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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87년 국본과 명예혁명 들고나온 문재인, 이번에도 틀렸다


11월 12일에 전국적으로 200만 명은 불가능하더라도 서울에는 100만 명 이상이 모여야 대한민국을 박정희 독재시대에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온 반칙과 특권의 불평등 성장을 끝낼 수 있다는 믿음에 무조건 쉬어야 함에도 이를 악물고 글을 썼습니다. 박정희 신화를 산산조각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박근혜 신화의 결정체인 박근혜 퇴진 집회에 최소 100만 명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간암이 재발하는 한이 있더라도 11월 11일까지는 글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광화문광장에 모인 인원을 터무니없이 줄인 살인경찰, 재벌총수를 비공개로 소환하고 박근혜 수사를 미룬 정치검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박근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추미애, 87년 모델을 다시 들고나온 문재인을 지켜보면서 회복이 더디더라도 이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현대국가의 두 축인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중에서 법의 지배가 작동불능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민이 법의 지배를 대의하는 일체의 것들을 일시나마 정지시킨 상황입니다.



이를 테면 박정희와 전두환이 군사쿠테타로 민주주의를 정시시킨 것과 정반대로 분노한 시민이 법의 지배, 즉 헌정을 중단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월 12일에 13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인 것은, 필자의 판단이 옳다면, 박정희 신화로 대표되는 한국적 신자유주의(분노한 시민들이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를 끝장냄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보수는 물론 가짜 진보까지)에 파워엘리트로 자리한 채 반칙과 특권의 불평등 성장(신자유주의적 성장)을 강제해온 박정희 신화의 후계자들을 일소하려는 열망과 의지를 표출입니다.


 


11월 12일의 박근혜 퇴진집회와 민중총궐기가 4.19혁명과 87항쟁보다 동학혁명과 만민공동회에 가까운 것은 평등 없는 자유란, 평등 없는 법의 지배(공화국)란, 평등 없는 민주주의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대생의 저항이 그러했고, 성주군민의 투쟁이 그러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유족과 함께 힘겨운 투쟁을 이어갔던 것도, 백남기 농민의 유족과 함께 야만공권력에 맞섰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11월 12일에 130만 명이 넘는 분노한 시민들이 평등한 연대와 자유로운 투쟁을 보여준 것은 여소야대를 만들어주어도 세월호특별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야당들(무엇보다도 제1야당)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며, 청문회를 하면서도 살인경찰의 수장이었던 강신명과 그 일당들에게 사과 하나 받아내지 못하는 무능력 때문이며, 악마보다 사악한 KBS나 MBC조차 바로잡지 못하기 때문이며, 박근혜 정부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부자몸조심이나 하는 머저리 같은 짓거리에 신물이 났기 때문입니다. 

  


11월 12일에 13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인 것은 경찰수뇌부에게는 불의한 권력에 추종해 참여숫자나 줄이는 짓거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며, 정치검찰에게는 박정희 신화의 최대수혜자인 재벌오너에게 어떤 편의도 제공하지 말라는 것이며, 이명박근혜 9년의 1등공신인 새누리당과 족벌언론, 종편, 극우언론, 뉴라이트를 퇴출시키라는 것이며, 부자감세와 서민증세, 공교육 파괴, 노동 탄압, 사드 배치, 개성공단 폐쇄, 위안부협상, 국정교과서, 한일정보협정 가서명 등을 바로잡으라는 것입니다. 





11월 12일에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모두가 알았지만, 박정희 신화가 모든 것을 지배한 이명박근혜 9년 동안 대한민국의 상층부를 이루었던 자들만 몰랐던 것은 대한민국이 박정희 신화가 탄생시킨 반칙과 특권의 상위 1%와 그에 부역한 자들에게만 성공한 나라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2016년을 살고있는 국민(특히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데,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규모 10위의 국가로 만들었다는 그들의 기억과 경험으로만 세상을 봅니다.



초등학교 5학년도 판단하는 것을 이 나라를 통치한다는 자들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김제동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전문대를 나온 김제동도 아는데, 이 나라의 엘리트를 자처하는 헌법학자들과 정치인, 학자들과 평론가들만 모르는 것'이 헬조선의 민낯입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에서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신자유주의의 폭주를 보았음에도 이 나라의 기득권은 계산기만 두드리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실체입니다.



