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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본색 드러낸 MS, 노키아 통해 특허전쟁 시작하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임시 직원인 '비상근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을 인도했을 뿐 아니라, 운영 지침서까지 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년 넘게 창립 당시 들어왔던 프로그래머들과 부지런히 결속을 강화하고, 권력의 중추부에 들어올 수 있는 다른 직원들을 무수히 쫓아냈다. 그들은 독립 계약자와 임시직, 인력 파견 업체를 적극 활용하여 직원이 없는 완벽한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웃소싱과 공장 계약, 프리랜서를 통해서 말이다. DVD와 인터넷 제품을 개발하는 쌍방향 미디어 사업부에서는 직원 절반가량이 인재 파견 업체를 통해 들어왔다. 이들은 프린터 카트리지를 배달하듯 세금도 낼 필요 없는 노동자들을 조달해 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중 인력 구조는 뉴에이지 뉴딜의 축소판이다. 중심부에는 복지 혜택과 넉넉한 스톡옵션을 받고 젊은 회사 '캠퍼스'에서 일하고 뛰어노는 정규직 상근 근로자라는 첨단 기술의 꿈이 있다.


한편 4,000~5,750명의 임시직 근로자가 이런 핵심 인력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들 기술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는 핵심 인력과 함께 일하고, 하는 일도 비슷하다. 이 중 1,500명가량은 이 회사에서 일한지 하도 오래돼서 '영구 임시직'이라 부를 정도다. 임시 직원과 '진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차이가 있다면 배지 색깔뿐이다. 정규직은 파란색, 영구 임시직은 오랜지색 배지를 단다.  


(프리랜스들이 정식 직원으로서 받지 못한 복지 혜택, 연금, 스톡옵션을 달라는) 소송에서 진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리랜서를 급료 지불 명부에 올리지 않았고, 더 주도면밀하게 움직여 임시직을 주류에서 몰아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위해 독립 계악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인재를 찾아내서 면접하고 선별한 뒤, 특별 계약을 맺은 인력 파견 업체 다섯 군데 중 하나에 등록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 공식 고용주 노릇을 하는 인력 파견 업체를 통해 임시직을 고용했다.   





임시 직원과 진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같이 야근을 해도 임시 직원에게는 피자를 주지 않는다. 또 퇴근 후 회식 자리에 부르지도 않는다. 1998년 6월에는 1년 이상 근무한 임시 직원은 근로계약을 연장하려면 그 전에 31일간 쉬어야 한다는 정책을 새로 도입했다...접수 업무를 맡는 직원 63명을 해고하고, 임시직 소개소 타스코를 통해 스톡옵션과 복지 혜택 없이 재취업하게 하게 만들었다. 


같은 전략 아래 마이크로소트프는 레이먼드 캠퍼스를 토막내어 조각들(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근로자들)을 외부 업체에 분배했다. 메일 관리는 피트니 보우스 사가 맡았고, 인쇄 및 복사 센터는 제록스 직원이 맡았고, 시디룸 공장은 KAO 인포메이션 시스템에 매각하고, 회사 매장까지 베누센 더치 사에 넘겼다. 이 구조조정 때문에 직원 680명이 해고당했고 운영 예산은 5억 달러가 삭감되었다. 





위의 내용들은 필자가 독자분들께 꼭 읽어보라고 가장 권하는 책 중의 하나인, 나오미 클라인의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ㅡNo Logo》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것들은 세계 최고의 부자로 이번에 MS의 고문으로 돌아온 빌 게이츠가 어떻게 해서 그런 막대한 돈을 벌었는지 보여주는 내용 중 일부에 속한다. MS는 시장을 선점한 것을 이용해 경쟁사들을 죽이고, 독점적 이익을 누리면서도 직원들마저 최소화시키는 악마적인 경영으로 유명하며, 이는 빌 게이츠가 돈을 버는 방식이었다.   



스마트폰 등장에 제대로 대체하지 못해 MS로 합병된 핸드폰 시장 부동의 1위 업체였던 노키아가 이런 빌 게이츠식 경영의 따라 2015년까지 전체 직원의 14%인 1만8000명을 줄이는 것을 넘어 노키아를 인수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빌 게이츠가 현장에 복귀하자마자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MS는 노키아의 특허를 이용해 전 세계 기업들과 특허전쟁에 들어갔다.  



MS는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특허권은 노키아에 놔둔 채 향후 10년간 휴대폰 관련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런 계약은 순전히 특허전쟁을 이용해 악마 같은 돈벌이를 재현하는 것으로, 노키아를 통해 직접 휴대폰을 제조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거액의 특허료를 지불하라는 MS의 공쇄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써 MS가 휴대폰에 관한 특허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노키아를 72억 달러에 인수한 이유가 노키아를 특허전문회사(특허 괴물이라 한다)로 변형시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거액의 불로소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련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게다가 노피아의 특허는 휴대폰 생산에 반드시 포함되는 표준 특허여서 중국과 대만 업체들도 MS의 특허전쟁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게 생겼다. 



문제는 이런 MS의 특허전쟁 때문에 스마트폰 등의 휴대폰 메이커들은 원가 상승의 부담을 지게 되고 이는 스마트폰 등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MS가 노키아의 특허를 이용해 흡혈귀처럼 빨아먹은 막대한 특허료는 소비자의 지갑에서 충당된다. 필자가 애플부터 나이키, 스타벅스, 골드만삭스 같은 미국 기업들을 비판하는 이유는 이들의 돈벌이 방식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악마적이기 때문이다. 



뛰어나지 않은 중급 정도의 프로그래머한테 물어봐도 MS의 기술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운이 좋게 독점적인 지위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를 이용해 경쟁사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이익을 빨아먹었다. 말보로와 나이키가 선두에서 섰으며, 맥도날드와 월마트, 스타벅스가 뒤를 이었고, MS와 애플이 최고의 수준까지 발전시킨 미국 기업들의 돈벌이 방식은 기업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악독하다. 



이는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무정부적 자유주의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며,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이런 초국적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기 때문에 이들의 돈벌이 방식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런 경향에 제동이 걸리는 듯했으나 오바마 정부가 미국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하에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하는 이런 악마적인 기업들의 행태에 미국이란 제국적 힘마저 얹어주고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국지전과 테러들은 거대한 폭력시장을 형성해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먹여 살리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이어 일본과 한국이 그들의 무기를 대량으로 구입해주고 있다. 우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을 비난하기 바쁘지만, 미국 기업들에 비하면 이들은 천사에 속할 정도다. 특히 이들이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고, 생산시설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한에서는 비난의 목적을 정확히 해야 한다. 



이를 테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했다 림프조혈기계 질환(백혈병이 대표적)에 걸린 노동자들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과 배상을 하라고 요구할지언정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에게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이 되라고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과 동일하다. 필자가 티스토리에 올리는 글을 통해 필자가 필터링한 이후의 책들을 소개하는 것도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가 정하고 개선해나가기 위해서다. 



아는 것이 힘이 되고 돈이 되는 세상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진다. 포털로 따지면 네이버의 독주를 막아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아무튼 현업에 복귀한 빌 게이츠의 돈벌이 방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의 마지막이자 최대의 먹거리인 특허전쟁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불의와 구조적 부정의마저 번성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