노무현 정신의 부활과 호남홀대론 타파를 위한 정서적 접근의 필요성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정치인이 문재인이라는 것이며, 그가 없었다면(특히 대표시절의 업적이 없었다면) 총선 결과는 다르게 나왔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광주·호남 비판은 안철수의 입지만 강화해줄 뿐 문재인에게는 최악의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대중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노무현과 문재인을 광주·호남과 분리하는 일이란 그들에게 민주진보의 역사에서 영원히 퇴출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필자가 총선 분석에 몰두하느라 '광주·호남 배신론'이 이렇게까지 비등해진 것을 몰랐는데, 분석 결과가 말해주는 정권교체의 확실성이 짧은 시간 안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총선 전에는 호남홀대론과 반문정서가 문제였는데 총선 이후에는 '광주·호남 배신론'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최악으로 얘기해 광주·호남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후단협(제1기는 동교동계 주류인 호남의 토호들로 영남의 토호들과 손잡고 노무현 대신 정몽준을 대선후보로 만들려고 했으며, 제2기는 열린우리당을 파괴한 것을 넘어 영남토호들과 손잡고 노무현 탄핵을 주도했다. 문재인을 지속적으로 흔들었고 탈당해서 국민의당에 합류한 제3기는 새정연에 있을 때 '민집모'로 불렸다)과 쓰레기들(조중동, 종편, KBS, MBC, 연합뉴스TV, YTN 등)의 지속적인 세뇌작용에 넘어갔다고 해도, 그들에 대한 비판은 마이너스 정치의 전형으로 문재인의 정계은퇴를 더욱 앞당기는 역효과만 불러올 것입니다.   





이명박계의 안철수와 민집모가 주축인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지지자들처럼 더민주 지지자들도 문재인의 정계은퇴를 원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광주·호남 배신론'에 휩쓸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호남을 대변하기 위해 영남과 등졌으며 그것 때문에 셀 수도 없이 부관참시를 당한 노무현을 또다시 죽이는 것입니다. 



또한 김홍걸이 어떻게든 지키려고 했던 김대중 정신을 국민의당에게 완전히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당헌·당규도 지키지 않는 안하무인 김종인에게 더민주를 통째로 넘겨주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더민주는 보수 성향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에 대한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는 안철수의 대선 가도는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총선과 대선의 차이가 집토끼를 기반으로 한 외연확장에 있다면 '광주·호남 배신론'은 총선 이후에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급등한 문재인을 궁지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광주·호남 배신론'은 반문정서를 강화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김종인 비대위의 실책과 자질 부족을 면책해주는 효과가 있으며, 광주·호남의 청춘과 더민주 지지자들까지 안철수에게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걱정입니다. 새누리당의 과반수를 무너뜨렸지만 광주·호남을 내준 문재인이 정계은퇴를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이비로 정계에서 은퇴한 손학규가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선 것까지 더하면 안철수와 김종인, 새누리당에게만 유리한 '광주·호남 배신론'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이중적 결과를 받아든 문재인에게. 



김대중을 지지하고 민주당 깃발 드는 건 영남에서는 빨갱이고 전라도고 김대중 앞잡이로 핍박받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지역 내에서 정말로 소수자로 핍박받고 왕따 당하고. 노무현 대통령, 3당 합당 전에 국회의원 됐지만 3당 합당한 뒤에는 노 대통령조차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습니다. 영남 출신 대통령인데 영남에서 지지받지 못했던 분입니다. 근데 정작 호남에 오니까 영남이라고 그래버리면 우린 어디 가서 서야 합니까. 도대체 어디로 가야 됩니까? ㅡ 문재인이 총선 이틀전 광주의 한 간담회에서 눈물을 끌성이며 했던 말입니다. JTBC와 인터뷰한 김홍걸의 말에 무게를 둔다면 희망이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정계은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조중동과 탈당파들이 문재인에게 덧씌운 프레임이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대선불출마나 정계은퇴를 언급하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