11월 12일의 분노한 시민들은 부패한 기득권세력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모인 것입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박근혜 이후를 보고 있습니다. 과거를 지배했다는 이유로 현재를 지배하는 것들에 더 이상 어떤 민주적 정당성도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11월 12일을 기점으로, 과거가 미래를 잡아먹지 못하게 할 것이며, 현재의 욕망이 미래의 권리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필자의 판단이 옳다면, 분노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2016년의 만민공동회이지, 87년의 국본을 재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과 청춘, 분노한 시민들이 혁명을 이루면 기성세대와 늙은이들이 기어나와 권력을 접수하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87년의 국본이 아니라 아직도 투쟁 중인 세월호참사 유족, 백남기 유족, 이대생, 성주군민, 소녀상지킴이, 국정교과서 반대 학생, 천대받는 노동자, 환경지킴이, 농어민 등이 참여하는 2016년의 만민공동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오직 분노한 국민만이, 깨어있는 시민만이, 평등한 자유를 실천하는 대중만이 헌정을 중단시킬 수 있으며, 다시 시작하도록 명령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변함없는 문재인 지지자로 한가지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JTBC 뉴스광장의 출연진들이 추미애가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이 김민석과 의논한 것이고, 친문세력의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으며, 퇴출대상인 박지원과 지나치게 흥분한 팟캐스트 등에서는 이것보다 한 발 더 나간 말도 서슴지 않았는데 이들의 말들이 사실인지 공개적으로 밝혀주십시오.



박근혜의 질서있는 퇴진이 분노한 시민의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추미애의 정신나간 짓이 청와대의 미끼가 아니라 친문세력(정확히 누구인지도 밝혀야 한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면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문재인 자신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면 전국적인 박근혜 퇴진운동에 돌입하기 전에 분노한 시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전국적인 박근혜 퇴진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지만 현 상태의 더민주로는 정권 교체에 성공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분노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승리에 대한 배당이 없는 명예혁명이 아니라 승리에 대한 대가가 분명한 체제혁명(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어떤 차별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민주주의를 향한 혁명으로 문재인이 말한 시대혁명의 필수조건이다)이기 때문입니다. JTBC 뉴스광장 출연자들과 박지원의 말이 틀렸다면 그들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11월 12일의 분노한 시민들은 이런 구역질나는 정치인과 언론(JTBC 보도부문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의 정치공학적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자가 옳다면, 아니 필자만이라도 헌정 중단 운운하며 박근혜의 퇴진을 하루라도 미루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의 퇴진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국민이 결정합니다. 특검후보도, 거국내각도, 책임총리도 국민이 결정할 것입니다. 분노한 시민들이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들지 마십시오. 박근혜가 퇴진하는 순간까지 어떤 정치적 계산과 행위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국민은 이명박근혜 9년만 바로잡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든 근원부터 시작해 반칙과 특권의 불평등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박근혜 퇴진집회의 초등학교 5학년생과 발언에 나선 중고생들, 아직도 투쟁 중인 이대생과 성주군민, 그리고 헌법을 줄줄 외면서도 가장 쉽게 풀어낸 김제동 만큼만 하십시오. 11월 15일자 '김용민브리핑'에서 나오미 클라인의 칼럼을 읽고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신뢰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자 힐러리를 선택한 민주당 기득권의 패배가 맞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비로소 깨달은 이완배 기자 만큼만 하십시오(썰전에서만 한정되지만, 조기숙의 《포퓰리즘의 정치학》을 통해 트럼프의 당선을 바라보는 바람에 시대사적 본질을 놓쳤고 추미애의 정신나간 짓에 대한 발언에서 기득권적 모습을 보여준 유시민도 들어야 한다. 문재인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수많은 오해를 양산하는 참모들과 김진처럼 저급한 꼴통에게도 쩔쩔매는 진중권은 무조건 들어야 한다). 




P.S. 김종인에 길들여진 더민주 지도부, 에라이 병신들아!를 쓴 이후 이런 글을 다시 쓰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제발 더민주의 지도부에게 부탁하니 박근혜 하야 국면에서는 그저 국민의 반 걸음 뒤에서 쫓아만 가십시오. 지금은 그것이 정답입니다. 다음 글에는 형편없이 졸속으로 합의한 특검법의 문제들을 다룰 테니 참조해주십시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