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경제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면 될수록 주민들은 점점 더 냉소적이 되고 훨씬 더 보수적으로 바뀌어간다는 것이다‧‧‧보수 반동은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20세기에 이룬 진보적 성과를 전부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ㅡ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에서 인용




이 모든 것은 계급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캔자스 사람들은‧‧‧계급적 적개심은 불타오르지만 그 불만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제적 기반은 부인한다. 보수주의자들은 계급이란 돈이나 타고난 출신성분, 심지어 직업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가장 귀중한 문화상품인 진실성의 문제다. 계급은 무슨 차를 몰고 어디서 물건을 사며 어떻게 기도하느냐의 문제이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를 버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미국 전역의 생산자들은 실업이나 막다른 삶, 그들이 버는 것보다 500배나 많은 봉급을 받는 사장과 같은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문제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캔자스 주는 사회주의(좌파)와 자유주의(진보)가 주정부와 의회를 지배했다. 이런 캔자스 주가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를 거치면서 중도우파를 거쳐 아들 부시와 지금에 이르러서는 극우에 가까운 기독교 근본주의자 우파(미국 건국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티파티가 핵심, 미국 독립운동의 발화점이었던 보스턴 차사건에서 따옴)의 본산이 됐다.





그 출발은 《불경한 삼위일체》를 보면 뉴딜체제와 케인즈 경제학을 뒤집기 위해 신고전파 경제학자를 양성해 미 재무부의 하위공직에 진출시키고, 주요 대학의 경제학과를 점령해가며, 대공황의 기억을 가진 월가의 세대교체를 진행한 60년대의 물밑작업(미국의 우파는 ‘기나긴 10년’이라고 한다)입니다.



푸코에서 시작돼 딜뢰즈와 데리다를 거쳐, 네그리와 지젝으로 이어진 유럽의 신좌파(필자는 이들보다 벤야민과 푸코에서 벡과 바우만으로 이어진 신좌파를 선호한다)는 이것에서 시작해 전 지구적 지배엘리트를 구축한 신자유주의적 제국에 초점을 맞춰 보수우파의 세계 지배(부정적 세계화)를 비판한다. 이런 시각은 서구의 패권이 유럽의 제국주의에서 미국의 제국으로 넘어간 역사적 변천에 주목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가장 미국적인 나라인 대한민국의 보수 반동(이명박근혜 정부를 탄생시켰고,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다)을 이해하려면 유럽적 시각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 이유는 한국의 보수 반동을 이끈 주축이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아들인 친일파(정치적 정통성이 없었던 이승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의 후예와 미국 유학파가 포진한 조중동과 뉴라이트, 기독교 근본주의자 우파 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국처럼 신자유주의체제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고착화된 상태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경제적 이슈(이것은 보수정당과 재계 및 경제연구소의 몫이었다)보다 저소득‧저임금노동자와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없는 이중개념자(중도층), 보수 성향의 여성들을 상대로 정치‧사회‧문화‧교육‧역사적 계급운동을 진행했다.





이것은 ‘엄격한 아버지 모델(미국 우파의 모델로, 한국의 가부장적 가족 모델과 비슷하다)’에 따른 도덕 운동으로 만들기 위해 ‘미국적 가치(건국의 아버지인 청교도의 나라)’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와 미국의 우경화에 성공한 미국의 보수 반동을 한국적 특수성에 녹여낸 것이다.



좌파의 전유물이었던 계급운동을 보수 반동에 녹여낼 수 있었던 것은 경제를 들어낸 자리에 미국적 가치를 집어넣는데 성공한 미국의 신보수주의자(특히 존 그레이의 《추악한 동맹》을 보라)가 좌파에서 전향한 자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한국의 뉴라이트에도 좌파(이명박 정부에 많았다. 박근혜 정부에는 변절한 동교동계가 있다)에서 전향한 자들이 많았다.



