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3차합의를 통과시킨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이상 진보의 이름으로 말하지 말라. 당신들이 말하는 진보의 가치란 무엇이며, 정치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당신들은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였는가, 아니면 정권을 잡아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취하기 위해 모였는가? 아니면 지역구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돼 이런저런 특혜를 누리기 위해서 모였는가?





당신들은 정치적 기득권이 되기 위해 새정연에 머물고 있는 것인가? 보수 경제학자가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을 '세습자본주의'라고 비판하는 데도 현재의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것인가? 도대체 몇 명의 국민이 죽어야, 정부의 무능과 기업의 탐욕, 종교의 일탈, 관료의 타락, 부와 권력의 세습, 차별의 공고화, 기회와 조건의 불평등, 법 앞의 불평등을 방관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고 상호 결합돼 민주주의의 작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하고, 결과의 불평등이 중세 봉건사회의 수준으로 퇴행하는 것에 침묵할 것인가? 당신들이 그렇게 열렬히 구애를 하고 있는 중도와 합리적 보수란 대체 무엇인가? 이념적 정체성을 버리면 집권이 가능하고, 불평등이 줄어드는가?



민주주의가 인류가 선택한 지배적 체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폭력적 혁명을 포기한 좌파가 민주적 절차(파업과 집회가 최대치며, 불복종은 모든 권리와 목숨을 걸어야 한다)를 통해 모든 자유의 기초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기회와 조건의 평등을 최대화하기 위해 진보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념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방법을 민주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진보란 주권재민과 1인1표로 대표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해, 공평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적용이 전제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어떤 박탈과 배제보다 비참한 빈곤에 빠지지 않을 때, 권리가 없어 물질로 취급되는 노예의 상태에 빠지지 않을 때 작동할 수 있다.



철저한 자유의지에 의해, 인간의 기본권과 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경제적 평등이 보장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작동할 수 없다. 좌파의 이념을 민주적으로 계승한 진보가 제 역할을 못하면 민주주의는 축소되고 퇴행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커져 ‘세습자본주의’가 일반화되면 어떤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



누가 어떤 식으로 떠들어대던 진보는 기득권의 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의 확대에 매진하는 것이 진보의 가치고 존재의 이유다. 304명의 국민이 얽히고설킨 기득권의 탐욕에 목숨을 잃은 것이 세월호 참사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진 특별법 제정이란 기득권의 정치놀음으로 변질된 대의민주주의를 믿을 수 없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수많은 정치경제학자들이 현대의 민주주의가 1인1표가 아닌 1원1표로 퇴행했다고 지적하고 경고한다. 극소수의 기득권이 ‘세습자본주의’를 통해 봉건시대의 귀족계급처럼 특권화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갈수록 많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너무 커져 현대의 민주주의를 특권화된 기득권의 과두정치에 비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명확한 증거다. 세월호 유족과 수많은 국민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진 특별법에 찬성을 표한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를 통해서라도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확실히 하기 위함이었다. 보수화된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믿을 수 없어 아우성을 친 것이었다.





헌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박영선 의원은 원내대표를 사퇴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났다. 중도보수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진보적 가치가 사라진 보수화된 거대 정당의 계파정치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민주주의에서 진보적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턱없이 부족한 인식만 보여준 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내년에 해도 이미 늦을 만큼 늦어 있어서, 몇 달 뒤로 미룬다고 304명의 국민들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세월호 유족과 수많은 국민이 원했던 것은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였지 정치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운 보수화된 거대 양당의 야합이 아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이상 진보라는 이름을 언급하지도 말라. 진보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얘기하지도 말라. 계층과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무너져 사회이동성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들 대변한다고 말하지도 말라. 온갖 불평등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진보가 죽으면 민주주의도 죽는다.     


                                                                                                     ㅡ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젊은학생 2014.10.03 05:04

    안녕하세요.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4학년 학생입니다. 지금은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어요.

