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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국, 노무현과 문재인 같은 스토리텔링을 구축할 수 있을까?

상위1%에 속하는 강남좌파이자 천재 소리를 듣는 특급 엘리트로써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그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법부를 이끄는 대법원장이나 입법부를 이끄는 국회의장, 정부의 정책을 주도하는 주요 부처의 장관 같은 지도자나 지배엘리트와는 달리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같은 통수권자가 되려면 국민적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좋은 리더십으로 이어지던 나쁜 리더십으로 이어지던 대통령 같은 최고 지도자에 오르려면 다른 등급의 지도자들과는 다른 그만의 특별한 인생역전이 필요합니다. 속물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의 극적인 변화, 정치1번지를 버리고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지역주의의 높은 벽에 도전했던 자기희생적 결단, 장인의 좌파경력 때문에 부인을 버려야 하냐며 정면돌파를 시도함으로써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노무현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서울대 위에 부산상고가 있다'는 얘기를 만들어낸 바보 노무현이 고졸 출신의 대통령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어느 대통령도 가지지 못한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의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어떠합니까? 평생의 동지이자 친구였던 바보 노무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그렇게 싫어하고 멀리했던 현실정치인으로의 방향 전환이라는 그만의 스토리텔링, 즉 문재인의 운명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가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을까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이 민주공화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국민에게 강력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생역전은 우연에 속한다 해도 필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수이자 시민운동가에서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장관까지 성공을 거듭하던 조국에게는 이런 인생역전의 스토리텔링이 부재했었습니다. 그에게 각인돼 있는 천재와 특급 엘리트 이미지는 성공의 요인이자 정치적 한계였습니다. 

 

그런 조국에게도 노무현과 문재인에 못지않은 스토리텔링이 구축되고 있습니다. 국민적 감수성을 뒤흔들며 깊은 각인을 남길 수 있는 인생역전의 드라마가 신화로 가는 길목에 이르러 있습니다. 비슷하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유시민은 갖지 못했으며, 지독할 정도로 과대포장되고 억지춘향식으로 미화된 이재명의 스토리텔링과는 다른 조국만의 스토리텔링이 구축되고 있습니다.

 

 

특급 엘리트이자 강남좌파로써의 조국이 SNS를 통해 이를 털기 위한 노력의 일단을 보여준 것도 그만의 스토리텔링에 힘을 실어줍니다. 조국은 이땅의 최고 권력기관이자 수구 기득권인 검찰과 언론, 법원 등과 끊임없이 투쟁해왔지만 노통이나 문통 같은 국민의 감수성과 시민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파란만장한 풍잔노숙의 드라마는 부재했었습니다. 조국은 곧고 강하지만 친화력이 부족한 대나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최고의 지도자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커다란 희망만이 아니라 그 밑에서 마음놓고 쉴 수 있는 그늘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뚜벅뚜벅 고발'을 이어가는 중에 SNS를 통해 반성문을 올린 조국의 뜻과 그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유권자수만 4천만 명에 이르는 나라에서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오르려면 특급 엘리트 이미지는 장점이라기보다는 약점일 수밖에 없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친구의 원수 앞에 고개를 숙일 수 있었던 '문재인의 운명'처럼 조국에게도 강남좌파와 특급 엘리트 이미지를 벗어낼 수 있는 무엇이 필요했었고, 지난 1년간의 지옥 같은 시간들이 이를 충족해주고 있습니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윤석렬의 정치검찰과 이땅의 기레기들이 총력전을 펼친 '조국 죽이기'는 '문재인의 운명'을 창출한 '노무현 죽이기'의 발전적 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진 자만이 도약을 할 수 있습니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어야 함은 바닥 중의 바닥을 쳤을 때만이 무서운 속도로 비상할 수 있는 반전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조국에게 부족했었던 것은 성공의 축적이 아니라 끝이없는 나락과 그 이후의 반등이었습니다. 

 

조국은 이제 깨어있는 시민을 넘어 진정한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정치적 여정에 접어들었습니다. 그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국민은 그에 열광하고 그의 정치 복귀를 고대하게 됐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칠흙같은 어둠처럼 현실정치의 추악한 관문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조국이 가고 있는 길이 성지로 향할지는 알 수 없지만,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SNS를 통해 '강남성'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조국, 그가 가고 있는 미지의 길이 모두가 고대하는 성지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땅의 보수언론과 코로나 음모론자, 보수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폭동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더 이상 순례자로써의 조국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순교자로써의 조국도 없습니다. 그에게 남은 길은 위대한 선지자이자 최고 지도자로 가는 길만 남았습니다.

 

그가 가는 길에 전광훈 목사가 믿는 신과는 다른 정의와 사랑의 신이 있기를, 그 무한한 은총이 있기를 바라 봅니다. 아울러 유시민 이사장님, 그 동안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