정치적 기회주의자인 이들은 저학력‧저임금 노동자와 이중개념자 중 진보 성향이 약한 남성과 보수 성향이 강한 여성들을 공략하는 언어 선정과 프레임 설정에 정통한 자들이어서, 진보좌파가 기업과 고학력 엘리트(이른바 강남좌파)에게 접근하는 동안 전통의 진보좌파 지지자들을 잃어버렸다. 



집권경험이 있는 제1야당을 제외한 전통의 진보정당들이 이들의 공격을 막아낼 여력도 없었고, 이석기의 내란음모에서 통진당의 해산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처럼 한국의 보수 운동은 민주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는데 성공했고, 오세훈 덕분에 진보적 가치인 의무급식이 쟁점이 된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모든 선거에서 승리하는 역전을 이루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5.05.22 08:10 신고

    2016년과 17년은 대한민국 100년은 아니지만 한 세대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진보개혁세력이 의회권력와 행정권력을 잡지 못하면 30년 이상은 집권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유시민 말처럼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보개혁세력은 불리한 선거환경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보수는 하나만 같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진보는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싸운다고 합니다.
    깊이 새겨야 합니다. 싸워야 할 대상은 수구기득권인데, 진보개혁세력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수구기득권이 견고합니다. 이를 깨지 않고는 희망은 없습니다.

    • 늙은도령 2015.05.22 14:36 신고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와 프레임 전쟁, 도덕의 정치 등의 레이코프의 책을 보면 진보가 무엇을 실패했고 보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물론 그의 책이 절대는 아니지만 비슷한 연구들이 최근에 들어 봇물터지듯나오는 것을 보면 진보도 정신 차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북한 변수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 진보세력이 무능력한 것도 있지만,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박지원, 김한길, 안철수, 조경태, 박영선 같은 자들이 당을 보수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2. 뉴론♥ 2015.05.22 08:14 신고

    언젠가는 많이 변화되는 세상이 올거 같지는 않네여 일본의 뒤를 겉게 되겠지여
    나이든 사람만 많고

    • 늙은도령 2015.05.22 14:38 신고

      일본만큼 잘 갖춰진 상태에서의 잃어버린 20년이면 대환형입니다.
      일본은 내적 튼실함이 어마어마한 나라입니다.
      전 세계에서 정치가 가장 형편없음에도 선진국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도 그들이 기본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5.22 08:42 신고

    첫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경제상황이 악화될수록 주민들은 보수적으로 바뀐다는 말..

    일견 지금 우리 상황과도 틀리지 않네요
    겉으로는 민생경제를 외치고
    공안총리를 앉혀 다음 총선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5.22 14:39 신고

      최근에 와서 확정된 사실입니다.
      히틀러의 경험이 보다 정교해진 것입니다.
      우리가 잘 모르지만 신자유주의 50년이 세상을 완전히 보수화시켰습니다.
      그 핵심에 보수 반동의 역사가 있는데 이를 이해할 때만 반격이 가능합니다.

  4. 박군.. 2015.05.22 10:13 신고

    제가 보기에는 일본 따라잡을 것 같네요 안좋은 것만요

    • 늙은도령 2015.05.22 14:40 신고

      일본 근처에도 못갑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 30년으로 이어져도 선진국에서 탈락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공적 투자가 완벽히 이루어진 나라라 한국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아베가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것도 일본이라는 나라의 저력 때문입니다.

  5. 머무는바람 2015.05.22 12:59 신고

    아 진짜 한국 모습 참나
    한숨만 나오네요

    • 늙은도령 2015.05.22 14:42 신고

      어차피 한 번은 거쳐할 과정입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입니다.
      여기서 이겨야 합니다.

  6. 하늘이 2015.05.22 16:01

    진보안에 보수화된 기득권과의 전쟁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그들의 저항이 너무 강하다는게 지금 다 드러나고 있습니다ᆞ그래도 지금 이 문제가 드러나서 다행이기도 하지만 과연 깰수 있을까 염려됩니다 ᆞ

    노무현과 같은 강한 투지가 필요한데~♡

    • 늙은도령 2015.05.22 18:00 신고

      돌파해야지요.
      반드시 돌파해야 합니다.
      기득권세력을 몰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야당이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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