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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승윤의 실존적 고민이 엿보이는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수줍은 별들이/ 눈부신 태양이/ 끝없이 빛나야 하는 것은/ 그들의 의지였을까/ ㅡ 빅뱅이 필연이었을까, 말씀에 의한 창조가 필연이었을까? 수줍은 별들이, 눈부신 태양이 끝없이 빛나야 하는 것이 그들의 의지였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으리라. 별들 중 항성은 스스로 빛나고 항성 중 하나인 태양도 수소핵융합을 통해 빛을 방출하는데, 그렇게 조금씩 죽어가는데 그것마저 그들의 의지였을까, 만물을 창조한 4개의 힘이 만들어낸 결과에 불과할까, 신이 인간을 죽음과 불행, 고통과 질병 등으로 몰아내는 대신 선물처럼 던져준 자유의지처럼 스스로를 태워서 빛을 내라고 명령하신 것일까? 

 

몰아치는 태풍이/ 분노하는 화산이/ 누군가의 눈물이 되어야 함은 그들의 선택이었을까/ ㅡ 지구에서 벌어지는, 또는 수소핵융합에 의한 폭발로 발생한 태양폭풍이 수십만 km의 높이까지 치솟는 것을 말할 수도 있다. 이때 양성자와 전자로 이루어진 플라스마 입자를 방출ㅡ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항성과 행성을 만들어낸 입자 결합을 통해 거대한 항성과 행성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ㅡ되는데, 지구의 모든 전자기기를 수백만 번 파괴하고도 남을 만큼의 자기장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핵융합의 폭발로 인해 수소로 이루어진 태양의 기체덩어리는 액체금속 형태의 헬륨(전자가 두 개)으로 전환되면서 조금씩 수축된다. 그렇게 120년 정도가 지나면 백색위성을 거쳐 초신성으로 수축, 붕괴하며 그때 발행된 에너지 폭발로 장엄한 최후를 맞는다. 이것을 발견한 인도의 물리학자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보면 쉽게 설명돼 있다. 승윤씨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던 태풍과 화산 폭발의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들과 그들의 유족들이 흘릴 눈물이 그들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불행한 희생양에 해당할까?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품어야 할 것들이 넘쳐나/ ㅡ 우주를 관찰하고 분석한 연구의 결과물인 지식이 우주보다 클 수는 없고, 아직도 찾아내거나 밝혀지지 않고 있는 암흑물질과 반입자, 신의 물질로 알려진 힉스입자, 양자요동에 의한 중력의 정체, 완전한 진공을 허용하지 않은 소립자들처럼 품어야 할 것들로 넘쳐날 수밖에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가 아닌지조차 다 알지 못하는데/ 내가 너에게 그은 상처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지금 흘리는 눈물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ㅡ 이 부분의 해석이 매우 어렵다. '나는 누구인가'와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너무 누구인가?라는 승윤의 자아와 타자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가사다. 이 부분은 또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떠오릴 수도 있지만, 승윤이 사서삼경을 외울 정도라 했으니 장자의 호접지몽이 연상될 수도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가져온 호접지몽은 다음과 같다. “내가 지난 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꿈에서 깨어버렸더니 나는 나비가 아니고 내가 아닌가? 그래서 생각하기를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되었을 때는 내가 나인지도 놀랐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분명 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가 아닌지조차 다 알지 못하는데 

 

머리맡에 둔 책들은 끝없이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야/ ㅡ 장자가 포함된 사서삼경일 수도 있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일 수도 있다. 그밖에도 열거할 책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승윤이 원한 것은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의 신비이거나, 태풍 및 화산의 피해자가 흘린 눈물들에 담긴 사연들일 수도 있다.

 

우 뭘 알고 싶은 건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어/ 어떻게 알아가야 하는지/ 눈물로 하나를 알게 되면/ 열개를 모르게 되는 것 같아/ ㅡ 승윤의 우주에 대한 지식과 자연현상의 희생양인 피해자의 눈물에 담겨있는 사연들일 수도 있다. 피해자의 눈물에 얽힌 사연,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사연 하나를 알게 되면 그런 일방적이고 속수무책인 피해들이 창조론과 진화론, 우주론적 지식으로는 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만물의 이론이 완성된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이 있기는 할까?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가 아닌지조차 다 알지 못하는데 수줍은 별들이 눈부신 태양이 끝없이 빛나야 하는 것은 그들의 의지였을까 그들의 선택이었을까 그들의 의지였을까 그들의 선택이었을까, 승윤은 하나의 지식을 알게 될 때마다 열 개의 의문이 밀려든다. 

 

 

 

https://youtu.be/_h2I_BHoOZ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