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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내 경험에서 본 김준호의 코코엔터 폐업



개그맨 김준호가 코코엔터를 폐업하고, 소속 개그맨들이 김대희가 세운 JD부로스로 이적한 것을 보며 필자의 경험상 김준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힘듭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김준호가 후배개그맨을 위해 폐업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나의 사업이야기’에서 밝힌 것처럼 필자가 모 이통사와 전자와 공동사업을 할 때, 상당한 액수의 적자에 시달리다 쓰러져 며칠 동안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적자 때문에 서둘러 퇴원한 필자가 회사에 출근했을 때 직원들의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당시 저는 수억 원에 이르는 대출받은 돈과 주주의 투자금을 모두 날린 상태여서 직원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모 이통사가 선지급한 모뎀비용도 지불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입원한 동안 이통사 직원이 새회사를 차려 그쪽에 모든 것을 옮겨놓으면 그쪽으로 대량주문을 주겠다고 직원들과 협상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저는 기존 주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이에 반대했지만, 탈출구가 없었던 직원들은 이통사의 주문의 액수만큼 저에게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새회사를 차리고 그쪽으로 모든 것을 옮겼습니다. 직원들은 저도 새회사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것은 고의부도나 마찬가지여서 저는 빚을 뺀 모든 것을 넘겨줘야 했습니다. 간경화로 쓰러질 때까지 이것저것들을 팔아 빚의 일부나마 갚았습니다.





실제 고의부도나 폐업은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김준호는 억울하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돈을 들여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었기에 탈출구를 찾았을 것입니다. 담당 회계사가 탈출구를 말해주지 않았을 리 없고, 김준호는 최대한 회사를 살리려고 했겠지만 한계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폐업을 위한 명분쌓기의 수순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김준호는 자신이 바지사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사라진 사장과 회사 설립과 운영에 관해 의논했을 것이고, 지분 15%를 받는 조건으로 개그맨들을 영입했을 것이기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JD부로스를 설립한 김대희도 후배 개그맨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그도 지분 일부를 받았기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김준호가 공개하겠다는 각종 서류는 물리적인 과거의 흔적일 뿐, 서류가 쌓이는 동안 실제 인간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김준호가 위기탈출을 위해 회계사의 자문을 구했고, 김대희와 의논했으며, 후배 개그맨들과 탈출구를 찾기 위한 대화를 나누는 등의 과정은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간경화로 아무것도 못하게 되자 제가 설립한 회사는 몇 년 후에 강제로 폐업됐지만, 빚은 신용불량자가 된 제가 개인파산을 할 때까지 여전히 저의 책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김준호(와 김대희)가 겪었을 고생이 눈에 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폐업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며,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김준호가 바지사장이었고 김대희가 비등기이사였다 해도 무상으로 지분을 받았기에 주주의 투자금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회사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도 김준호와 김대희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대주주인 두 사람이 회사 사정을 몰랐고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후배 개그맨들이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로 투자를 받았다면 실제 사장의 사기에 미필적인 동조를 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물론 투자자들이 김준호와 김대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은 없지만, 새회사의 지분을 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에도 김대희가 세운 회사에 다른 투자자가 있다면 그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유상증자를 해야 합니다. 필자가 김준호의 억울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며, 밀린 세금이 있다면 개인파산을 하지 않는 한 지분을 소유한 만큼 그것도 해결해야 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김준호가 코코엔터를 폐업하고 김대희가 JD부로스를 설립하는 과정에 회계사의 자문을 받았을 것이고, 이에 대해 후배 개그맨과 의논했을 것입니다. 김준호가 정말로 책임을 지려했다면 개그맨과 계약을 해지하되, 회사 폐업은 투자자들의 손해보존을 세워놓고 의논을 거쳐 결정해야 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김준호의 해명을 100% 믿을 수 없는 것이며, 김준호와 김대희는 주주들의 피해보존부터 제시해야 합니다. 후배 개그맨들에게는 추호의 잘못도 없음은 부언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최근에 들어 개그콘서트의 질이 많이 하락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사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투자자 문제만 해결하면 법적 책임은 없으므로 원만한 해결을 기대해 봅니다. 후배 개그맨들 잘 보살피고 챙기기를 바랍니다. 두 번 실패하지 않으려면 회사의 자금 흐름은 직접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투자자와 후배 개그맨들에게 회사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십시오. 지분도 나눌 수 있으면 막강한 후배 개그맨들과 나누십시오.  





모든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없으며, 회사가 안정된 다음에 사업 아이템도 늘려가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경영노하우를 배워야 하고, 자금과 인사관리에서는 철저하게 경영자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회사를 차리면 아마츄어적 발상은 버려야 합니다. 모든 아이디어는 회의적으로 접근한 다음에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한 시험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자금과 인사를 함께 살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가장 잘하는 것이 회사의 꾸준한 수익원이 됩니다. 그것을 최대화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파생되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늘려가는 방법은 그렇게 했을 실패확률이 가장 적습니다. 앞선 선배들이 회사를 차려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들을 모두 다 살펴보십시오. 거기에 보통 해답이 있기 마련이며, 고정비를 수익과 대비해 항시 조절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