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정부가 자초한 물류대란,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필자가 한진해운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럽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이자 30년 지기가 한진해운에서 컨테이너사업본부를 총괄(부사장급)한 후 퇴사했기 때문이다. 친구가 컨테이너사업본부를 총괄한 기간은 몇 년 밖에 안되지만 <김용민 브리핑>에서 이완배 '민중의 소리' 기자가 말했던 것처럼 한진해운은 2009년부터 적자를 기록했을 만큼 누적된 적자로 경영상황이 최악이었다. 





한진해운이 적자의 늪에 빠져든 것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핵심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유가의 혜택마저도 급감한 물동량을 만회할 수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용선료를 언급하지만 한진해운 몰락의 근원에는 미국과 영국의 투기자본이 자리하고 있다. 오너의 경영에 대해서는 친구에게 한 마디도 듣지 못했기에 이에 대해서는 이완배 기자의 설명으로 충분할 듯하다. 



김우중 이후 최악의 재벌총수로 등극한 조양호가 최은영으로부터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재인수한 후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그것으로는 줄어든 물동량을 만회할 방법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진해운의 몰락에 관해서는 조양호도 단기적인 피해자라는 이완배 기자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최장기 대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한진해운의 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친구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필자가 조양호나 한진해운을 옹호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조양호가 한진해운 그룹을 재인수했기 때문에 그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경제에서 물류가 갖는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필자가, 이번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도저히 믿기 힘든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력이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큰 한진해운이 채권단으로부터 추가지원을 받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수백 척의 배가 멈춰선다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한진해운의 채권단이 추가 지원을 하지 않고 법정관리라는 청산작업으로 들어갈 때 박근혜 정부가 예상되는 물류대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다. 물류란 모든 경제활동이 돌아가게 하는 근본에 자리하기 때문에 금융논리에 따라 청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진해운 경영진과 대주주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구상책임은 물론 형사책임도 물어야하고, 필요하면 경영권을 박탈하는 조치도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태의 수습 책임을 기업 측에만 미루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물류대란과 수출차질, 해운기반의 붕괴, 관련 업체의 줄도산과 근로자 대량해고, 지역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합니다. 


일시적 국유화 또는 임시적인 국가관리까지 검토하는 특단의 대책으로 우선 한진해운의 경영을 정상화 시킨 다음 후속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해수부장관과 금융위원장은 이 문제의 해결에 직을 걸어야 합니다문재인의 페이스북에서 인용 



세계 7~8위의 물동량을 담당하는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운항되지 못한다는 것은 한진해운이 소속된 해운동맹만이 아니라 나머지 3개의 해운동맹에게까지 파급력이 미치는 전 세계적 물류대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청산작업)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한국의 수출품만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타국의 수출품도 운송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게다가 수출기업에서 일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전반기보다 하반기에 물동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고, 이때 판매를 늘려야 기업이 유지되고 이익도 낼 수 있다.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멈춰서면 그 피해는 한국만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국가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전 세계적 물류대란이 일어나도록 방관만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초래한 전 세계적 물류대란은 그 후폭풍이 대한항공 그룹의 몰락 정도로도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조양호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진해운의 청산을 막지도 못할 뿐더라, 설사 막는데 성공한다 해도 전 세계적 물류대란으로 발생한 피해까지 보상할 방법이란 없다. 태평양 바닥까지 추락한 대한민국의 신뢰도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나쁜 대통령보다 무지한 대통령이 더욱 위험하다'는 정치학의 명제는 박근혜를 통해 두려울 정도로 입증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3년9개월 동안 대한민국이 잃은 것은 세월호참사 희생자처럼 수천~수만 명의 국민만이 아니다. 박근혜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지도자 중 한명으로 기록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일으킨 전 세계적 물류대란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이 벌레 같은 나라로 추락되는 것도 막지 못할 것 같다. 



아직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자들은 똑똑히 기억하라, 너희들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과 미래세대는 헬조선의 굴레에서 허덕이며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 국가들이 대한민국을 북한보다 못한 나라라고 비야냥거리고 있다는 것을!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죽고, 미국과 일본의 군사식민지로 신냉전의 화약고로 고착화되고, 경제가 회복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청춘과 미래세대가 헬조선의 질곡에서 절규해야 정신을 차릴 텐가!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