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박근혜의 광복절 경축사, 탄핵요건을 충족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분명히했다. 제헌의회가 제정한 제헌헌법에도 똑같은 내용이 나온다. 제헌헌법과 현재의 헌법 전문에 건국 시점을 명시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와 뉴라이트가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항일독립투쟁을 인정하지 않기 위함이며, 그럴 때만이 항일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박정희의 친일 경력이 세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건국시점을 1948년 9월의 정부수립으로 몰고가는 것보다 박정희의 경력 세탁이 핵심이다. 이럴 때만이 제헌의회와 87년의 개헌의회(편의상의 표현임)가 대한민국 건국시점을 3.1운동으로 건립한 대한민국임시정부로 명시한 것을 부정할 수 있다.  



따라서 1948년 8월15일이 건국절이라고 주장한 박근혜의 광복절 경축사는 (김정일을 찬양한 것을 넘어) 북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한 이적행위이자, 평화통일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제헌헌법을 선포한 이승만과 유신헌법을 제정한 박정희도 건국시점에 관해서는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도 (반공을 국시로 만들기 위함도 있었지만) 북한정부를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맞추형 번역기가 없으면 독해가 불가능한 유체이탈화법의 대가이자, 환관들이 써준 대로 낭독하는 박근혜가 이런 사정을 인지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구굴신을 통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는 환관들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짐이 곧 국가'이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말이 곧 국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을까, 박근혜가 반헌법적인 건국절 논란을 재점화했으니?



문제는 박근혜가 뉴라이트 소속 역사학자가 아니라 (국정원의 선거개입 때문에 민주적·정치적 정통성이 없다는 것을 별개로 한다 해도)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2항에 의해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는 대통령'이라는데 있다. 박근혜가 (정치검찰과 사법부, 새누리당, 쓰레기언론, 전경련과 어버이연합 등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으로 행세하는 한 '헌법을 수호할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일 박근혜가 박정희의 경력 세탁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국법을 정지시키는 계엄령을 발효하거나, 입법부와 사법부를 해산하지 않는 한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하지 않을 경우, 헌법 65조 1항(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해하면 국회가 탄핵을 의결할 수 있다)에 의해 탄핵에 처해질 수 있다. 탄핵이 이루어지려면 국회의원 2/3가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건국절 주장에 따라 탄핵요건이 충족된 것은 확실하다.



결국 박근혜의 통치를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는 국민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내년 대선까지 입술을 깨물고, 허벅지를 찌르며 악착같이 참았다가 분노의 투표를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4.19혁명처럼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것이다. 전자는 헌법과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소극적 권리행사이고, 후자는 프랑스혁명에서 유래한 적극적 권리행사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필자의 경우 후자를 선호한다. 바로 이것 때문에 권력의지가 노무현에 준할 만큼 강력해진 문재인의 변화와 더민주의 당대표 후보들의 발언과 공약에 주목하고 있으며, 방법적으로는 이대생의 총장 퇴진 투쟁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를 이용해 아버지의 과거나 세탁하려는 박근혜를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시대정신이라 믿는 필자로서는, 최경희 총장의 반민주적 일방통행을 저지시킨 이대생의 투쟁방식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면 21세기형 4.19혁명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둠의 심연〉의 저자 조셉 콘라드의 말을 빌리자면 '빌어먹을 1%의 희망 때문에 압도적인 99%의 절망을 견뎌내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빌어먹을 1%의 희망 때문에 압도적인 99%의 절망을 극복해온 것도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역사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며, 강자가 아닌 우리의 기록이며, 그것 때문에 제헌의회와 개헌의회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에 따라' 전체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