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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추미애의 머리자르기 발언,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국민의당의 진상조사가 사실이라고 해도, 정치신인 한 명에 놀아난 정당이라면 해체하는 것이 맞습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이번 주 내로 해체하는 것이 맞습니다. 한 달 넘게 한 자리수 지지율이 나오고, 2주 연속 5% 이하의 지지율이 나왔다면 당장 해체하는 것이 맞습니다. 창당자이자 대선후보였던 자는 정치공학적 계산만 하고, 대표였던 자는 거짓말만 늘어놓는 정당이라면 존재했던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검찰 수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국민의당은 사실상 종말을 고한 정당입니다. 지지율만 놓고 볼 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번듯한 지자체장 한 명도 당선시키기 힘듭니다. 국민의당으로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다름아닙니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그러다가 사시가 되도 국민의당으로 출마하는 후보들에게는 현재의 상황을 뒤집을 만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추미애 대표의 살벌한 발언을 꼽씹어 보면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습‥ 아, 두 가지 상반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것저것 가릴 것 없는 추다르크의 화끈한 맛입니다(성희롱이 절대 아닙니다!!). 그녀의 말 그대로 이유미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운 국민의당의 진상조사는 안철수와 박지원에게 면죄부를 발행하기 위한 머리자르기라는 뜻입니다(목을 친다는 얘기지, 설마 머리를 두 쪽ㅡ수직 또는 수평ㅡ으로 자른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솔직히 '바보들의 행진'도 아니고, 언제나 꼬리가 잡히는 국정원의 우스운 요원들을 떠올리는 이유미(아유미는 그마나 귀엽기라도 했지!!) 한 명에게 국민의당 전체가 놀아났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총선까지는 3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이유미 한 명만 죽이면 (유권자의 집단적 기억상실증 덕분에) 모두가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악랄하고 파렴치한 '덤 앤 더머'가 따로 없습니다. 



추미애 대표가 머리자르기라고 말한 것도 너무 순화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치인의 발언에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정 수준의 진정성도 없다고 주장한다면 정치 자체를 없애야 것이 낫겠지요. 이유미가 모든 조작을 혼자 했다고 해도 그것을 이용해 유권자를 속였던 것은 국민의당 의원과 당직자들입니다. 시민이 인터넷상의 거짓정보를 퍼날라도 법적 처벌을 받는데, 공당이 조작된 증거로 국민을 속인 행위는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당 차원의 범죄입니다. 추미애 대표는 이런 거대한 범죄를 이유미에게 뒤집어씌운 것에 분노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맛은, 필자의 추론이지만, 추미애 대표의 발언이 민주당 일부(예를 들면 우상호나 김민석 같은)에서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당의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민주당에게 일정 비율의 공천을 받는 조건으로 합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남을 벗어나면 아무런 경쟁력도 갖지 못한 자들이 지지율 50%의 민주당으로 기어들어가면 그 중의 일부는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짧게는 지방선거를 준비해온 분들과 길게는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 중에서 피해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또는 지금과 같은 지지율이 한두 달만 더 이어지면 알아서 기어들어올 자들인데 일정 비율의 공천을 보장해야 하는 당대당 통합에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완전국민경선제 때문에 어떤 보장도 할 수 없다고 해도, 민주당에 합류한 국민의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공천을 따내기 위해 각종 분란을 야기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했는데, 분란과 탈당을 주특기로 하는 자들의 빌어먹을 귀환(제가 아니라 당대표인 추미애의 입장에서^^)이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민주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국회의 입법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행정권을 동원한 국정원·검찰·경찰·언론 개혁에 성공한다면 촛불혁명이 바라는 거의 대부분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번째 맛이 성립하려면,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때까지 대다수 국민들이 기다려줘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아야 하고요. 내년의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는 것까지 더해지면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일종의 모험이고 문 대통령의 뜻과 다를 수도 있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한 김정은이 (요요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베를린선언에 화끈하게 화답이라도 해온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모함 모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추미애 대표는 (누구들처럼) 바보가 아닙니다. 가만히 나눠도 무너져내릴 국민의당의 심기를 건드려 추경 심의와 국회 통과에 브레이크를 걸만큼 어리석지도 않습니다. 추미애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어깃장을 놓을 이유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언급한 우상호의 의도에 대해서는 별도로 살펴봐야 하겠지만, 거의 모든 기성언론들이 추미애 대표를 공격하는 것으로 봤을 때 두 번째 맛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습니다, 



MBC를 엠병신으로 추락시킨 공신 중 한 명인 신동호가 안철수와 박지원을 언급하면서 추미애의 답변(그가 안철수와 박지원을 언급했지, 추미애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을 이끌어낸 교활하고 비열한 유도질문에 아주 조금, 대단히 조금 넘어간 느낌도 있지만. 필자가 추미애 대표에 대한 기성언론의 일방적인 공격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촛불혁명을 보고도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을 상대로 조작과 공작을 펼치면 그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