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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과 김무성에 적용된 차별적 프레임



프레임 재구성은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 것에 접근하여 이를 의식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것이 일반 대중의 담론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반복하는 일에 가깝다. 이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부단한 과정이며, 반복과 집중과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ㅡ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인용





이번 글에서는 프레임이 어떻게 설정되는지, 설장된 다음에는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한 가지 예를 보여주려고 한다. 본질적으로 똑같은 정치행위를 하는 데도 프레임을 설정하는 언어 사용에 따라 그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것을 이번 예에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이 당대표가 된 다음 이승만과 박정희 모역을 참배하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 것과 김무성 대표가 보궐선거 승리 이후 5.18기념식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에 참석한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정치행위다. 두 사람은 ‘국민 통합’을 내세워 상대편 유권자에게 다가간 것이다.



행위가 같은 것처럼 두 사람의 목표도 동일하다. 겉으로는 ‘국민 통합’을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총선 승리를 위한 외연확장을 위해 상대편 유권자에게 다가갔을 뿐이다. 두 대표의 목표는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나 신념을 기준으로 한 ‘국민 통합’으로,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헌데 문재인의 정치행위에는 ‘광폭’이란 단어가 붙었다. 한글화된 한자에 아무리 무지하더라도 ‘광폭’이란 단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을 사람은 없다. 문재인이 아무리 ‘국민통합’을 외쳐도 그의 행보는 폄하되고 왜곡돼, 그 진실성과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김무성의 행보에는 ‘통합’이란 단어가 붙었다. 그는 이념갈등과 역사전쟁을 부추겨 국민을 분열시키는데 혁혁한 공로가 있는 정치임임에도 불구하고, ‘통합’이란 긍정적인 단어 때문에 행위의 진실성이 뻥튀기 된다. 그가 5.18기념식과 노통의 6주기 추모식에서 물세례를 받은 것은 뻥튀기를 핵폭탄급으로 부풀려준다.



단 두 개의 단어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창출된다. ‘광폭’과 ‘통합’이란 단어를 문재인과 김무성이란 인물을 빼고, 단어 그 자체의 의미로만 보라. 둘 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은 ‘광폭’이란 단어 때문에 자신의 장점마저 죽어버렸고, 지지층의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보궐선거의 승리 이후 박근혜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힘이 세진 김무성은 ‘통합’이란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붙음으로, 그럼에도 옹졸하고 증오에 빠져 있는 진보진영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포장돼, 하나의 신화를 형성해가게 된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어떤 치욕과 위험도 감수하는 담대한 영웅처럼.





모두가 기레기인 언론들이 이런 편파적인 단어 선정을 통해 문재인에게는 지지층의 반발까지 불러오는 부정적인 이미지 강화된다. 그것이 문재인에게 투영된 보수의 프레임이 보편화되는 방식이다. 문재인의 정치행위는 광폭이란 단어에 붙은 이후 보궐선거의 패배로 해당행위로 변질되기에 이르렀다. 문재인이 사면초가에 빠진 것의 출발은 ‘광폭’이란 단어에 있다.



김무성에게 과도할 정도로 유리하게 붙여진 ‘통합’이란 단어는 그가 박정희 신화의 후광이 있고, 선거여왕이라는 신화를 가진 박근혜와 맞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도자로 승격시킨다. 문재인과 똑같은 정치행위를 한 것이지만, 그의 행보에는 ‘통합’이 붙어 지난날의 잘못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중동과 종편이 이끌어가는 보수 반동 세력의 차별적 프레임 설정능력은 귀신도 곡할 노릇이다. 진보는 보수의 프레임에 끌려들어가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정책을 비판했지만, 이런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것은 보수의 프레임이라, 보수 성향이 강하거나 진보 성향이 강하지 않은 이중개념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무성의 지지율 상승과 문재인의 지지율 하락이 그 증거다.



이런 단어 사용에 의해 프레임이 고착화되면 승패는 그것으로 결정난다. 문재인이 해야 할 것은 이런 보수 반동의 프레임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진보 운동의 가치와 신념, 도덕을 담아놓은 프레임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문재인은 듣는데 강한 것을 넘어 말할 때 자신만의 프레임을 활성화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광폭’과 ‘통합’이 주는 차이는 프레임을 전복시키지 않는 한 절대 극복할 수 없다. 문재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 신념을 드러낼 수 있는 언어 사용에서부터 기레기 언론들의 편향되고 왜곡되고 파렴치한 언어 사용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판을 바꾸려면 포용과 화합 이상의 리더십과 헌신과 용기, 지혜와 신념을 담아낼 수 있는 프레임 설정이 필요하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