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

드루킹 특검이 아니라 네이버 특검이 필요해!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괴벨스의 말을 네이버의 댓글에 적용하면 드루킹의 수법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드루킹이 보기에 이명박근혜 9년 동안 기존의 미디어들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영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모든 언론의 지배자로 등장한 네이버의 댓글은 괴벨스의 공작정치를 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으로 다가왔습니다. 개별 네티즌과 차별되는 자금력과 조직까지 갖추었고, 최악의 경우 매크로까지 사용할 수 있으므로 드루킹은 민주당 장악 및 킹메이커까지 꿈꿀 수 있었습니다.  


 



괴벨스는 또한 '선동은 한 문장과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공감수 조작으로 베스트 댓글로 올라간 드루킹의 댓글을 끌어내리려면 그가 투입한 자금과 인원보다 몇 배, 몇십 배는 더 투입해야 합니다. 괴벨스는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고 했기 때문에 드루킹의 댓글을 끌어내려도 대중들은 선동된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드루킹이 '네이버의 댓글이 진정한 여론'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괴벨스의 수법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괴벨스에게는 독점적 사용이 가능한 라디오가 있었다면, 드루킹에게는 댓글을 이용해 여론조작이 가능한 네이버가 있었습니다. 드루킹은 이런 여론몰이를 오늘의 유머, 뽐뿌, MLB파크, 딴지일보, 82cook, SLR클럽, 루리웹, 인벤, 아고라, 레몬테라스, 여성시대, 쭉빵카페, 한류열풍사랑, 아이러브사커, 이종격투기, 미권스 같은 대형 커뮤너티에서도 자행했습니다.




드루킹이 여기까지만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2013년 대법원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선거 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인터넷 카폐를 개설하고 인터넷 회원등을 모집해 일정한 틀을 갖추어 운영하는 경우 이런 인터넷 활동은 정보 통신망을 통한 선거 운동의 하나로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정치브로커이자 야망가로써 권력의 정점에 서고자 하는 욕망만 없었다면 드루킹은 김어준에 필적하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에는 그의 자금력(온라인 쇼핑몰과 회비 등)과 조직(경공모, 경인선, 세이맘 등)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의 능력이 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드루킹은 박근혜,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안희정, 김경수 등의 유력 정치인에 접근했던 것이고, 디지털 정당으로의 변화에 주력했던 민주당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의 능력 부족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노회찬 캠프 소속 선거운동원(운전기사)의 계좌로 100만원씩 2회에 걸쳐 200만원을 송금한 것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선거권과 피선거권 상실형인 벌금 600만원에 처해짐)을 받았으면서도 경공모 회원 명의로 김경수의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건낸 후 김경수 의원을 협박하는데 짓까지 자행했습니다. 계좌로 건내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현금을 제공한 것인데 이 또한 불발로 그쳤습니다. 



드루킹의 대가 요구(인사 청탁)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경수 의원이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돈을 돌려주게 한 뒤 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김경수 의원에 대한 드루킹의 협박이 시작됐고, 청와대에도 보고돼 민정비서관이 선의로 포장된 드루킹의 공작에 종지부를 찍은 것입니다. 드루킹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함과 동시에 안희정을 밀어주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것도 내부의 동요를 다독이고 권력적 목표를 이어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여론조작이 가능한 네이버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인데, 네이버 댓글을 통해 여론조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김어준 공장장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뜻밖에도 드루킹의 모든 꿈을 좌절시키는 것으로 작용했습니다. 네이버가 댓글 알고리즘을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에 유리하도록 바꾼 국정감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의 현장'도 찾아냈습니다. 김어준과 네티즌, 깨시민, 민주당 지지자의 공세가 네이버에 퍼부어졌습니다.



다급해진 네이버도 이에 맞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평창올림픽 여자하키 단일팀 구성 기사'에 대한 드루킹의 매크로 조작질을 콕 찝어내 오직 그것만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입니다. 김어준 공장장과 민주당이 찾아낸 사례들은 철저하게 외면한 채, 오직 자한당과 바미당, 보수언론들이 개헌을 무산시킴과 동시에 국회 파행 및 정치공세를 펼칠 수 있는 사례 하나만 경찰에 수사의뢰함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나고자 꼼수를 벌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 케이트'로 명명돼야 할 여론조작 사건이 '드루킹 게이트'라는 문재인 정부의 여론조작 사건으로 둔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드루킹 논란은 문통과 김총수에 대한 네이버의 공격이라는 글을 썼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가 드루킹을 디지털 시대의 괴벨스이며, 21세기형 정치브로커라고 정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매일매일이 기적의 연속인 남북평화 기류가 드루킹 논란으로 가려진 것도 모든 언론을 통합한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닌 네이버가 작심하고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해서,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면 드루킹이 아닌 네이버 특검으로 가야 합니다. 다음과 페이스북, 유튜브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면 포함시켜야 합니다. 정치의 장이 오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여론조작의 가능성들을 최소화시키는 일에 국가는 물론 국민까지 참여해야 합니다. 드루킹 같은 정치브로커들이 판을 벌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대한 조사와 자정작업이 필요합니다.





삼성전자그룹의 오너 일가가 위기에 빠지면 어김없이 이를 덮어주는 뉴스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삼성공화국'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고요. 대한민국의 모든 적폐 뒤에는 삼성전자그룹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시점에서 드루킹 논란에 이어 한진 그룹 갑질 보도가 모든 언론과 포탈, 대형 커뮤니티들을 도배하는 동안 어떤 이슈들이 파묻혔는지 따져보면 네이버 특검이 필요한 이유가 더욱 명료해집니다. 



네이버 특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드루킹 특검만 진행된다면 김어준 총수의 의혹 제기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무책임한 헛지랄으로 김경수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로부터의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특검은 이루어지지 않고 드루킹 특검만 진행됨에 따라 최악의 경우 김경수 후보의 범죄행위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아니 만들어내기라도 하면 김어준 총수의 의혹제기가 최악의 내부총질로 귀결됩니다,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