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는 또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딴지를 걸었고, 해수부는 세월호특위의 인양보고서 공개를 거부했다. 제창이 아니라 합창만 가능하다는 보훈처의 결정은 비정상의 극치이고, 보고서 공개가 인양업체 입찰에 악용될 수 있다는 해수부의 논리는 비이성의 극치이다.





민주정부 10년을 빼면 5.18광주민주화항쟁은 언제나 반쪽의 역사였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세월호 참사는 진실규명조차 허용되지 않는 해상교통사고에 불과하다. 진실이란 파묻혀 있고 수장된 것이어야 하고, 정의란 불편하고 귀찮고 하찮은 것이어야 한다.





5.18항쟁은 체제를 전복하려던 폭동이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좌파의 해방구여야 했다. 세월호 유족은 한몫 챙길 수 있다면 자식의 목숨을 버릴 수 있는 부모이고, 세월호 집회는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종북좌파의 체제 전복 시도로 변질됐다.





진실은 규명되지 않을수록 보수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정의는 실현되지 않을수록 보수 반동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수천 명이 진압군의 총칼에 죽었건, 수백 명이 정부의 부재로 죽었건 진실을 규명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보수진영과 기득권의 이익에 반하면 기각돼야 마땅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한민국은 진실과 정의가 폄하되고 왜곡되고 비난받는 야만의 시대다. 제1야당은 광주 정신의 계승을 두고 그들만의 소유권 분쟁이 한창이고, 박근혜 정부의 당정청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노골적이고 비열한 방법으로 가로막고 있다.





수구와 극우 반동의 경연장인 대한민국은 역사를 거슬러가며, 돈과 성공과 물질만능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퇴행도 서슴지 않는다. 보수화되지 않는 모든 것에 기독교 우파와 정치경제적 기회주의자의 폭력이 가해지고, 하나님과 황금십자가를 앞세워 국민의 목숨을 단돈 몇 푼에 거래하고 있다.





역행하고 퇴행하는 길목마다 5.18항쟁과 세월호 참사가 왜곡되고 지워지고 폄하되고 고립되고 있다. 그에 따라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하는 모든 노력들에 빨간색이 칠해지고 고사되고 있다. 1980년의 5월과 2014년의 4월이 역사와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말을 하지 않는다고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기억의 움집에 족쇄를 채웠다고 흔적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혼에 새긴 기억들은 저승에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저 용서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세월의 힘을 빌려 다시 세월 속으로 들어가려 노력했을 뿐이다.

 

 

권력의 심부에서 희대의 추문이 흘러나와

그날의 열망마저 부식시키고 있다.

역사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린 저들의 행태에

어미의 손을 놓친 아이처럼 그날의 공포와 절망이 고스란히 살아나서

썩은 냄새 가득한 오월의 싱그러움에 서럽게 오열할 수도 없다.

 

 

서러운 것은 그날의 진실마저 왜곡하려는 자들의 행태만이 아니다.

무심한 것은 바람과 햇살, 꽃들만이 아니다.

기억하고 위로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이다.

권력의 이름으로 너와 내가 총구를 겨누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날에는 이념을 말하지 않았다.

그날에는 권력을 말하지 않았다.

그날에는 욕망을 말하지 않았다.

그날에는 지역을 말하지 않았다.

그날에는 오직 사람을 말했고 민주주의를 말했을 뿐이다.

 

 

피는 씻기고 씻겨서 이제는 투명해졌다.

분노는 부서지고 부서져 이제는 꽃가루로 화했다.

바람과 햇살에 누그러들지 않을 원망이 있겠는가.

기어코 퇴색되지 않는 슬픔이 있겠는가.

삶은 이어지고 남은 자는 살아가는 법이거늘

그렇게 하나씩 그날의 아픔들을 치유해 가는 것이거늘

 

 

저 광활하고 짙푸른 하늘에 한 점의 구름처럼 떠도는 자들의 눈물이

뚝. 뚝. 그날의 절규처럼 떨어지고 있어도

마음 놓고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부를 수 없다.

1980년 자인하게 짓밟힌 오월의 광주처럼

2015년의 오월이 무력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떠난 영혼들을 부를 수도 없다.

이승과 저승 사이 단 하루의 만남마저 배척되고

역사는 더 이상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날에는 오직 민주주의만 말했을 뿐인데

오늘에는 민주주의조차 말하지 못하고 있다.