    History of Political Ideas 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정확하게는 몽테스키외를 검색했습니다), 우연히 들리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집이 안산이어서 지인 중에 세월호 희생자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외국에 있었고 한국에는 내년 1월에나 돌아갈 예정이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언론에서 말해주지 않는 사실들은 알기도 힘들구요. 그래서 공부하던 것을 멈추고 여러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몽테스키외를 비롯하여 다양한 정치 철학자들을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 입니다.
    아무나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을 먼저 이론화 시켜버린 것이 억울하다는 것과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형태에 정치 사상들을 비추어 보았을 때, 많이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공화정(Republic)이라기 보다는 귀족정(Aristocracy)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굳이 정치 사상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이상한 점이 많은데, 정작 이것을 문제로 들고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보고도 안 본척, 실제로 잊어버리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저에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곳곳에서는 작은 움직임들이 있겠지요. 각자의 모양으로.. 응원의 메세지를 드리고자 댓글을 남깁니다.
    저는 마땅한 블로그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즐겨찾기로 해 놓고 자주 들리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교환학생의 생활 및 읽은 책의 소감 정도를 종종 올리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4.10.03 05:54 신고

      우리나라의 정부형태는 정치 사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몽테스키외의 발견은 획기적이었지만, 플라톤의 정치철학에 대한 근대적 주석이라고 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플라톤의 영향력은 헤겔과 마르크스에게까지 파고들었는데, 프랑스혁명의 영향력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님의 질문에 답하려면 너무나 많은 것을 언급해야 하는데, 제가 최근에 올리는 글들이 님의 질문에 답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습니다.
      현대의 언어적 빈곤 때문에 최대한 쉽게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지만, 아무튼 느리더라도 진행해갈 생각입니다.
      정치철학이 사라지면 수단과 방법만 남습니다.
      헌데 수단과 방법은 언제나 기득권의 것이었기에 민주주의는 허울 뿐인 것이 됩니다.
      현재의 세계가 그러합니다.

      정치에 관해 이해하려면 이론물리학을 반드시 공부해야 합니다.
      다윈의 진화론과 스펜서의 사회진화론도 공부해야 합니다.
      또한 미디어에 대한 공부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신좌파는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푸코는 반드시 공부해야 합니다.
      칸트로 대표되는 독일의 관념론과 헤겔과 마르크스, 아도르노의 변증법은 필수고요.
      이것이 어려우면 바우만과 울리히 벡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토크빌과 한나 아렌트도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글을 쓸 때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제 나름의 검증을 거친 책들이라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엉망진창인 우리나라의 정치와 정부의 행태를 이해하려면 결국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압축성장의 신화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정확히 이해할 때 한국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며, 국제관계도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됩니다.

      현대의 정치는 마케팅으로 변했습니다.
      대중매체의 영향이 절대적이기도 했지만, 미국적 정치체계가 미국에만 적용 가능한데 전 세계의 기준이 되면서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정치는 말인데, 이미지를 동원한 마케팅적 요소가 강해지면 정치철학이나 사상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솔직히 저는 너무나 많은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서, 거기서 배운 것들을 글로 풀어내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귀국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빠를 수도 있습니다.






  2. Blue whale 2014.10.03 10:55

    토마스 제퍼슨이 '20년 한 번씩 봉기가 반복되어야 국민의 자유가 유지된다'고 했다던가요....
    요즘 이 말이 자주 생각이 납니다.
    진보와 민주주의가 죽는다는 것은 사람이 죽는다는 얘기인데 말입니다.
    세상이 달라졌으니 봉기의 방법도 달라져야 하는데 뾰족한게 뭐가 있을까요?

    • 늙은도령 2014.10.03 17:57 신고

      로마제국에서는 교육에서 혁명의 정신을 가르쳤습니다.
      유럽에서는 보수와 진보에 대해 가르칩니다.
      자본가 입장에서, 반대로 노동자 입장에서, 이렇게 좌와 우도 가르칩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가 우리처럼 개판이 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념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가기 때문에 우리와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합니다.
      정치인들도 자기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으로 옮깁니다.
      국민들에게 주인의식을 가르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헌대의 민주주의는 폭력적 혁명을 포기한 대가로 구축된 것이기에 주인의식, 즉 민주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가 있어야 합니다.
      사이버 검열 얘기가 유럽에서 나왔다면 나오는 순간 검찰총장부터 대통령까지 살아남기 힘듭니다.
      주인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건드리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3. 중용투자자 2014.10.03 14:05

    힘을 가진 사람들이 진보적 가치를 실현해야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가니 답답할 뿐입니다.

