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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부가 담뱃값과 주민세를 인상하는 진짜 이유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 건보료 등의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을 표상만 보면 구멍난 세수를 매우기 위해 서민을 등쳐먹는 가진 자들의 음모처럼 볼 수 있다. 길었던 추석연휴 동안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실생활로 돌리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다음 선거에서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보이는 일을 강행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가져봄직하다.





이번에 정부가 들고 나온 인상 시리즈는 고액자산가와 고소득자에게는 피부에 와 닿는 정도의 타격을 입히지 않는다. 충격을 받을 계층들은 담배와 술이 아니면 사회적 스트레스를 풀 수 없는 저소득층에 몰려 있다. 전자는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지만, 후자는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즉 유권자의 상당 부분이 이번 인상 시리즈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담뱃값 인상은 지하경제를 주름잡는 젊은 매춘 여성들을 빼면, 일반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겠지만, 그 밖의 인상 내용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것이어서 담뱃값 인상에서 끌어낸 찬성표를 무효로 만들 공산이 크다. 보편적 증세란 언제나 재산과 소득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무조건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새누리당 지지층이다.



따라서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들고 나온 인상 시리즈는 정권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보수 세력 전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이와 같은 인상 시도가 진보정권에서 들고 나왔다면 보수 세력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았을 일이었다. 정치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표심이라면 이번 인상 시리즈는 중기적으로 봤을 때도 현 집권세력에 불리하다.






결국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 인상 등이 내포하는 의미는 숨겨진 의도는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진행될 최경환 부총리의 재정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수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의 발표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면 늘어나는 세수는 7~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돈이면 민간자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부의 종자돈으로는 충분하다.



특히 주민세와 자동차세, 건보료 인상 등은 지방세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자금도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최경환 부총리가 재정적자를 감수해서라도 41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보해 시중에 풀겠다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유동성의 대부분이 기업의 수중으로 떨어지겠지만, 시중에 유동성이 증가하면 단기적인 경제지표는 무조건 좋아진다. 



그렇게 숫자로 드러나는 수치가 좋게 나올 때쯤ㅡ지금으로부터 2년 후ㅡ이면 총선과 대선이 차례로 실시되는 시점과 절묘하게 겹친다. 아울러 각종 인상 시리즈에 서민들의 면역성도 늘어 불만의 강도는 이미 유효를 다한 후일 때이다. 서민의 저항이 매우 컸다 해도 그 결과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진 경제지표들로 드러나면, 서민들의 표심은 새누리당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거나, 물가상승률 만큼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 인상은 어느 정권이든 해야만 하는 것이었기에, 2년쯤 후에는 박근혜 정부가 잘한 일로 바뀔 가능성이 거의 100%다. 담배를 피는 것이 죄악이라면 담배제조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맞음에도 정부는 이중의 과세를 유지하기 위해 담뱃값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했을 때 매출 대비 세수가 최대화된다는 점도 정부의 속셈이 금연에 있는지 세수확보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정말 교활하게도 담뱃값 추가 인상도 물가인상분을 자동반영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다음 정부도 이에 대해 딴지를 걸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지방세가 올라가면 지방재정이 좋아지기 때문에 지자체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으면 했지, 이번 인상 시리즈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번 인상으로 흡연자수를 줄이지도 못하고, 세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민의 등골만 빨아먹는 꼼수의 전형이다. 여론이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조치를 발표한다, 어차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므로. 이에 따라 여론은 조금씩 누글러들 것이다. 진보 정권에서 추진할 일을 보수 정부가 했으니, 그에 대한 칭찬은 두세 배로 확대돼 돌아온다. 



2년 동안 특별한 선거가 없다는 것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서민증세 시리즈를 통해 무엇이 좋아질지, 장밋빛 청사진들을 우후죽순으로 쏟아낼 것이다. 방송사들이 앞 다퉈 정부의 청사진을 확대재생산할 것이며, 그렇게 여론 몰이가 성공하게 되면 개원 이래 단 하나의 법률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19대 국회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질 것이다.



여론의 화살은 국회를 마비시켰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여야의 무능력을 넘어, 세월호 유족과 야당에게 압력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국회 무용론까지 거론되면서, 압력의 전가는 전방위적으로 언론을 도대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반대집회도 대규모로 벌어질 수 있다. 양측 간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면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2차안이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돼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정치권의 혼란이 극에 다할 것이며, 국회는 장기간의 공전으로 진입한다. 그런 와중에 담배의 매점매석은 늘어날 것이고, 시중의 재고가 급격히 줄어들어 KT&G에서 출하할 담배의 양이 늘어난다. 그에 따라 세수도 늘어난다. 담뱃값이 인상되기도 전에 세수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박근혜 정부의 인상 시리즈는 고도의 전략이 담겨 있는 정치적 노림수의 정화를 보여준다. 이번에 인상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것들로 이루어졌다. 2년 동안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운은 박정희가 누렸던 것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이번 인상 시리즈가 실패로 끝난다 해도 그 피해는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걱정할 일은 없다. 그때는 새누리당에서 적극 나설 것이니,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야당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오합지졸의 당이 되어버린 제1야당이 정말 존재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이 가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어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똥과 벌레들이 반인륜적 행태가 빈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만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남은 생을 버텨내야 한다. 정말 지랄 같은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일이면 또 어떤 수작들을 통해 세월호 유족과 야당을 무력하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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