 

 

떠난 임들에게

이제는 노래 한 곡 올리기도 힘이 든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그날의 약속들은 지킬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임들에게 노래 한 곡 바치기도 쉽지 않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뉴론♥ 2015.05.18 05:38 신고

    오늘이 5월 18 이네여 중학교 시절 선생들이 애기도 못하던 시절인데
    시간 빠르게 지나가네여

    • 늙은도령 2015.05.18 14:36 신고

      독재시대에는 말하는 것도 막았지요.
      이제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2. 耽讀 2015.05.18 07:52 신고

    전두환 5.18과 이명박그네 5.18은 겉보기에는 다른 것 같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5.05.18 14:38 신고

      네, 같습니다.
      지금이 더 잔인합니다.
      역사의 왜곡을 서슴지 않아 영령들을 두 번 죽이니까요.

  3. 공수래공수거 2015.05.18 09:20 신고

    역사는 진실을 외면하지는 않을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5.05.18 14:41 신고

      진실은 외면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진실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그 일단이라도 밝힐 수 있습니다.

  4. 참교육 2015.05.18 10:27 신고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고아주에 빚진 사람들입니다.
    찌라시 언론은 번죄자고요. 살아가면사 갚아야하는데...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 늙은도령 2015.05.18 14:46 신고

      이제는 왜곡과 폄하의 대상이 됐으니 정말로 문제입니다.
      종편과 일베로 지칭되는 보수 반동의 문화운동이 역사의 진실마저 왜곡하는 지점에 이른 것입니다.

  5. 『방쌤』 2015.05.18 12:13 신고

    역사를 거스르고있다는 그 표현이 왜 이렇게 깊이 와닿는걸까요
    괜히 그 시절에 젊음을 살아가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늙은도령 2015.05.18 14:59 신고

      그때는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제가 그 당시 광주에 갔을 때 광주는 청년이 없는 도시였습니다.
      광주항쟁을 진압하는 계엄군들의 만행은 지금도 반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6. 여강여호 2015.05.18 18:19 신고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국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방기하고 방조한 국가...
    광주와 세월호는 국가라는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광주와 세월호에 대한 확실한 진실 규명만이 우리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척도가 아닐까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5.18 19:52 신고

      네, 그러합니다.
      헌데 보수 반동의 생각 속에서는 정반대가 됩니다.
      저는 최근 그것에 대해 공부하고 사유하고 있습니다.
      보수 반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베라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7. 최홍대 2015.05.18 18:27 신고

    역사를 잊어버리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칼을 겨누는것과 똑같은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5.05.18 19:55 신고

      강자와 승자의 관점으로 각색된 역사가 아닌, 절대다수의 서민들의 관점에서 기록된 역사를 기억하고 똑같은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역사에 기록될 내용부터 다시 골라야 합니다.

  8. 별밤러 2015.05.18 22:55 신고

    제창과 합창이 미묘한 차이 같지만 저는 사실상 5.18 정신을 폄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데요. 아베의 역사왜곡은 잘못됐다 욕하면서 정작 나라안의 민주화 역사에 대해선 왜곡이 판치는.. 그런 부분부터 고쳐나가야 국민에게 떳떳한 국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5.05.19 00:27 신고

      제창과 합창을 따지는 동안 5.18의 본질이 가려져 버렸습니다.
      군부독재와 새누리당의 전신이 자행한 폭력과 학살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프레임 설정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을 말합니다.

  9. 머무는바람 2015.05.18 23:13 신고

    나이 어린 저도 군대 가기 전까지 5.18을 광주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5.18사태로 배워서 부끄럽습니다.

    • 늙은도령 2015.05.19 00:28 신고

      그게 보수가 정권을 계속 잡았기 때문입니다.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그것이 거져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의미입니다.

  10. Cong Cherry 2015.05.19 16:20 신고

    고개숙여야 할 사람은 떵떵거리며 살고, 모두를 위해 희생된이의 가족은 눈물 훔치느라 고개를 들 힘조차 없다는게...

    • 늙은도령 2015.05.19 23:56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제1야당과 지식인들, 교수들은 다 어디 있답니까?

  11. 일루와봐 2015.05.21 22:08 신고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흔들리지 않고, 멈추지 않으려고 저라도 노력합니다.
    (도령님께 큰 힘을 얻는 답니다! 으쌰)

    • 늙은도령 2015.05.21 22:49 신고

      네, 새날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