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보낸다. 통진당 해산에 반대했던 필자였지만 이정희 전 대표의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1919년에 민주공화국을 수립한 대한민국의 이념의 좌표에서, 통진당은 맨 좌측에 위치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통진당 해산(김기춘과 황교안이 주도했다!)에는 반대했지만, 박정희 신화의 부산물인 박근혜가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사이코패스인 줄 몰랐기 때문에 이정희의 방식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노무현의 신념이었던 진보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필자지만, 그래서 통진당보다는 정의당에 어울리는 필자지만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나노공학과 뇌과학에 대한 공부가 깊어짐에 따라, 6~15년 정도의 차이로 평행이론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청춘들에 대한 공부가 늘어남에 따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헬조선으로 추락함에 따라, 청춘들이 주도한 68혁명에 대한 공부가 더해짐에 따라 상당 부분 이정희의 방식이 옳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강해지고 있다.
경제가 정치에서 분리되고, 사회의 한 영역에서 뽑혀나와 허구와 탐욕의 세상에 뿌리를 내린 것(칼 폴라니의 위대한 성찰)을 넘어,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정치와 사회를 역으로 삼켜버린 현재의 체제가 N포세대와 빈곤노인, 중년파산을 양산하는 것을 보면 통진당과 이정희가 옳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대한민국을 파탄지경으로 내몬 '박근혜-최순실-김기춘 게이트'를 확인하고도 박근혜 탄핵에 반대를 표한 놈들의 파렴치함과 박근혜가 불쌍하다는 자들의 뻔뻔함을 보고 있자면 통진당과 이정희의 방식이 적절했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적 정부,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가 최소한만 남은 자유시장, 위계서열이 강해서 오너와 최고경영자 및 대주주의 입김이 절대적인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 평등에 적대적인 허약한 민주주의, 시장 우파(정경유착과 민영화가 핵심)에 우호적인 언론환경, 공교육의 붕괴로 신분이동성이 막힌 사회 등을 필수요소로 갖는 신자유주의가 하위 99%의 부를 상휘 1%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통진당 같은 대항세력이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참조).
촛불시민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11월혁명의 진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과정만 놓고 보면 진보적 자유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 필자라고 해도, 반칙과 특권의 기득권세력에 맞서 가장 강력한 대항전선을 형성했던 통진당의 이정희 전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근혜에 관한 한 당신이 옳았고 내가 틀렸다. 이명박근혜 정부에 관한 한 당신이 옳았고 내가 틀렸다.
필자는 촛불시민의 11월혁명이 이전의 혁명들과는 달리 체제혁명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현재의 선진국들은 예외없이 고도성장을 거쳤고 미국(1930~40년대로 유럽선진국보다 10~15년 더 빨랐다)을 빼면 시기도 비슷했지만, 평균 80%에 이르는 고율의 누진세를 포기하는 바람에 고도성장의 열매는 극소수의 수중에서 고이고 쌓여 견고하게 축적됐을 뿐,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다. 오너와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자본이익율이 소득이익율을 훌쩍 넘어 극단의 불평등을 초래한 것도 고율의 누진세를 포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필자가 말하는 체제혁명이란, 이런 고율의 누진세를 바탕으로 "개인이나 가족이 시장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보편주의적 복지가 실현된 체제를 말한다. '만인이 급여를 공급하고, 만인이 의존적이며, 필경 만인이 비용 부담의 의무감을' 지는 그런 사회적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가 실현된 체제를 말한다(G. 에시핑앤더슨의 《복지 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에서 인용).
촛불시민의 11월혁명이 이런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좌측의 맨끝에 통진당과 이정희가 있어야 하고, 반칙과 특권의 기득권세력과 맞서 민주적이고 창의적이며, 진지하면서도 발랄한 투쟁의 지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푸코의 성찰). 칠푼이 사이코패스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던 반칙과 특권의 기득권세력을 무너뜨리고, N포세대와 미래세대들이 무엇도 포기하지 않으며, 빈곤한 노인들이 뒤늦게라도 착취의 대가를 받을 수 있으려면 통진당과 이정희가 필요하다.
늙은도령이란 필명으로 글을 쓴 이래, 필자가 완전히 틀리고 잘못한 것은 이정희 전 대표에 대한 광기 어린 비판이었다. 촛불시민들이 돈을 받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6차 촛불집회만 놓고 볼 때, 232만 명 x 5만원 = 1160억원, 이런 돈을 댈 수 있는 곳은 박근혜 정부와 삼성전자밖에 없다!)이라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박근혜와 새누리당, 시장 우파를 지지하는 현실을 돌파하려면 통진당의 마지막 대표였던 이정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박근혜와 김기춘(공주놀이), 김기춘과 우병우(정부 운영)의 만행과 이원집정부제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통진당 해산에 반대했다고 해도 당신이 옳았고 내가 틀렸다. 이정희 전 대표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촛불시민의 체제혁명 과정에서 당신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황교안을 탄핵하라! #통진당 해산을 무효화하라! #박근혜는 감옥으로! #친박은 단두대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많은 분들의 진지한 토론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 전에 사실 확인부터 하면 RO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로 입증됐습니다. 통합진보당을 공격할 이유 중 핵심이 사라진 것이지요. 선거부정도 유시민의 참여당 출신이 했다고 검찰에 의해 밝혀져 이정희 진영의 책임이 아닙니다. 저도 통합진보당 강령을 모두 다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이념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있습니다. 그것은 헌법에도 나와있는 것이고요.
통합진보당을 해체해야 할 주된 이유들이 모두 다 거짓으로 밝혀졌고, 실제 범죄혐의로 구속된 이정희 진영의 당원도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분명히 한 다음에 찬성하던 비판하던 했으면 합니다. 저는 통합진보당 사태가 발생했을 때 경기동부연합의 역사를 논문과 기사, 증언 등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경기동부연합이 시대에 뒤쳐진 부분이 있지만 그들은 유신독재의 피해자이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저항한 집단이었음도 확인했고요.
선진복지국가로 진입한 국가의 특징이 시민의 혁명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와 농민이 손을 잡고(적록혁명), 시민이 함께 했을 때 혁명들은 성공했고 체제를 일부라도 바꿀 수 있었습니다. 1 대 99사회는 현 체제가 20년만 지속되면 무조건 등장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되면 0.000001 대 99,99999 사회가 등장합니다. 그것까지 고려하면 모두가 동지가 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만 명 안팎의 초슈퍼리치만 인간으로서 신처럼 살 수 있고 나머지는 멸종되거나 최악의 노예로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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