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디지털 공간을 거짓과 분열, 갈등의 장으로 만들어버린 경제학 제국주의

 

어떤 제약도 빛의 속도로 퍼지는 디지털 기술과 지구 차원의 단일 시장을 구축한 플랫폼 공룡사업자들의 탐욕 추구의 결과, 민주적 소통의 장으로 기대받았던 디지털 공간이 분열과 갈등,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최악의 네트워크로 변질됐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퍼지는 바이러스성 콘텐츠는 정교한 조작을 거친 가짜뉴스의 형태를 거치기 때문에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속고 또 속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 증오와 차별, 폭력과 선동을 조장하는 바이러스성 콘텐츠의 범람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튀틀린 형태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정교한 조작이나 그럴싸한 음모론적 형태를 띠는 바이러스성 콘텐츠는 다양한 가치관과 성향, 이해를 가진 플랫폼 이용자들의 의식구조를 조금씩, 꾸준하게 바꿔놓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플랫폼 이용자들은 바이러스성 콘텐츠에 노출되는 회수만큼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플랫폼 공룡사업자들은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를 절대적 가치로 자리매김시키는데 성공함에 따라 정교한 가짜뉴스와 악성 음모론 작성·유포자들이 디지털 공간을 마음껏 떠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상당한 노력을 투자해야 진실이나 지식으로 승격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이 이들에 의해 갈등과 분열, 차별과 폭력을 유발시키는 악성 바이러스에 전염되게 만듭니다. 

 

의사ㅡ또는 의사를 가장한ㅡ가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기본적 상식에도 벗어나는 얘기들을 쏟아낼 수 있는 것도 어떤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공룡사업자들의 이익극대화 전략 때문입니다. 기존의 언론들이 디지털 공간에 끝없는 가짜뉴스의 원천을 제공하는 기레기로 전락한 것도 공룡사업자들의 플랫폼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각종 바이러스성 콘텐츠가 범람할수록 공룡사업자의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헌데 디지털 세계를 장악한 이들이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에 힘입어 무한대의 이익을 긁어모을 수 있는 기반을 다져준 것이 신자유주의 50년을 추동해온 경제학 제국주의라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별로 없습니다. 투자 대비 최대의 효율을 거두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덕목이라고 주장한 경제학 제국주의가 지난 50년 동안 병립하는 일체의 가치를 죽이고 탐욕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만 남기는데 성공한 것이 현재의 디지털 공간입니다.  

 

자유를 중시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권리를 강조하지만 그에 따르는 의무를 분리할 수 없는, 자유와 권리보다 평등이 더 큰 개념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던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이익극대화 전략의 무한질주는 경제학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지옥 같은 결과입니다. 신앙과 지식, 공기와 물, 노동과 자원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격을 매겨 시장에서 거래되게 만들면 탐욕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만이 번성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시장참여자가 최대의 이익을 얻게 된다는 '자기조절 능력이 있는 시장'이나 '렌덤워크 가설'에 의해 시장참여자 모두가 해피해질 수 있다는 '효율적 시장'이 전 분야에 걸쳐 유일한 진리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이 경제학 제국주의의 핵심입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므로 모든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개인은 시장원리에 따라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경제학 제국주의는 법앞의 평등마저 경제적 논리로 재단하게 만듭니다.    

 

디지털 공간이 각국 정부로부터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의 뒤에 숨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이러스성 콘텐츠를 쏟아내도 되는 곳으로 직행한 것도 경제학 제국주의 때문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투자 대비 효율이 유일한 가치판단 기준이기에 목사와 의사라는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테러행위에 다름없는 짓들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각각의 네트워크를 구성한 이들의 폭주는 플랫폼 공룡사업자들을 각국 정부가 세계적 차원에서 규제할 수 있을 때만이 양질의 정보가 오가는 민주적 소통의 장으로 자리할 수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이것에 합의하지 못하면 트럼프 같은 자들이 끊임없이 나타나 오프라인 공간마저 갈등과 분열, 차별과 증오, 폭력과 테러의 장으로 만들어버릴 것입니다.

 

 

https://youtu.be/_AN8iABrv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