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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권은희의 진가를 보여준 오늘의 밤샘토론



오늘의 밤샘토론은 야당에게 불리한 내용이었지만, 권은희 의원의 활약 덕분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표창원 더민주 의원에게는 부담스러웠던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에 관한 토론에서 전체와 부분을 넘나들며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과 최진녕 변호사의 주장에 정확하게 대응한 장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권은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눈에 들어있는 들보는 무시한 채 상대의 눈에 있는 티끌만 탓하고,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는 전희경의 일방통행(표창원이 이것에 대해 토론 말미에 지적한 것은 적절했다)과 박근혜 구하기에만 급급했던 최진녕의 발언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박지원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권은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다. 



특히 박근혜가 푸틴과 회담을 하기 직전에 정세균 의장이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이 잘못이라며 전체주의이고 권위주의적 시각을 강요한 전희경의 발언들을 효과적으로 반박했다. 중국인들을 거지떼라고 폄하한 송영선의 역대급 망발을 제지하지 못해 박근혜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벌점(-1점, 방송재허가를 받는데 치명적인 점수)을 받은 후인지 새누리당에 유리한 발언을 많이 한 사회자의 (어쩔 수 없는) 편향된 발언에도 불구하고 권은희는 야당에게 불리한 토론을 승리(판정단에 한하지만)로 이끌었다. 



표창원은 감정 조절에 실패했던 예전에 비해 상당한 발전을 보여줬다. 상대의 얘기를 끝까지 경청하는 자세와 그런 다음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박근혜의 유체이탈화법을 떠올리는 전희경의 일방통행에 세월호유족과 백남기씨 가족 등에 대해 반인륜적 발언도 서슴지 않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를 예로 들며 새누리당을 비꼰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통쾌하기는 했다.



다만 표창원으로서는 토론을 함에 논점의 도약이 있었다는 것을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전희경처럼 작은 꼬투리를 물고 늘어지며 전체와 본질을 왜곡하기 일쑤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토론할 때는 논점의 도약에 조심해야 한다. 토론 내내 새누리당의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쌩까면서 상대에게 훈시만 늘어놓고 토론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 유체이탈화법의 전희경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전희경 같은 타입은 유시민이나 은수미를 만나면 박살난다. 유시민을 전희경과 비교하는 것은 그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 건너뛴다고 해도, 표창원의 자리에 은수미가 앉았다면 오늘의 토론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13 : 7로 야당이 승리한 오늘의 토론에서 권은희가 오늘의 올빼미논객으로 뽑힌 것은 당연한 결과였지만, 표창원이 마지막에 전희경의 토론자세를 비판한 것은 매우 적절해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전희경과 최진녕처럼 논리가 허약하면서도 사실 왜곡 등을 동원해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하는 상대들과 토론하는 바람에 짜증이 날 수도 있었으리라. 어제의 썰전에서도 전원책이 푸틴과 시진핑이 박근혜를 상대로 한 발언들을 분석·평가할 때 그들의 수준을 평가절하하는 위험한 발언들이 많았던 것처럼, 이땅의 보수들은 꼰대적 본성을 영원히 떨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보수라는 단어 자체가 현재의 상태가 대체적으로 정(正)이라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기득권을 옹호하는 꼰대적 의미를 지닌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정권을 탈환하고 보자. 그 전에 있을 보궐선거에서도 압승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테고. 조선일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박살내고, 김제동도 눈에 거슬린다고 하차시켜버리는 최악의 언론환경에서도 밤샘토론과 톡투유를 놓지 않는 JTBC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