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교본 같았던 박정희에게는 세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항일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친일 경력이었으며, 두 번째는 남로당 출신이라는 빨갱이 경력이었다. 세 번째는 군사쿠데타로 집권했다는 민주적 정통성의 부족이었다. 이 세 가지 약점 때문에, 독재자의 교본처럼 떠받들어졌을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음에도 박정희 자신은 권력의 2인자나 정치적 후계자를 둘 수 없을 만큼 내적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정희는 이 세 가지 약점(특히 빨갱이 경력)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정치적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1급 전범이었음에도 일본의 수상에까지 오른 기시 노부스케(박정희가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상관이었으며, 정신적 스승이었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박정희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집권기간 내내 극단적인 반공을 울부짖고,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협정을 맺어 식민지지배의 멍에를 헐값에 털어준 것도 이 세 가지 약점에서 기원한다. 



박정희 집권기간 동안 대한민국이 미국의 군사식민지와 일본의 경제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박정희의 원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명박이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면, 박정희는 삶 자체가 친미·친일이었다. 박정희의 반골기질 때문에 나름대로 몸부림쳤지만, 김재규의 총탄에 죽을 때까지 친미·친일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보낸 18년 6개월 동안 이것을 지켜봤을 것은 불문가지다. 



박근혜가 한나라당 의원 시절 김정일을 만났고, 대통령에 오른 후에는 시진핑(과 푸틴)에게 공을 들였지만, 위기에 처하자 친미·친일로 돌아선 것도 박정희의 원죄를 유전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근혜가 정치에 뛰어든 것이 박정희의 명예회복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더하면 사드 배치 결정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치욕적인 위안부협상이 교차하는 지점에 박정희의 망령이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박정희의 친일과 빨갱이 경력을 세탁하기 위함이고, 치욕적인 위안부협상은 한일협정으로 풀지 못한 부분을 털어내기 위함이며, 사드 배치 결정은 흔들리는 권력을 지탱하기 위함이다. 이 세 가지는 박정희의 치명적인 약점들과 연결돼 있으며, 불법·부정선거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근혜와 군사쿠테타로 집권한 박정희의 진정한 공통점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다. 



지랄 같은 것은 사드와 국정교과서, 위안부협상이 교차하는 지점에 박정희의 망령이 자리하고 있다면, 이 세 가지가 합쳐지는 부분에는 한미일군사동맹과 확장적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신냉전의 화약고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노무현의 예언처럼) 보수정부가 얼마나 무능한지 알게 됐다는 것이며, 김종인의 더민주는 미덥지 못하지만 여소야대라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민주정부 10년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대로는 못살겠다'면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개인으로서도 대한민국의 주인이며, 시민으로서도 역사의 주체이며, 국민으로서도 권력의 원천이다. 나와 당신이, 그렇게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어떤 것도 권력의 이름으로 불가역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다. 최소한 필자는, 성주에서의 김제동처럼, 사드 배치와 국정교과서와 위안부협상에 동의할 수 없다. 당신은 어떠한가?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8.11 08:46 신고

    부전여전..그 아비에 그딸입니다

  2. 맹그로브 2016.08.11 09:26

    공감합니다. 문제는 깨어 있는 국민의식이 중요한데 대선때 온 국민이 새누리 정권들을 심판하고 교수대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교훈으로 누가 어떤 짓을 어떻게 해왔는지 그 전횡을 정확히 밝히고 후세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심지어는 그들의 자손들 조차도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 늙은도령 2016.08.11 20:37 신고

      청산 대상을 정확히 정해야 합니다.
      최소로 청산하되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언론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이땅에서 성골인양 행세하는 자들이고요.

  3. 2016.08.11 09:54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08.11 20:38 신고

      변하겠지요.
      이제는 권력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냈으니 예전과는 다를 것입니다.
      다만 측근에 조금 더 전략적인 사람을 충원했으면 합니다.

  4. 참교육 2016.08.11 10:37 신고

    대한민국의 주인은 박근혜가 된 지 오래입니다.
    나라를 완전히 말아 먹을 후 임기가 끝날 것 같습니다.
    박정희의 최후와 비슷하게 가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6.08.11 20:41 신고

      국민의 힘으로 탄핵시켜야 의미가 있는데 그게 가능하기만을 바랍니다.
      박정희처럼 총탄에 가면 안됩니다.
      그러면 또 우상화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5. 노란 빛 2016.08.11 14:42 신고

    제 생각으로는... 물질만능주의 때문이라고 봅니다.
    뭐 물질만능주의를 현 정부가 더 팽배하게 만들었으니 따지고 보면 맞는 말 이네요...
    어쨌든 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6.08.11 20:44 신고

      물질만능주의를 정치화한 것이 신자유주의인데, 그 이상의 정신적 타락을 불러옵니다.
      총체적인 타락을 유도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입니다.

  6. 악 마 가 이기는 게임 2016.08.13 06:41

    대한민국 은

    불법이 합법 을 이기는 나라

    뒤집히는 것 을 기대 하면

    슬퍼집니다.

    • 늙은도령 2016.08.13 20:53 신고

      우리에게는 민주정부 10년이라는 승리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을 잊지 맙시다.
      세상을 바로 잡는 것은 어려워도 승리의 기억을 되살리면 바로 잡는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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