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순서라는 것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새정연은 카오스적 상태라 무엇부터 해야 할지 순서를 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새정연은 어떤 사안이 주어지면 그것에 즉물적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정연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자기보존의 욕망에 사로잡혀 본능적인 보호막을 치는 데만 급급할 뿐, 정당과 정치인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과 정체성마저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세대들이 이념적 선명성으로 알고 있어 배척하기 일쑤인 정체성은 존재의 본질 같은 것이지, 이념적 경직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화와 민주주의가 동일한 것이 아니듯, 정체성이란 정치적 존재의 기초이자 출발점입니다.



지금의 새정연은 본질에 대한 정밀 진단과 현재에 대한 반성적 고찰, 미래를 위한 외과적 수술 없이, 오직 외연 확대라는 마약성 항생제로 일관해온 임시처방들이 임계점에 이르러 한꺼번에 터져 나온 복합적 후유증의 결과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당과 소속 정치인이라는 공통의 가치점이 사라진 폭탄돌리기의 연속된 과정입니다.





박영선 대표가 탈당을 하건, 안철수와 김한길 등이 이상돈 교수와 합류해서 제3의 세력을 형성하건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새정연의 지리멸렬함은 과잉처방된 항생제가 불러온 치료불능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현 집권세력이 무엇을 하던 세상은 돌아가고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습니다. 304명의 국민이 죽었는데도 진상규명조차 안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억압과 착취 속에서도 세상은 돌아갑니다. 행사할 뿐 책임지지 않는 자유가 넘쳐나도 시민의 삶은 독재 시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인들 떠들어댈 수 있다 하여, 자유의 목적인 시민의 권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승자와 강자 위주의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자본주의가 극성에 이른 현대의 민주주의란 대중매체가 상부구조를 독점하는 우민화와 과두정치에 수단이자, 욕망의 정치를 부추기는 선전도구에 불과합니다. 이럴 경우 민의의 전당으로서의 국회란 꿔다놓은 보릿자루에 불과합니다. 민주적 정치란 야당이 제 역할을 할 때만 돌아갑니다. 야당이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명한 정체성과 정치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민주주의는 보수적 가치인 자유와 진보적 가치인 평등이 적절한 균형과 타협을 이룰 때만 돌아가는 체제입니다. 자유와 평등은 조화와 타협을 이룰 수는 있지만 그 본질이 합쳐질 수 없는 상극의 이데올로기입니다. 현재의 집권세력이 수구에 가까운 보수의 가치를 주장하는데, 야당이 이에 화답해 보수로의 외면을 넓힌다면 민주주의는 완전히 실종됩니다.



지금 새정연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두 개의 보루 중 하나인 진보적 가치, 즉 사회경제적 평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되찾는 것입니다. 그 부활의 출발점이 현실정치에서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념적 선명성이나, 행태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나라, 자아 즉 주체의 본질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정체성 확립은 차별이 아니라 조화로 가는 첫 걸음입니다. 





그렇게 자아/주체에 대한 확고한 구축이 있을 때만 외연의 확대도, 유연한 정치적 실천도 가능합니다. 자아/주체가 없는데, 상대/타자와의 접점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으며, 민주적 토론과 정치적 합의, 다양한 이해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지금의 새정연은 기초가 무너져, 자아의식도 존재의 근본도 없는 오합지졸의 집단에 불과합니다.



문재인 의원님, 현재의 대통령은 박근혜이지 문재인이 아닙니다. 설사 지난 대선의 불법성이 법적인 판결로 확정된다고 해도, 투표결과의 무효에 따른 재투표가 최대치입니다. 그렇다고 문재인 의원이 자동적으로 야권의 후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의원님은 당대표도 아닙니다. 정치적 영향력이 야권에서 최대라 해도 그것은 간접적 힘에 불과합니다.





내려오십시오. 바보 노무현처럼 바닥까지 내려와서 새정연을 올려다보십시오. 현역 정치인이기 전에 진보적 가치를 믿는 시민의 눈으로 새정연을 올려다보십시오. 반드시 바닥까지 내려와야 합니다. 그래야만 올라가야 할 높이와 곳곳에 있는 장애물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리더십이란 바닥, 즉 기초에 뿌리를 둘 때 가장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그 기초란 당연히 민주주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시민을 말합니다. 이제 다시 깨어나기 시작한, 자본과 권력의 노예적 삶을 받아들였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사람이 먼저임을 깨달은 시민들 말입니다. 새정연의 부활과 외연확대는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데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시에 한결같이 그러했던 것처럼. 


                                   


  1. 태봉 2014.09.15 21:48

    이 글을 문재인 의원이,새정치연합이 봤으면 좋겠네요

    • 늙은도령 2014.09.15 22:11 신고

      지금은 이 글을 봐도 어쩔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의원을 향한 글을 몇 편 더 쓸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알려지겠죠.
      제가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니 광화문에 갈 수도 없고, 정치권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하기도 뭐하고....

