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사람들이 거짓말을 믿는다면 - 그리고 모든 기록들이 그렇게 되어 있다면 - 그 거짓말은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되는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ㅡ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인용




참여정부 때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난 듯했던 국정원을 유신시대의 중앙정보부(이하 중정)로 돌려놓은 자가 이명박의 오른팔 원세훈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사기꾼인 이명박이 불법과 부패, 비리로 얼룩졌던 자신의 임기 전체를 세탁할 수 없어서 원세훈을 국정원으로 보냈다.





이명박의 특명을 받은 원세훈은 ‘음지에서 조작해 양지를 망가뜨리는’ 중정의 DNA를 되살려내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중정으로 돌아간 국정원은 미래를 지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원세훈의 지휘 아래 국정원은 박근혜를 대통령에 올리는 대신 이명박 퇴임 후의 안전을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군 사이버사령부도 끌어들였고, 국가권력기관들의 협조도 끌어냈다. 상당 부분을 삭제할 수 있어서 더욱 효과적이었던 어마어마한 양의 사이버공작을 통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다. 박정희의 후광을 빼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박근혜를 대통령에 올리려면 무슨 짓인들 해야 했다.





특히 TV토론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떨어졌고, 국정원녀 댓글사건까지 터지면서 대선 흐름이 박근혜 우세에서 문재인 우세로 뒤바뀐 날의 한밤중에 벌어진 정치공작은 국정원의 신화로 기록될 것이었다. 박근혜 캠프와 새누리당,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이 총동원돼 서초경찰서장이 강행한 한밤중의 기자회견은 지지율 역전의 골든크로스를 반나절 만에 뒤집어버렸다.



이 모든 것을 총 지휘한 원세훈은 수첩공주 박근혜를 제왕적 대통령에 당선시킴으로써 이명박 퇴임 후를 보장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사이버공작만이 아니라,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카카오톡 이용자와 다수의 국민을 감청하기 위한 장비와 프로그램까지 수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음지에서 조작해 양지를 망가뜨린’ 국정원의 정치와 선거개입이 만천하에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1심재판부는 원세훈의 정치개입은 인정했지만 선거개입은 인정하지 않았다. 여왕 박근혜가 채동욱을 찍어내고, 윤석렬의 수사팀을 공중 분해시켜 정치검사로 수사팀을 구성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2심재판부에서는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에 텍스트 파일로 저장돼 있던 ‘시큐리티 파일’이 법정에 제시됨에 따라 원세훈에게 정치개입만이 아니라 선거개입도 인정해 두 사안에 모두 유죄를 판결했다. 이는 지난 대선의 정당성이 무너지는 것이어서,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뜻이 된다.



내일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결정되는 날이다. 박근혜 1년차를 국정원 정치로 얼룩지게 만들었던 원세훈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내려진다. 보수 성향이 더욱 강화된 대법원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반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국정원의 정치와 대선개입이 검찰 수사에서 나온 것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진행됐음을 말해주는 감청장비와 프로그램 수입이 밝혀졌지만, 이것을 판결에 적용할 수 없는 대법원에서 2심재판부의 판단대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부분까지 유죄로 확정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김용판에 대한 판결을 고려할 때 현재의 대법원이 원내대표도 발라내버리는 유신독재의 후계자에게 맞서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대법원이 자신의 아버지처럼 삼권분립도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와 헌법의 진정한 수호자임을 밝힐지 반나절만 지나면 안다.



대법원이 남한과 북한의 명백한 차이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다면, 지옥과 같았던 지난 7년6개월 동안의 끝없는 퇴행을 만회할 수 있는 첫 번째 반전이 시작된다. 내일의 판결에 따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메르스 대란의 책임소재를 밝히는 일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P.S. 내일 대법원이 원세훈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무죄를 판결하면, 새롭게 드러난 국정원의 감청장비 수입과 감청 진행을 추가로 적용해 심리를 다시 해야 한다. 조건(증거)이 바뀌었다면 결과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base 2015.07.15 20:02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천주교 정평위에서 대선 부정선거와 관련해 시국미사와 성명서를 발표하는등 적극적인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몇번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이후 지금까지 중단 되었지요. 그러나 언잰가 다시 시작되겠지요??

    • 늙은도령 2015.07.15 22:18 신고

      정평위에서 일하다가 이번에 은퇴한 신부님과 많은 연락을 주고 받았은데 최근에는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제가 할 일과 정평위가 할 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요.
      간암 시술을 받을 때 병원까지 찾아오셨는데 시간을 내서라도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정평위가 향후 일정도 확인할 겸해서....

  2. 한옥석 2015.07.15 22:09

    잔치를 벌려줘도 놀줄모른 약점많고 배부른 겁쟁이 야당이 밉다.

    • 늙은도령 2015.07.15 22:19 신고

      야당만 탓하기 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십시다.
      야당이 무력하다면 강하게 만들어야죠.
      자꾸 몰아치면 그들도 강해지겠지요.

  3. 참교육 2015.07.16 05:41 신고

    지난선거도 진실을 반드시 밝햐야겠지만 5163부대가 감청기를 도입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만약 오는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면... 생각만해도 몸서리가 칩니다.

    • 늙은도령 2015.07.16 06:13 신고

      보수정부 하에서는 국정원이 언제나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저번 대선의 경험으로 상당한 면역력이 생겼으니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야당도 이것만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승산이 있기 때문에 악착같이 달려들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재인이 지난 대선의 무효를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공격의 강도가 정해질 것입니다.

  4. 공수래공수거 2015.07.16 08:33 신고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것입니다
    0.0001%의 가능성이라도 기대를 해 봅니다

    저도 12월 16일 밤 11시의 그때를 너무 생생히 기억합니다
    일어나선 안될일이었습니다

    그당시 서초경찰서장이었던 최해용 총경은 작년말 경무관으로
    승진했더군요

    • 늙은도령 2015.07.16 13:11 신고

      그러게요.
      오늘 오후로 알고 있는데 언론에서 일체 언급하지 않으니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치개입은 문제가 아니지만,선거개입은 부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야 박근혜가 다치지 않으니까요.

  5. 耽讀 2015.07.16 12:21 신고

    이번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사태를 보면서. 지난 대선은 분명 국가기관이 개입된 부정선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그리고 시민단체가 어물쩍 넘어가면 2017년은 2012년 복사판입니다. 새누리당 후보가 강00 전 의원이 나와도 당선입니다.

    • 늙은도령 2015.07.16 13:12 신고

      원래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까지 수구우파세력들은 늘 선거부정을 저질렀습니다.
      박근혜라고 안 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자신은 모른다 하면서 실제는 이익만 누린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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