    • 늙은도령 2014.10.03 17:58 신고

      네, 기득권에 오르면, 자신처럼 기득권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정치가 허용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그것이 기득권이 자신의 힘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4. 협궤 2014.10.03 19:11

    정치적으로 고엽제 피해자들 이용하고 다문화, 탈북자, 가난한 노인들 이용하는 그들은 뭔지...

    • 늙은도령 2014.10.03 20:37 신고

      정말 치사하고 파렴치합니다.
      모두를 돈으로 움직이게 만듭니다.
      빈곤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것도 하도록 만듭니다.

  5. 2014.10.04 16:44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4.10.04 21:44 신고

      폭력혁명을 일으킨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프랑스혁명부터 지금까지 모든 혁명이 다 실패한 이유가 그 이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대체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현대의 혁명은 사회적 합의에서 나옵니다.
      대중매체를 보지 않고 공동체를 이루어, 그것을 넓혀가는 것과 압도적인 선거에서의 승리를 거두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다른 어떤 것도 불가능합니다.
      세계화라는 것이, 국가라는 조직이 폭력혁명으로 무너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민의 90% 이상이 들고 일어난다고 해도, 그 다음의 정치체제를 어떻게 해서 국가를 운영할지, 소규모로 분리해서 운영할지, 사회의 기능을 최대화할지, 재산 분배는 어떻게 할지, 세금은 어떻게 할지, 외교와 경제는 어떻게 할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폭력 혁명만 성공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은 정치의 문제입니다.

  6. solphy 2014.10.04 22:42

    원론적인 말씀을 이해는 하지만 전 생각이 다릅니다.

    그 이후를 없다고 생각하시는건 지나친 염려와 기우라고 봅니다.

    꼭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을 버리면

    세상에는 젊고 똑똑하고 정직하고 양심적인 사람 널렸다고 생각해요.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이 들어가면 자기역활 충분히 합니다.

    선생처럼 소극적이라면 현상태를 루지하고 1번만 찍는게 답 이지요. 그걸 오합지졸이라고 하면 실례는 되겠지요. 그러나

    생각만 한다고 되는게...글쎄올시다. 뭐가 있을까요? 계획이 완벽하다고 계획대로 되나요??

    세상은 모든게 변수인데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안 가본 길을 가보신 적이 한번도 없나봅니다?

    • solphy 2014.10.04 22:45

      오타요...

      선생처럼 소극적이라면 현상태를 루지하고
      유지하고

    • 늙은도령 2014.10.05 03:43 신고

      국가를 운영하는 청사진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줄어들어야 했습니다.
      젊고 똑똑하고 정직하고 양심적인 사람들이 널려있다면 어떻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새누리당이 연속해서 승리합니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한 개인의 인생과 국가라는 거대 조직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삼성과 현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정직하고 바르지 양심적이지 않아 부를 독점하는 줄 아십니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악마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면 조직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 5000만 명 중에서 누구에게 일을 맡기면 나라가 잘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들을 어떻게 검증합니까?
      그래서 이념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념이 확실해야 정치적 사안이 나왔을 때 어떤 인간이 맡던 이념이 지향하는 쪽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이념이 인간의 정신과 이성에 달라붙어 있을 정도가 돼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저 추상적인 생각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인류는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안 가본 길을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요?
      인생을 살면서 가볼 수 있는 길을 다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래란 것이 모르기 때문에 미래인데 미리 정해놓고 길을 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변수들이 널려 있는데요.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예상하지 못한 길이건 예상했던 길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어떤 길이든 가는 게 인생입니다.
      님의 질문은 성립 자체가 안됩니다.
      모든 인간이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길을 갑니다.
      미래를 알아도 똑같은 지점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인간과 사회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안 가본 길로 가는 것은 모든 인간이 다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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