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일요일에 탈당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그렇게 예측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때문이다. 첫 번째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의 '공천 컷오프 20%'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박근혜가 총선을 대비한 개각을 단행할 시점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안철수의 정체성이 우파에 있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이유의 교집합에 정체불명의 '낡은 진보'를 타파한다는 중도우파 성향의 신당이 자리하고 있다. 박지원과 김한길처럼 안철수가 주장하는 야권의 정체성이 중도우파에 있다면 '공천 컷오프 20%'에 걸릴 의원들과 박근혜가 제시한 진실한 사람의 기준 때문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할 의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신당의 출범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안철수가 문재인 대표와 만나 담판을 짓지 않은 이유는 (제도권 언론들의 호들갑 속에서) 탈당의 이벤트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철수 입장에서는 문 대표가 안철수의 혁신안을 모두 다 당헌과 당규에 반영한다고 해도 문안박 연대와 문-안 비대위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그의 목표는 문재인 대표의 퇴진이지 공동비대위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철수 뒤에 김한길 있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박지원이 있던,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손학규가 있던, 양보가 더 이상 나올 수 없고, 탈당의 명분도 더 이상 쌓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일요일 기자회견에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예측이다. 여야의 떨거지 의원들을 주워담아서 원내교섭단체의 권한을 확보하려면 이제는 신당 출범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남 민심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멀어졌다면(필자는 호남분들이 그렇게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안철수가 정치적 배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란 국민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일요일 외에는 없다. 안철수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문 대표를 상대로 (각본이 있는 것처럼) 대립각을 높여 갔고, 친노라면 치를 떠는 제도권 언론의 도움으로 원하는 것 이상의 주목을 끌어낼 수 있었다.
안철수가 이번 일요일에 탈당을 선언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히 축적했다. 그에게 남겨진 것이란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며, 제도권 언론의 호들갑 덕분에 목표한 것들을 기대 이상으로 거두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예측이 미래에 대한 것이라 어떤 보장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복기해 보면 이 정도는 그리 과한 것도 아니며, 수준미달의 오늘의 JTBC 밤샘토론(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시민판정단이 패널들보다 한수 위였다)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거듭 말하지만 미래는 예측할 수 없어서 미래다. 그래서 안철수의 탈당 선언 이후에 노풍에 필적하는 문풍이 불길처럼 타오르지 말란 법도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주류들과 쓰레기 언론들은 문재인 리더십의 최대 장점을 오판했기 때문이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리더십은 다르지만, 진화를 이루는 힘은 출발점에서 나오고 그 동질성 때문에 먼 거리를 가도 (분열이 필수적인) 진화의 여정은 통일된 조화를 이룬다.
총선투표율을 감안할 때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은 필패로 가는 길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참이라는 경험적 증가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문 대표의 결단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 미래에 대한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며, 우리 모두는 99%의 절망 속에서도 1%의 희망 때문에 내일이 오늘 같지 않을 것을 믿는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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