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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JTBC 밤샘토론을 보면 노무현과 유시민이 떠오른다



방송국에서 그런 수준의 토론자들을 초빙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야권이나 진보 측을 대표해서 나온 패널들의 토론 능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권을 탈환하려면 대국민 설득력이 높아야 하고, 어떤 주제가 주어지더라도 토론에서 진다는 것은 현재의 야권이나 진보세력에게는 치명타라 할 수 있다. 유시민이 썰전에 고정출현하는 것만으로는 친일수구세력의 70년을 절대 뒤집을 수 없다. 



제도권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토론 프로그램



후기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보수는 개별적인 정책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유권자의 욕망을 자극(아파트가격 상승을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처럼)해서 표를 끌어 모을 수 있다. 또한 한국만의 특수성인 안보 의제를 내세우거나,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프레임 설정에 성공한 박근혜의 4대악 척결처럼 각종 불안을 조성한 다음, 유권자들로 하여금 강력한 질서(보수의 전유물이다)에 대한 욕구를 자극해 선거에서 승리를 도모할 수도 있다.



또한 거대 자본과의 연대와 밀회를 통해, 막대한 광고비와 협찬을 동원해서 상류층 지향의 신문과 방송으로부터 보수 세력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너무나 쉽다. 종편과 케이블방송의 확대로 인해 갈수록 줄어드는 광고비와 다양한 협찬을 이끌어내기 위해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이 줄어드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어떤 토론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현실정치에서의 기회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비록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유시민 작가처럼 토론의 달인이 돼야 한다. 최소한 은수미 의원 정도의 토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와 모든 상황을 가정해서 수없이 되풀이하는 자기 자신과의 토론이 몸에 배 있어야 한다. 어떤 이슈와 상황에서도 최적의 답을 끌어낼 수 있도록 중무장돼 있어야 한다. 말은 행동보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오류와 모순에 빠져들기 일쑤다.



특히 보수의 대한 공부는 필수사항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듯이, 보수의 논리에 정통해야 그에 대해 정확한 논박을 할 수 있다. 그저 피상적으로 아는 것은 필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보수 세력은 토론에 지더라도 현실세계에서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고, J.S.밀이 ‘어리석은 자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보수주의자’라는 말이 정설이 된 것처럼, 꼴통 소리를 들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는다. 

                      





따라서 아주 적게 주어지는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현재의 야권과 진보 세력이 판정패를 당한다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은 보수 세력에 비해 몇 배는 크게 작용한다. 특권화된 기득권의 보수 세력과 전면전을 치러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만큼 지적 무장이 충실하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의 토론의 달인이 보수 세력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하던,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 한들 정치의 기본은 말이다. 실천은 정권을 잡아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말이 먼저다. 제도권 언론과 사회가 극도로 보수화된 현실을 감안할 때, 갈수록 줄어드는 토론 프로그램에서조차 판정패가 늘어나면 현재의 야권과 진보 세력이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땅은 단연코 없다. 이명박근혜 8년 동안 다른 날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속출함에도 각종 선거에서 패한 것도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만한 정치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의 실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냉혹한 현실정치의 진실이기도 하다. 유시민의 출현으로 썰전의 시청률이 올랄 갈 수 있었던 것도,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한 것을 지키는 것으로 제1야당을 되살릴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목숨을 던질 각오가 돼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자세로 토론에 임하지 않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고, 한없이 퇴행하고 있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도,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를 뒤엎을 수도 없다.





헌데 오늘의 JTBC 밤샘토론을 보면 그런 결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깨어나고 있음에도 야권과 진보 세력을 대표해서 나온 패널들의 토론 내용은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처음부터 불리한 토론 주제였다 해도 이를 돌파하지 못해 현장의 판장단의 마음조차 설득해내지 못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었다. 대상이 국민으로 넓혀지는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작은 기회라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하나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나가 그것이 뒤집어질 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사유의 체제를 견고히 하고, 이성의 대변자인 말의 논리정연한 일관성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시청자의 감성을 파고들 수 있는 언어의 선택과 토론의 호흡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한다. 정말로 정권을 탈환해 세상을 지금보다 정의롭고 민주적으로 만들려면, 끊임없는 사유의 결과물인 토론과 설득의 능력부터 최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듯, 말은 정치의 집이자 프레임 설정의 완성이다. 민주주의와 정치가 토론의 과정임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이미 입증된 것임에도, 선거에서 지고 협상에서도 진 상태에서, 몇 번 없는 방송 토론에서까지 밀리면 어떻게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단 말인가? 정교한 상징조작이 만연하는 현대 미디어정치에서 말의 진검승부에서조차 패한다면 무엇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