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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윤제균 감독에 대한 반론



언론 인터뷰를 피해왔던 윤제균 감독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국제시장>에 얽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윤제균 감독은 손석희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국제시장>을 만든 의도와 그에 상반되는 평가들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나름의 변론을 내놓았습니다.





윤 감독은 <국제시장>의 제작의도가 ‘아버지 세대에 바치는 헌사이자, 세대와 지역과 계층 간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가족영화’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감독으로써 “극장 안에 가장이 자기 아들과 자기 자식과 또 부모세대 또 할아버지, 할머니 3대가 와서” 관람할 수 있는 영화를 목표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윤 감독은 또한 <국제시장>이 “거시적인 현대사에 대한 어떤 정치적, 사회적, 역사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던 역사가 아니라 진짜 소박하게 일찍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려고 만든 영화”라고 함으로써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윤제균 감독의 발언이 왜 문제인지, 허지웅의 트위터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음인지, <국제시장>이 얼마나 이데올로기적으로 한국 현대사의 사건들을 선택했는지 밝히고자 합니다. 특히 덕수의 삶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난의 여정으로 그리기 위해 영화의 배경으로 흥남 철수와 파독 광부, 베트남전쟁 등을 선택한 것이 결국은 이데올로기적 장치가 됐다는 것을 설명해보겠습니다.






1950년 12월 15일에서 24일까지 진행된 흥남 철수는 10만 명에 이르는 북한의 피난민이 12만 명에 이르는 중공군을 피해 남하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맥아더의 오판 때문에 중공군에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흥남 철수의 원인으로 덕수 가족의 시선에서 보면 선악의 구분이 너무 명백하다는 점에서 지독히 이데올로기적입니다.



영화의 시작을 흥남 철수로 잡은 이상 <국제시장>은 소련과 미국에 책임이 있는 한반도 분단의 결과로 일어난 한국전쟁을 공산주의 대 민주주의, 가해자 대 피해자, 선과 악이라는 미국에 철저히 경도된 이분법적 사고를 전제로 하게 됩니다. 윤 감독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흥남 철수는 현대 한국사의 비극을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단히 이데올로기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흥남 철수에서 미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 때문에 국제시장까지 흘러들어온 덕수는 미군에서 흘러나온 제품을 팔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맥아더의 오판과 많은 피난민들에게 폭격을 가한 미군은 미화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이데올로기적 면죄부를 받게 됩니다.





서독에 파견된 광부라는 에피소드도 분단된 국가였던 독일을 떠올리게 만들고, 동독에 대해 우위에 있었던 서독의 압도적인 경제력이 통일로 이어진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흥남 철수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가족을 위한 덕수의 희생은 최고조로 오르지만, 또 다른 덕수인 파독 광부들의 비참했던 삶은 거의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파독 광부는 ‘우리의 소원’에서 ‘대박’으로 변질된 박근혜 정부의 통일 아젠다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윤제균 감독의 아버지가 덕수처럼 파독 광부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덕수 세대에 파독 광부가 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윤 감독에게 내재된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은영중에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전쟁은 이라크전쟁과 함께 미국이 일으킨 최악의 전쟁임에도, 흥남 철수에서 국제시장으로 흘러들어와 파독 광부를 거친 덕수의 관점에서 그려졌다는 점이 가장 이데올로기적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라크전쟁보다 더 부도덕한 전쟁인 베트남전쟁이 덕수의 희생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는 점은 어떤 변명을 늘어놓는다 해도 이데올로기적입니다.





베트남전쟁은 원래 프랑스에 대한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국민의 독립전쟁이었는데, 냉전논리를 내세운 미군의 참전, 이를 위해 미국의 꼭두각시를 남베트남(월남)의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것, 나쁜 국내여론을 뒤집기 위해 CIA를 동원한 돈킹만 사건 조작에 의한 확전, 미국의 패배가 확실한 시점부터 베트남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옥으로 만들기 위한 초토화 작전까지 미국 연방정부와 미군의 저지른 전쟁범죄로 가득한 최악의 전쟁이었습니다.



수천 페이지에 걸친 ‘펜타곤 페이퍼’를 보면 미국 연방정부와 미국 국방부, 베트남에 파견된 미군이 저지른 온갖 거짓말과 전쟁범죄(민간인 학살, 한국군이 연루도 나온다)들이 수도 없이 나오는데, 덕수의 관점에서 보면 베트남전쟁은 가족의 부양과 한국의 부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전쟁ㅡ한국 군대와 장사치들이 저지른 범죄는 빠진ㅡ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전쟁 때문에 전후의 일본이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면, 베트남전쟁 때문에 한국이 개발도상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춘 것은 미국의 전쟁범죄에 동참한 한국의 변명으로써는 최상의 것입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을 내세우는 것이 덕수의 본질이라면 베트남 파병을 비판할 여지는 최소한으로 줄어듭니다.



또한 호치민(김구+안창호+여운형)과 그의 군대에 호의적이었던 베트남 국민(심지어 남베트남 국민까지)을 ‘종북’과 동일한 공산주의에 경도된 사람들로 묘사하는 미국식 냉전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덕수를 통해 감독이 그려낼 수 있는 최대치도 전쟁의 위험을 무릅쓴 가장의 희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재미있게 봤던 록키와 람보시리즈는 미국 백인들로 이루어진 전통 보수의 시각(레이건과 부시 정부가 대표적)을 대변하는 근육질 가족영화입니다. 허리우드 영화에는 이런 것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데 <국제시장>은 동원된 한국 현대사의 에피소드로 인해 가장 허리우드적인 가족영화가 됐습니다.



윤제균 감독이 뭐라고 변명을 하던 <국제시장>은 역사적 사건의 이데올로기적 선택 때문에 보수적인 의미에서 잘 만들어진 가족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허지웅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이것이며, 조중동과 보수세력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영화로써 주저함이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윤제균 감독은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국제시장>이 삼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삼포세대와 비정규직 및 실업자가 넘쳐나고 노인빈곤율에 비해 노인복지가 형편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삼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서의 <국제시장>은 중·상류층에서나 가능할 듯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