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어떻게든 틀어막으려 했던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의 하청수사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습니다. 검찰은 대통령 자신이 찌라시라 규정한 문건을 남북정상회담회의록보다 더 중요한 대통령기록물로 승격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법원이 한 경위와 최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에 이어 조응천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한 것은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무리인지 말해줍니다. 조응천과 박관천의 선에서 ‘정윤회 문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검찰의 하청수사는 이제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습니다.
헌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청와대와 검찰이 곳곳에 허점이 숭숭 뚫려있는 수사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문건을 유출한 박관천 경정의 구속영장은 받아들였던 법원이 ‘정윤회 문건’에 대한 수사를 대충 마무리 하려는 검찰 수사에 두 번이나 제동을 건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영장과 증거의 내용으로만 판단하는 법원이 특별한 의도를 가졌다고 보는 것은 견강부회이지만,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기각될 정도로 검찰의 범죄소명이 부족했다면 추론의 근거를 검찰의 무리한 하청수사에서 찾아야 함은 당연할 것입니다. 검찰의 무리수는 당연히 대통령과 청와대로 올라갑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을 지키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면, 자신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권의 운명을 네 사람에게 걸만큼 비중이 막대하다면 모를까, 대통령과 검찰의 무리수를 설명하기 힘듭니다.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의 능력이 그토록 막강하다면 ‘정윤회 문건’을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러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권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정윤회 문건’을 허술하게 관리해 이런 사단을 자초했을 리 없습니다.
필자가 이쯤에서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최악의 궁지로 내몬 것이 세월호 참사였다는 사실입니다. 대국민담화에서 눈물의 포퍼먼스를 보일 만큼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에 치명적 부담을 안겼는데, 그 중의 핵심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입니다.
조응천의 말처럼 ‘정윤회 문건’의 60% 정도가 사실이라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넘지 못할 산은 아닙니다. 최악의 경우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김기춘 비서실장을 버리면 그만입니다. 찾고자 하면 보수 진영에도 능력 있는 엘리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의 ‘7시간의 미스터리’와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의 진실 여부와 관련이 있다면, 국정원과 군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간신히 넘긴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해도 탄핵이나 하야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두 번에 걸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정윤회 문건’의 핵심은 청와대에서의 유출과 유포가 아니라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입니다. 검찰이 이것에 대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한 ‘정윤회 문건’은 상설특검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으며,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국민이 알고 싶고, 알아야 할 것은 ‘정윤회 문건’의 유출과 유포가 아니라 그 내용의 진위 여부임에는 추호의 변함도 없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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