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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비례대표 정수 늘리는 것에 찬성하는 이유



야당 혁신위에서 나온 개혁안 중 모처럼 마음에 드는 것이 나왔다. 비례대표 정수를 늘리는 것이 바로 그 개혁안인데, 이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사표를 줄여 국민의 선택을 최대한 반영하고, 각 직종과 분야, 계층, 세대 등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늘어나 민주주의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선거제도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지역적 승자독식을 만드는 최악의 선거제도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살리고 독식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다원주의적 평등이 밑받침되지 못하면 어떤 자유도, 관용도, 박애도, 평화도, 정의도, 공존도, 상생도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 신뢰도와 국회의원의 특권을 비판하는데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야당 혁신위의 안은 출발이 될 수 있다. 먼저 비례대표 정수가 늘어나더라도 국회예산을 늘리지 않고 특권을 줄으면 된다. 비례대표가 다양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특권도 따라서 줄기 마련이다.



국회가 특권과 비효율, 막장의 대명사가 된 것은 대표성도, 전문성도, 민주성도 떨어지는 특정 직군의 엘리트(검사와 국정원 출신)나 지역적 토호(일종의 지역 귀족)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자들이 의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동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은수미 의원처럼 비례대표가 늘어나면 현 국회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된다.





새정연이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강조하면 정치의 기능이 죽는다고 생각하는) 홍보‧마케팅 기능을 강화해 당의 후진성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다양한 비례대표가 있을 때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지금은 최악의 인물로 구성된) 최고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사전에 다양하고 세분화된 이해들이 당 내부에서 분출하고 조율돼야 한다.



다양한 비례대표들은 과도할 정도로 많은 보좌관, 비서관의 수를 줄일 수도 있으며 당 내 의원 간의 소통을 늘릴 수 있다. 물론 보좌관과 비서관의 수를 줄이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다앙한 이해를 대표하는 비례대표의 영향력이 커지면 정치에 관심이 있는 자원봉사자의 수도 늘 수 있다.



비례대표는 다양한 이해를 대변하기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대한 정치‧사회학자인 퍼트남의 《나 홀로 볼링》을 보면, 방대한 자료를 연구한 끝에 풀뿌리 공동체들이 사라지면서 민주주의가 엘리트와 토호 위주의 과두정치나 전체주의적 성향을 띠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런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조사한 책들은 많지 않지만, 그런 책들은 공통적으로 현대의 민주주의가 풀뿌리 차원에서 벗어나 극소수의 자본과 권력만 대변하면서 최악의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정치 혐오나 무관심은 자본과 바람난 정치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개인주의와 자발적 복종이 갈수록 강화되는 각 세대의 특성에 따른 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정치의 타락과 몰락은 정치인만의 죄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작용했고, 특히 국제적인 자유무역과 직장에 따른 잦은 이사도 영향을 미쳤으며, 거의 모든 사람을 사회와 이웃으로부터 소외시키는 텔레비전과 최근에 들어 양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인터넷도 정치의 타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편의 글에서 너무나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지만, 정당권역별 비례대표의 정수를 늘리는 것이 다양한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인원으로 충원된다면 국민의 절대다수를 대변하지 못하는 현재의 정치는 상당 부분 고칠 수 있다. 국회는 지독할 정도로 권위주의적 남성들로 가득해 최악까지 떨어졌다.



최악의 언론사인 KBS를 비롯해ㅡ이들은 빈부의 차와 상관없이 똑같은 시청료를 내는 국민을 대표하지 않고 정부와 자본을 대표하기 때문에 최악이다ㅡ기레기들이 혁신위의 안을 비판하겠지만, 국회를 거대 이익집단과 특정지역만 대변하는 엘리티들로부터 국민에게 되돌리려면 노동자, 청년, 여성 등의 비례대표 정수를 늘리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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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정치가 개판이라고 비난하고 욕만 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한국의 선거제도와 국회는 철저히 소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들이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언론들이 하나같이 기레기들이라는 면도 크지만, 국민의 감시가 형편없고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를 지지했건 국민도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장점을 도입하자는 혁신위의 이번 안은 지역독점에 기반한 국회의원의 행태와 현실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득권화된 거대양당 구조를 깨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실질적인 다당제로 가는 유일한 길이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끝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국회의원의 출신이 계급, 계층, 나이, 직종, 인종, 성별, 장애 등으로 세분화될 때 하나의 가치만 주장하고 밀어붙이는 전체주의는 불가능해진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에 가보면 국회위원이 지역과 재산, 학벌 등에 근거한 엘리트로만 구성된 나라는 없다. 민주주의는 참여와 합의에 참여하는 대표성이 다양할수록 더욱 힘을 받고, 사회경제적 평등은 강화되고, 정치적 자유는 최대화된다. 



지금처럼 정치혐오와 정치무관심에 기반해 모든 것을 판단하면 정치인들은 국민 전체를 대표할 이유가 없다(기레기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국가를 이끌어가는데 국민의 표나 여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미 체제는 극소수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구축돼 있다. 기술발전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은 민주주의 다양성을 살리던지, 아니면 평생을 자발적 복종에 익숙해지던지 둘 중에 하나밖에 남은 것이 없다. 혁명을 일이킬 수 없다면, 국회의원의 구성을 바꾸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투표율이 형편없고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10% 내외이며, 정치 결사체와 사회가 무너졌는데 국민을 두려워할 정치인이란 없다. 



어차피 기득권에 속하면 최소의 경쟁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데 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짓을 할 이유가 없다. 야당 혁신위의 안은 그런 기득권을 내려놓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의원 교체율이 아무리 높아도 정치가 국민 속으로 내려오지는 않는다. 형편없는 국회의원을 기준으로 구회를 보면 어차피 이런 상태로 계속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천혜의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온갖 불평등과 범죄로 넘쳐나고, 전 세계로부터 욕을 먹고, 최악의 정치를 이어갈 수 있는 것도 기득권화된 거대양당이 정치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출신 대학에 따라 연봉이 결정될 만큼 차별이 일반화된 최악의 국가이고, 대한민국이 그 뒤를 거의 다 따라잡았다. 기득권화된 거대양당이 자본과 언론과 손잡고 정치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성남시의 청년 배당에 대한 기대와 우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