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두려움이고 설레임이다.

이곳에 글을 올리는 것도 이것이 처음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두려우면서도 설레고 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인연들을 만들고, 색다른 경험을 할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미래는 예측할 수 없어서 미래라는 것인데 

그래서 현재만이 실재하는 것이라 했는데 글이란 것은 늘 죽어있는 경험들의 소산이다. 

글이란 쓸 때만이 현재일 뿐, 업데이트를 한다고 해도 생각을 거처 언어로 드러난다는 것에서 늘 죽어있는 경험이다.

글이 기록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나는 미셀 푸코가 『지식의 고고학』에서 한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곳에서의 첫 경험에 대신하려 한다.

20세기 최고의 석학으로 떠오른 푸코는 권력의 해체와 계보학적 분석을 통해 인류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지만, 너무나 많은 추종자로 하여 자신이 지적 권력으로 우상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무려 8년 간 침묵을 했다.

그가 지적 권력으로 자리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자세에서 나왔는데 글 쓰는 사람들은 하나의 참조사항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한 사람 이상이, 의심할 바 없이 나처럼, 더 이상 얼굴을 가지지 않기 위해서 쓴다.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말라, 나에게 거기에 그렇게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지도 말라. 이것이 나의 도덕이다. 이것이 내 신분증명서의 원칙이다. 쓴다는 것이 필요할 때, 이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좌우와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집중포화를 받아야 했던 푸코로서는 일일이 대항할 방법도 없었고, 그런 논란에 빠져들고 싶지도 않아 자신은 오직 글을 쓰는 것으로만 말하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다.

필자도 이와 비슷하다.

쓸 것이 필요할 때, 사유의 결과물을 기록으로 옮겨야 할 때, 이곳에 글을 남김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나는 글로써 말할 것이며, 글로써만 존재할 것이다.

나의 얼굴은 없으며, 신분증명서도 갖지 않고 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에, 나 또한 끝없이 공부하고 보다 깊은 성찰에 이르기 위해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갈 뿐이며, 그것들을 글로써 말할 뿐이다. 

시작은 언제나 사막과도 같다.

자유로운 자만이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며, 언제나 출발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상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을 보기 보다는 현실의 가장 낮은 곳에서 주위를 둘러보려 한다.

죽음에서 시작하면 영원히 살 것이며, 출생부터 시작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출발을 시작한다.

길은 있어서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지나왔기에 길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으면서..

  1. 대한민국 2014.07.09 23:53

    훌륭하신 마음과 강인한 정신...

    항상 끝없이 공부하고, 죽음마저 초월하시는 숭고함..

    도령님의 글들을 보며 많이 깨닫고 본 받고 싶습니다.

  2. 씽ㅡㅡ 2014.07.13 14:28

    우연히 아고라글을 보고 찾아와 즐겨찾기 했습니다~!

    학식과 성품을 본받기 위해 자주 들려서 많이 배워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3. 꼬꼬 2014.08.05 17:25

    도령님의 답글에도 공감을 많이 하고 갑니다.

    글을 써서 남긴다는 것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말. 정말 공감이 갑니다. 역설적이기도 해서 재밌네요. 요즘 인터넷을 통한 광장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는데요. 현실의 시공간 벽을 허무는 새로운 장인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남기고 소통하는게 과연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져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에선 공존을 가장한 혼자만의 세상에서의 독재도 일어나기 때문이죠. 물론 독재라는 것도 작은 세상안에서의 착각이지만 (또 다른 통제는 존재하니까요) 적어도 익명성, 내 인터넷기기의 독점성 등은 내가 작은 세계에서나마 주인이 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좋죠. 독재가 전제된 소통의 입을 통해 실현되는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지..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적어도 도령님글은 도령님의 삶의 방향이 공동체와 이상을 향해 있는듯하여 민주주의의 이상으로 가는 길을 밝히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령님이 앞으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글을 쓰시며 자신의 존재의 길을 밝혀나가시길 응원합니다. 멋지십니다. 전 댓글 하나 달때도 많은 용기를 내야 하던데 이렇게 자신의 삶과 생각을 당당히 보여주신다는 게. 오즈의 마법사에서 허수아비,양철나무꾼,겁쟁이사자가 뇌,심장,용기를 찾는 것엔 얼마나 많은 진실이 담겨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 늙은도령 2014.08.05 18:06 신고

      하나의 사상이나 생각이 정립되기까지 많은 노력과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치열해야 하며, 진실해야 하며, 투명해야 합니다.
      글이 힘을 지니거나 울림이 있으려면 거짓된 것들을 올리면 그것은 독자를 향한 사기입니다.
      삶의 경험과 지적 여정, 성찰의 결과물들을 가장 쉬운 언어로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참모습을 숨기고, 분명한 기준이 없다면 허구의 기록이겠지요.
      글을 쓰는 것이 삶이기에 최대한 투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감사합니다.

    • 꼬꼬 2014.08.08 18:20

      치열하고, 진실하고, 투명할 것. 앞으로 계속해서 곱씹어야 할 말들이겠네요. 많이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4. 덕산 2014.08.11 20:36

    늙은도령님

    늦게나마 감사인사드립니다.
    아고라에서 알게된 후에 이사이트에 와서도 써놓으신 귀중한 글 늘 읽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활짝 열게 해주시고 악덕자본의 진실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더 많은 분들이 깨어날 수 있도록 저도 작은 힘이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늙은도령 2014.08.12 00:37 신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 명씩 깨어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연대의 소중함과 함께 하는 삶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개성이 평등을 기초로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의 세계입니다.

  5. 육펜스 2014.09.01 02:55 신고


    살이와 생각. 이라고
    티스토리 대문만 지어놓고

    이럭저럭 일상으로
    전혀 글을 생산해 내지 못하고있습니다^^


    님의 글들 보다 정독하며
    제 마음자세를 먼저 다듬어봐야할듯 합니다


    좋은 글과 정보들..
    늘 감사드립니다.

  6. 백순주 2015.08.21 15:56 신고

    '나의 얼굴은 없으며, 신분증명서도 갖지 않고 있다.'

    PC로 만나는 세상은 그런 줄 알았습니다. 전 블로그 개설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얼굴이 생기고, 신분증명서도 발급되었습니다. 애써 감추려 했지만 그게 더 어려워 그만 두었습니다.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진심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희망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