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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다시 삼성공화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한전부지 고가매입 문제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삼성공화국이 다시 대두되는 것 같아 불편하기 짝이없다. 이제는 잊혀진 유병언의 죽임이 대단히 정치적이었다면, 삼성전자그룹을 방어하기 위한 이건희 회장의 아리송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대단히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상태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가 빨라질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헌데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처럼 특별한 업적이 없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그룹이라는 초국적 기업집단을 경영하려면, 그에 합당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가경제에서 삼성전자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원만한 경영권 승계의 입장에서 볼 때,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그룹이 구 제일모직 대구부지에 거의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해, 경제가 죽어버린 대구에 창조경제단지를 조성한 것도 이런 일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십여 년 간 이재용 부회장의 활동폭은 전방위적으로 넓혀졌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도 꾸준하게 커졌고, 여타 그룹처럼 그룹의 재편도 착실하게 진행됐다. 자본주의의 핵심이 정실주의여서 경영권 승계는 우리나라 재벌들 특유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현장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소리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전부지 매입은 이 부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과 벌이는 첫 번째 전면전이었다. 필자가 앞에서 쓴 글에서 밝혔듯이 한전부지를 활용한 방안은 넘칠 만큼 많다. 특히 백화점과 호텔 및 다양한 테마파크 등은 이부진과 이서영 사장이 모두 관계된 것이어서 삼성전자가 전력을 다했을 것은 분명하다. 이미 삼성은 현대차와의 부지매입에서 비슷한 비용으로 승리한 경험도 있다.



한전부지 입찰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대결이었지만, 실제로는 정몽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첫 번째 진검승부였다. 이런 이유로 해서 삼성전자가 4조7,000원을 입찰가로 제시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증권가에서 떠돌았던 9조원 설이 진실에 가까울 것으로 본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애플의 반격(잡스의 유훈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의 극치다. 김일성의 유훈 운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이 시작된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한전부지 매일 실패는,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당분간은 이런 다목적 거대 투자거리를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하나다. 주주 이익을 핑계로 현대자동차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배팅했다고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JTBC가 이 문제를 많이 다루는 방식이 삼성전자의 논리와 다를 것이 없어 불편하기 그지없다. 필자도 현대차가 잘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거대자본과 초국적기업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입장에 있는 필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삼성전자처럼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빼면 현대차를 옹호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현대차의 임원으로 있는 친구과 선배들은 인간적으로 친한 것이지, 그 이상이란 내게는 없다. 한전부지에 대한 현대차 고가매입 문제를 다룬 글도 철저히 현대차 입장에서 풀어간 글이지, 필자의 가치 판단이 들어간 글은 아니다. 초국적기업의 행태란 이렇고, 재벌의 사업행태가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 했을 뿐이다. 





실제로 기업의 역사를 돌아 보면, 단기적으로 욕먹지만 장기적으로 칭찬받는 투자사례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라진 기업들의 상당수는 안정적 투자에 집중하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CJ그룹의 경우에서 보듯, 오너의 부재가 기업의 생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적은 지분에도 불구하고 황제경영 운운하는 것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한 데서 나오는 단견이다. 초국적기업의 특징이 대주주의 상당수가 투자에 대한 자본이득ㅡ특히 단기적인 배당소득ㅡ에  목을 매는 외국인이거나 외국계 자본이다. 그들이 황제경영에 딴지를 걸지 않으면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 경영의 신이라고 했던 피터 드리커가 시카고학파와 퇴출되고 전문경영인의 신화였던 잭 웰치 전 GE 회장도 자신의 실패에 대해 고해성사를 한지 이미 오래 전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정실주의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무한대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란 그 자체로 정실주의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폐해는 조세 정의를 통한 부의 재분배와 '값질'이라고 하는 기업간의 불공정거래를 방관하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왔다. 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영국과 미국의 경제학자와 상업적 대중매체였다. 바로 이런 정경언유착 때문에 자본주의를 정실주의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개혁연대의 이사회 속기록 열람요청은 이해할 수 있으나, 언론들이 일제히 정몽구 회장을 겨냥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마치 삼성공화국의 부활을 보는 듯해 불편하기 그지없다. 혹자는 기술개발에 투자하라, 직원 복지에 사용하라 등등의 비판을 하지만 한전부지 고가매입으로 서울시는 세수대박을 거두었다. 박 시장의 성향 상 복지비용을 쓰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의 사내유보금 중 10조원이 시중에 풀리게 됐으니, 국민 부담해야 하는 한전 부채도 줄어들고, 건설수요 등 내수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부동산에 투자되는 것이라 투자된 돈이 허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 공시지가에 따라 매년 세금액수는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주주이익에 반하다는 이유로 현대차를 공격하면 그것은 극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에 투자할 때, 국내외에서 칭찬을 들은 적이 없었다는 것과, 폭스바겐이 기술력보다는 본사의 자동차 테마파크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으니, 경제개혁연대와 언론들이 정몽구 회장을 공격하는 것보다,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으로 국내 투자를 늘리고, 청년들을 더 뽑으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 낫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고, 여성 직원의 근무여건을 높이기 위한 탁아소 운영을 늘리고, 여성 임원의 수도 늘리는 등 여성사원 복지에 투자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낫다. 하청업체와 공정거래를 하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 낫다. 현대차는 물론 부자감세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게.



경제 분야의 시민단체와 광고에 목을 메는 언론이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에 이상할 정도로 달려드는 것은 보고 있자면 삼성공화국의 부활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불편하다. 자칭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라고 하면서 금융 자본주의와 함께 신자유주의의 두 축 중 하나인 주주 자본주의에 열을 올리는 것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