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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은 셀프디스나 하고, JTBC는 연성화되고



전통의 지지자와 미래의 지지자들을 욕보이겠다는 것인지, 러브샷이나 '셀프디스'라는 어린내장난이나 보여주는 제1야당의 몰락이 어디까지 갈지 답답할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셀프디스'를 들고 나왔겠냐만은, 반성적 자기성찰이란 내면의 작업이거나 당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 공개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이루어야 할 것은 아니다.  



정치인이라면 수없이 많은 토론을 통해 정치적 능력을 키우고, 시대에 뒤쳐지지 않도록 철학적 기반을 넓히고, 국민에게 보다 유리한 정책과 공존의 삶이 가능한 법률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해야지, 치열한 자아비판도 아닌 한가롭기 그지없는 '셀프디스'로 무한 퇴행 중인 야당이 제자리로 돌아올 방법이란 없다.  





야당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이 보다 정의롭고 공존과 상생이 이루어지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무려 40년 가까이(또는 그 이상으로) 진보적 가치의 성공을 기원했던 수많은 지지자들이 지금처럼 야당에 분노한 적이 없었다. 이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야당의 정체성이 새누리당2중대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



극도로 우경화된 집권세력이 국민의 삶을 뿌리 채 흔들고 있으며, 노동자를 영원한 빈곤으로 내몰고 있으며, 권력기관의 정치화가 도를 넘을 정도로 진행됐는데도 야당은 여당2중대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 단체로 약을 먹지 않는 한 이런 미친 짓거리를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특히 문재인은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마저 파괴시키고 있어(이 부분이 가장 참담하다), 더 이상의 지지를 보내준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카리스마가 있던 없던, 중요한 것은 야당의 대표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한 개인의 품성이 갖는 정치적 한계의 극복이나 실천적 변화가 보장되지 않는 ‘셀프디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메르스가 대란까지 간 것에 대해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메르스 대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편성된 슈퍼추경(국민이 책임져야 할 돈)의 처리에 합의하면서, 야당이 얻어낸 것이란 말장난뿐이다. 법인세 인상이라고 못 박지 않고 정비라고 어정쩡하게 표현한 것은 아무런 강제적 효력도 없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합의에 동의할 수 있단 말인가?



국정원 청문회의 포기에 이르러서는.. 욕만 나온다. 대체 뭐하자는 것일까? 국정원에게 도망갈 구멍을 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밝힐 의지가 없는 것인가? 능력이 안 되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있을 생각이라면 합당하게 싸워라. 현 집권세력이 대화의 상대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협상을 직접 하라. 그래야 야당 전체가 문제인지, 대표가 문재인지 알 수 있을 테니.



JTBC의 보도부문마저 연성화된 상황에서, 대표로서 지금까지 문재인이 보여준 정치적 리더십이라면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한 번 구축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문재인의 리더십을 오랫동안 칭찬했던 필자가 죽일 놈이고 역사의 죄인이다. JTBC의 연성화는 손석희의 한계가 현실화되는 지점(유승민이 발라내지는 것을 떠올려 보라)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문재인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그는 스스로 연성화를 택했고, 현 집권세력의 폭주를 방조하거나 적절히 협조했을 뿐이다. 정치는 생물인데 출발부터 한계를 설정하기 일쑤였으니, 어떤 사건이 터져도 그것을 극대화시킬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문재인 개인의 품성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표로서 문재인이 특정 사안에 한계를 그어버리면 나머지 의원들의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바로 독재다.   



필자는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문재인이 야당의 대표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지속적으로 비판할 생각이다. 박근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정체성을 잃어버린 야당이 그런 바탕을 깔아주었기 때문이다. 고군분투하던 JTBC가 연성화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현재의 야당을 믿고는 정부와 대립각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막장 기레기들의 천국에서 한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경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있는 JTBC 보도본부의 연성화는 총선과 대선에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JTBC 보도부문에 일정 정도 빚을 지고 있는데, 그들이 이자와 함께 원금도 돌려달라고 하면 민주주의는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다(뉴스타파에는 일정 부분 미안함을 전한다. 그들의 고군분투는 독립언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금까지의 문재인은 ㅡ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 해도 ㅡ 대한민국을 최악의 지점으로 내몰고 있는데 일조하고 있다. 야당의 존재이유가 여당의 독주와 불의한 정부의 폭주를 적당히 방치하는 것이라면, 그 책임은 최종적으로 대표에게 있다. 손석희가 야당을 향해 안스러울 정도로 비판을 지속하는 것도 JTBC의 연성화를 막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정권 교체의 희망이 있을 때 정치는 빛을 발하고 지지자들은 힘을 받는다. 참여와 심의민주주의에 치명타를 가한 텔레비전 정치(국민은 투표권만 가진 시청자로 전락했다)의 문제점을 보완하기도 전에 (일부는 익명성으로 인해, 나머지는 익명성으로 대체된 전자적 참여에 의해) 양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인터넷 정치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지지자를 집밖으로 끌어낼 수 없는 정당은 무용지물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실에서 차라리 노건호에게 희망을 걸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들이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것보다 효력이 없는 추경편성 합의문에서 보듯,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주체는 박근혜와 문고리3인방에 준할 만큼, 야당을 무색‧무취‧무력‧무능의 정당으로 만들고 있는 문재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야권 지지자가 바라는 것은 문재인의 정치적 성공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존엄한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하는 진보적 가치의 실현에 있다. 노무현을 대통령에 올렸다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인양 정치로부터 멀어졌던 방관자적 실수를 되풀이할 생각은 없다. 정체성도 밝히지 못하는 정당과 대표를 지지할 생각도 없다. 나라의 주인은 우리이지 청와대의 세입자와 여야의 국회의원들이 아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