  2. base 2014.09.15 22:27

    저도 늙은도령님의 생각과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것이 문재인의원의 한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자주 드는데.. 참으로 안타깝군요.. 문의원이 제대로된 선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에 그 분밖에 없나요?

    • 늙은도령 2014.09.15 23:40 신고

      일단 다음의 글을 읽어주십시오.
      문재인 의원은 지금 큰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정경험이 오히려 그에게는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3. 중용투자자 2014.09.16 11:29

    정치란 쌈닭같은 저돌적인 면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좀 아쉽네요 ^^

  4. 한석봉 2014.09.16 16:04

    304명이죽었는데 진상규명이 안된다니 미친놈 아냐 배가 뒤집혀서 사고로 죽은거야 해운회사는 1999년 김대중때 설립되었고 뭔 진상조사 완전이 정신병자군

    • 늙은도령 2014.09.16 16:21 신고

      배가 왜 뒤집혔냐고?
      그것에 대해 확정된 것이 있습니까?
      대통령은 자신이 최종 책임이라며 눈을 흘렸으면서 뭐 한 게 있습니까?
      웬 일베충적 댓글이야!!!

  5. 허정호 2014.09.16 17:58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정치인에게 보내는 편지 같네요. 슬픕니다.

    • 늙은도령 2014.09.16 18:46 신고

      문재인도 몇 번의 위기를 겪을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 그것을 극복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재인은 모두 다 함께 가야 현 집권세력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잘못하면 숫자의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6. 이만영 2014.09.16 22:34

    슬픈 글이네요..
    하지만 난 대선 개표 하던 날, 선거 승복하고 고향으로 향하는 문재인의 뒷 모습에서 한계를 보았늡니다.
    거기까지 인 그냥. 좋은 사람이라는걸..

    • 늙은도령 2014.09.16 23:38 신고

      저는 그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이 직접 나섰다면 피해자가 엄청나게 많았을 것입니다.
      미래의 동력을 찾으려면 물러냐야 할 때와 싸울 때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그때의 행동에는 찬성을 표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단식도 그러 면에서 보면 싸울 때를 구별한 멋진 행동이었습니다.

      헌데 이상돈 영입에 관해서는 너무 나갔습니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물러난 이유와 이상돈 영입은 같은 것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지금은 길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단 한 발도 물러서면 안 될 시기였습니다.
      문재인은 국정경험으로 인해 너무 길게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쉽기만 합니다.

  7. 구름속의 하늘 2014.09.16 23:45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집권하실때도 안타까운 마음에 소주를 기울이며 했던 말들이 기억나네요. 양아치 불량배와 싸워야 한다면 도덕은 내려놓고 같이 맞붙어 싸워야하는데 너무 성인군자처럼 구셨던게 아닌가 하구요. 물론 그런것이 인간 노무현의 매력이긴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인간적으로 좋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님이 정권을 잡으신다 해도 과거와 같이 엄청난 반대세력의 양아치 짓거리에 부딫힐 수 밖엔 없는데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 그나마 지지하는 국민둘 보기에 의지할 부분이 되지않을 까 싶습니다.

    • 늙은도령 2014.09.17 01:18 신고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길을 열어주었는데 문재인이 생각보다 약한 것 같습니다.
      지금이 정치인에서 지도자로 도약할 수 있는 최후의 시기라 생각됩니다.
      문재인 의원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물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자신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8. 다름맘 2014.09.16 23:45

    마지막 사진....너무..슬프고 그립습니다.. 정말 너무많이보고싶어요...

    • 늙은도령 2014.09.17 01:19 신고

      세월이 흐를수록 노통의 위대함은 커질 것이고, 그렇게 노통은 우리들 마음 속에서 부활할 것입니다.
      그것이 국민에게 전파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주의국가로 접어들 것입니다.

  9. 답답 2014.09.17 01:50

    글 잘 읽고 갑니다..

    • 늙은도령 2014.09.17 04:13 신고

      글을 쓰면서도 답답하네요.
      문재인 의원이 반전의 역량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10. 하늘봐 2014.09.17 07:29

    귀한 글 입니다
    문의원이 이렬수만 있다면
    국민들에게 야당에게 희망을 줄텐데
    그릇 자체가 노대통렁과 다른듯 합니다
    노통은 항상 자신의 삶과 행동이 명확했지만
    문의원은 뭔가 항상 분명치가 않는것 같네요
    애매모호~~란 단어가 생각나 안타깝습니다

    • 늙은도령 2014.09.17 07:43 신고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박근혜의 작심발언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추가로 글을 올렸으니 한 번 보시지요.
      지금 저는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11. 프렌드 2014.09.17 19:17

    잠시 노땅을 보면서 눈시울을 불킵니다...
    계실때는 몰랐는데....않계시니 더 커보이고 그립습닏...

    • 늙은도령 2014.09.17 20:55 신고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과거의 기억들을 미래로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미래라는 것이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가지려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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