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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특검의 정유라 체포영장, 출생비밀 밝혀질까?


필자는 지난 총선에서 (박정희 신화로부터 최소 35%의 콘크리트지지층을 물려받은) 박근혜가 진실한 사람에게 표를 달라는 등 '국민의 심판' 운운하며 노골적인 선거개입도 마다하지 않은 반헌법적 행태를 보면서 퇴임 이후의 정치적 보험(제1당이 됐을 때 수렴청정도 가능)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명박처럼 국정원 등을 동원한 불법선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총선에서 제1당이 되는 것만큼 절박한 것도 없었을 것이지만, 내각제 개헌과 관련한 박근혜의 반대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시 야권의 분열 때문에 새누리당의 개헌선 확보까지 언급될 정도였기에, 박근혜가 퇴임 이후의 정치적 보험을 넘어 수렴청정까지 꿈꿨다면, 내각제 개헌을 통한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에 반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재집권, 즉 정권재창출이 핵심이라면 대통령제보다 내각제가 훨씬 유리함에도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뜻인데, 박근혜가 염두에 둔 사람이 있지 않는 한 이런 모순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세계일보가 입수·보도했던 '정윤회 문건'을 (김기춘과 우병우의) 정치검찰이 나이스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묻혀졌던 것들이 일시에 터져나왔습니다. 폭로된 내용들은 하나같이 귀를 의심케하는 국정농단과 헌정파괴, 국기문란의 것들로 가득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향하고 있는 곳에는 단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면 '박-최 게이트'는 정유라로 통하고 있었습니다.



김기춘에 이어 우병우에 장악된 정치검찰의 노골적인 시간끌기와 핵심 비껴가기 때문에 '박-최 게이트'의 모든 것이 통하고 있는 정유라는 무풍지대에 머물러 있을 수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정유라가 '박-최 게이트'의 거의 모든 것이라는 필자의 확신은 커졌습니다. 이대(정유라의 학력 세탁)에서 불어온 '정유라 게이트'는 파헤칠수록 '모든 특혜의 결정체'였음이 밝혀졌고, 박근혜 정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삼성전자그룹이 적극적으로 정유라를 후원한 것에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필자의 의심은 여기서 시작됐고, 지난 총선 이후에 묻어두었던 의문이 풀리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정유라가 최순실의 딸이라면 천하의 삼성전자그룹(이재용이 아니라 최지성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최순실이 박근혜를 이용해 수렴청정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밖에서 볼 때의 삼성전자그룹은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절대적 과제라 하지만, 내부에서 볼 때의 삼성전자그룹은 이미 최지성 체제의 이재용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정유라에 목숨을 걸 이유까지는 없었습니다.



지난 3~4년 동안 제일모직을 슬림화(패션 부문을 에버랜드에 팔고, 나머지 부문을 삼성SDI에 판 다음에, 케미칼 부문을 롯데에 팔았다)해서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완성된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모든 언론들이 떠벌리는 합병비율이 정말로 문제였다면 1조원도 날릴 수 있는 것이 삼성전자그룹이라는 것까지 고려했습니다. 삼성전자그룹이 박근혜의 임기 내에 경영권 승계를 끝마쳤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였다면 합병비율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삼성전자그룹은 이건희가 갑자기 쓰러진 직후부터 이재용 체제로 전환(최지성을 내새워 이학수 군단을 모두 다 제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경영권 승계의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기 때문에 비선실세의 딸인 정유라에게 그룹의 운명을 걸만큼 투자를 쏟아부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정유라가 5년 동안만 권력서열 1위(박근혜가 대통령일 때만 가능한 일!)인 최순실의 딸을 넘는 어떤 존재가 아니라면, 국정원에 못지않은 정보력을 지닌 삼성전자그룹의 행태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헌데 '정유라가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최순실이 아닌 박근혜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딸이라면'이라는 가정 하에 '박-최 게이트'를 다시 들여다 보면 거의 모든 것들이 설명 가능해집니다. 삼성전자그룹의 비정상적 정유라 지원도 설명 가능합니다. 심지어 박근혜가 개헌선 확보까지 언급되는 와중에도 내각제 개헌에 반대했던 것까지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박-최 게이트'의 모든 것이 '정유라의 국민영웅 만들기'(박정희를 신화화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로 통하는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칠푼이 사이코패스 박근혜를 '형광등 만 개가 켜진 아우라 여왕'으로 만들어 대통령에 올릴 수 있었다면, 정유라를 제2의 박근혜로 만들지 못할 법도 없습니다. 정유라를 이대에 입학시켰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었고, 삼성전자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면 정유라에게 형광등 10개 정도의 아우라는 마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머지 90개의 아우라 중 상당 부분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등의 활동으로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고요.



여기에 하나 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를 확보했다면 (정확힌 시점은 확정할 수 없지만) 정유라의 정계입문과 제2의 박근혜로의 신비화 작업이 착착 진행됐을 것입니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박-최 게이트'의 본질이 '박정희 신화'를 통해 칠푼이 사이코패스를 대통령의 자리에 올릴 수 있었던 반칙과 특권의 카르텔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정유라를 제2의 박근혜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정유라가 박근혜의 딸이 아니더라도 결과는 똑같고요. 



최소한 박-최 일당은 그렇게 믿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그룹도 (상당한 모험이 따르고, 실패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면 그만인) 이것을 노렸을지 모릅니다(진정한 삼성공화국의 도래!). 세상과 시대가 변했고, 핵심 세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정유라가 '박정희 신화'와 박근혜 콘크리트지지층을 이어받고,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부패 기득권 정치권력의 지원을 받고, 재벌과 언론 및 사이비 지식인의 과대포장으로 신비화되고, 북한의 적대적 공생관계와 국정원의 노골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 제왕적 대통령에 오를 수도 있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박영수 특검팀이 김기춘과 우병우의 정치검찰은 꿈도 꾸지 않았던, 그래서 최순실과 정유라의 자금세탁을 수사하고 있는 독일검찰과의 공조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유라 체포에 나선 것은 너무x너무x너무 늦었지만 박정희-최태민의 합작품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에 다가가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처벌돼야 할 삼성전자그룹을 제일 먼저 수사에 들어간 것도 대단히 좋은 출발이라고 보고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가 어디까지 밝히고, 법원에서 법정최고형으로 일벌백계에 동참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은 헬조선에서 얼마나 빨리, 얼마나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을지 결정됩니다. 촛불이 지켜보고, 명령하고, 전방위로 압력을 가해야 할 것도 이것이고요. 이번에 대한민국을 완전히 개조하지 못한다면 다음의 기회란 없습니다. 내년부터 급격하게 진행될 경제 추락이 대한민국 붕괴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국정원이 보호하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정유라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