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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자감세 위해 과세체계마저 무력화하는 정부 여당



조세제도를 이용해 부자와 서민을 차별하는 현 집권세력의 이중적 행태가 도를 넘었습니다. 가업 상속 기업에게 재산의 1000억 원까지 면세해주는 기획재정부의 가공할 부자감세 법안에 이어, 조부모가 손주 교육비로 1억까지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안(새누리당 류성걸 의원, 대표 발의)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명문대에 가려면 조부모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이 필수라는 세간의 말이 더욱 강화될 모양입니다. 조부모가 손주의 교육비로 쓰라고 돈을 주면 1억 원(현재 미성년자의 경우 2천만 원까지 비과세)까지는 증여세를 물리지 말자는 법안까지 나왔으니 말입니다.



노인 빈곤과 복지 수준이 OECD가입국 중 최하위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못한 현실에서 돈이 없는 조부모들은 손주의 재롱을 볼 때조차 통장의 잔고를 확인해야 할 듯합니다. 만성질환이 없는 노인들이 겨우 7%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의료민영화와 영리화까지 밀어붙이고 있으니 오래 사는 것도 고역일 듯싶습니다.  





손주교육비 면세법안을 대표 발의한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조부모가 중산층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교육비를 1억 원까지 대신 내주면 그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증여한 돈도 4년 내에 모두 지출하되, 사교육에는 쓰지 못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해 편법증여의 폐단도 막겠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손주의 교육비로 1억 원을 줄 수 있는 조부모가 극소수이고, 손주의 수가 10명이면 증여할 수 있는 돈이 10억까지 늘어나며, 유학비는 사교육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1%에 속하는 상류층들을 위한 부자감세이며, 무엇보다도 상속증여체계라는 과세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법안이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30년 이상 장수한 안정된 중소·중견기업의 오너가 가업을 자식에게 승계할 때 오너의 재산 중에서 무려 1,000억 원까지 면세혜택을 주겠다는 것도, 오너 가족을 위한 무지막지한 부자감세 법안이어서 기업의 상속증여체계를 통째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0억이나 100억도 아닌 무려 1,000억 원까지 면세혜택이 주어지면 부의 대물림이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날도 얼마 남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간 부의 불평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최고의 세금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속세가 대규모로 면세되는 날도 박근혜 정부 내에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30년 이상 장수한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정책당국에 의해 자의적으로 적용되거나, 분식회계나 조세도피처 등을 이용한 교묘한 탈세가 이루어졌거나, 가업 승계에 맞춰 의도적인 적자를 유도하는 편법을 동원했을 경우 등의 경우에는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현실적 한계가 있어 상속증여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세수가 부족하다며 담배값·주민세·자동차세를 인상을 발표한 것이 며칠됐다고, 대놓고 부자감세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막장행태는 대한민국을 불평등의 천국으로 만들 모양입니다. 이 모든 것이 '줄푸세'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아집에서 나온 것이니,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예전의 광고카피가 기억의 창고에서 기어나와 망령처럼 떠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