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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탄핵의 요건으로 본 박근혜와 노무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탄핵소추를 당했는지 구태여 이명박과 비교할 생각은 없다. 그 자체가 고인에 대한 폄하며 명예훼손에 해당하니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무능력과 무책임의 끝판왕으로 등장한 박근혜와 이 땅의 민주주의가 다시는 후퇴하지 못하도록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자제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한다는 것은 김진태를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정치권은 이랬다.

     

국민은 이렇게 대응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오른 후 대한민국을 수렁 속으로 빠뜨린 것도 모자라 자국의 영해에서 304명의 국민이 바다 속에 수장되는 데도 제대로 된 사후대처도 안했고, 공천권에 노골적으로 관여하고, 국민을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삼권분립마저 무시하는 박근혜에 비해 터무니없는 이유로 탄핵에 처해졌던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은 최소한의 의미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위키백과에 나오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하게 된 내용부터 살펴보자. 그런 다음에 박근혜의 발언들을 비교해 보자.  



  • 2004년 2월 18일 : 노무현은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 가진 합동회견에서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라고 발언하여 특정정당 지지를 유도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 2004년 2월 24일 :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또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발언하였고 이로 인해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위키백과에 나오는 두 가지 발언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과잉해석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발언을 살펴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통치행위를 넘어서는 수준에서 구체적인 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의견 표현에 해당하며, 소수 정당 출신의 대통령으로서, 그것도 당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개헌저지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소속 정당의 지지를 유도한다는 논란을 일으킬지언정 통수권자에 대한 탄핵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발언도 마찬가지다.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와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는 발언은 당적을 보유한 대통령으로서 소속정당의 승리를 기원하는 일종의 희망사항을 말한 것 뿐이다. 문제의 발언이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에 위반된다면 모든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에 당적을 상실해야 하며, 당청정회의도 진행해서는 안 된다. 이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로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도 반한다. 



                                                                       YTN 방송화면 캡처



다수당제를 채택한 어느 나라도 대통령의 완전한 정치중립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국정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총선과 대선을 통해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이 불가능해진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실종된 책임정치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설사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에 대한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 해도 이런 정도의 발언으로 탄핵소추가 진행된다는 것은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다. 



박근혜의 경우 손수조 후보와의 유세차량 동승, 김황식 서울시장 후보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전한 박 대통령의 발언, 배신의 정치와 국민의 심판 운운하며 공천권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 등은 특정 정당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발언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보다 선거중립의무에 더욱 위배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위원장 시절에 광주 서구청장 행사에 참석한 것 때문에 선관위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천양지차의 법적용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가 대통령에 오른 이후 대한민국의 보수화가 만들어낸 모순의 극치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입에 달고살았던 법치주의(법에 의한 지배)의 일관성에서도 한참은 일탈한 집권 세력의 횡포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가는 길에 총대를 맨 선관위의 대응도 권위주의 독재시대에서나 가능할 법한 행태다.  





하긴 교사이기에 앞서 한 명의 국민이자 시민인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250명에 이르는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사법 처리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고, 최대 노총의 위원장을 소요죄로 구속하고 기소하는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나 퇴진의 '탄이나 퇴'라는 발언을 꺼내는 것조차 불경에 해당한다.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라는 현대국가의 두 가지 기본축도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예 무용지물이 됐다.   



역사상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악독한 정부를 지켜보면서,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면 내일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무고한 국민들이 이곳저곳에서 얼마나 죽어나갈까, 경제를 살린답시고 경제의 근간마저 뒤흔드는 정책을 들고나오지는 않을까,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탐욕스러운 세상에서 또 얼마나 좌절하는 것은 아닐까, 민주주의마저 파괴한 채 독재로 회귀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보면 도무지 숙면을 취할 수 없다(죄지은 것이 많아 잠이 오지 않는 박근혜와 비교하지 말 것!!). 



노무현 대통령이 농민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공권력에 두 명의 농민이 사망하자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잊지 못할 내용을 다시 한 번 회상하면서 이번 글을 마칠까 한다.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도 불법폭력집회니, 테러리스트니, 소요죄 적용이니 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넘기려 하는 박근혜에 비해, 특수한 공권력인 경찰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공권력의 남용을 비판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차이는 이것만으로도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난다.



저의 이 사과에 대해서는 시위대가 일상적으로 휘두르는 폭력 앞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힘들게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의 사기와 안전을 걱정하는 분들의 불만과 우려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식을 전경으로 보내 놓고 있는 부모님들 중에 그런 분이 많을 것입니다. 또 공권력도 사람이 행사하는 일이라 자칫 감정이나 혼란에 빠지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인데, 폭력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이 이와 같은 원인된 상황을 스스로 조성한 것임에도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공직사회 모두에게 다시 한번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