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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해찬의 망언 퍼레이드, 문파의 소리부터 들어라

 

50대 후반까지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의 브레인으로 유명했다. 선거 때마다 그의 기지가 빛을 발해 승리의 보증수표 같은 존재였다. 노통이 책임총리로 이해찬을 기용한 것도 이런 기재를 높이산 결과였다. '김영삼의 3당 합당'을 반대한 '송아지 3총사' 시절부터 이어져온 인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지켜본 이해찬의 능력이 책임총리를 맡겨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접대골프 사건만 없었다면 이해찬의 정치 경력이 더욱 화려할 수도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민주당 대표로써 자격이 부족한 부분은 없었다. 

 

 

 

 

헌데, 찢빠와 수구꼴통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문파 최대 스피커 유시민이 '뉴런의 급속한 감소로 뇌의 능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의 사람들이 주요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처럼, 노욕의 이해찬이 민주당 대표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60세 이전에 거두었던 업적 때문이다. 즉, 유시민이 말하고자 했던 것처럼, 과거의 공적들로 해서 현재의 이해찬이 민주당 대표를 하게 된 것인데, 뇌의 기능이 급속히 떨어진 66세라는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민주당의 '회고적 선택(과거지향적 선택)'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과거의 그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망언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6세의 이해찬은 빠르게 변하면서도 대단히 복잡해진 정치 환경의 모든 이슈들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올드해졌다. 진보 엘리트주의의 극단을 보여준 장애인 관련 망언은 이해찬의 뇌활동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말해주는 단적인 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옳다는 선민의식과 누구보다 상황 대처가 뛰어나다는 과거의 자신감을 현재의 뇌가 적절한 단어로 녹여내지 못한 것이 '정신적인 장애인'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이라는 최악의 망언이 나온 배경이다. 하이데가의 주장차럼, 말은 존재의 집이자 영혼이다.

 

 

유럽에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던 진보좌파 정치인들이 지난 4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당에 밀려나고, 그 다음에는 대안 우파(우파 표퓰리즘) 정당들에게도 밀려 권력을 내주는 등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자 각국의 진보좌파 정당들은 문제의 근원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국민을 내려다보는 선민의식과 보수우파 정치인을 깔보는 엘리트주의가 브렉시트 가결과 트럼프 당선이라는 인류 정치사에 영윈히 기록될 2016년의 반란이 가능했다며 이에 대한 반성문을 쏟아내고 있다. 오스트리아사회민주당의 새 당대표로 뽑힌 크리스티안 케른이 2016년 7월의 전당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취임사를 발표한 배경이 됐다. 

 

 

우리는 가장 먼저 진보 정당을 수식하는 단어들을 스스로 지워내야 한다. 우리는 민중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이는 민중으로부터 분리되자는 뜻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민중을 향한다는 기치 아래 무례하고 교만한 모습을 보였다. 마치 민중을 가르치고 인도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민중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는 말 또한 지극히 잘못된 표현이다. 그들이 민중이라면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가 바로 민중이다! 우리가 민중이며 민중 속에 있다. 민중 또한 우리 안에 있다. 따라서 민중과 우리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로베르트 미직 외 《거대한 후퇴》에서 인용).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보 정당의 절박함이, 수십 년째 이어져온 숱한 패배들이 이런 진심어린 반성과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이명박근혜 9년의 역주행을 끝장낸 촛불혁명 덕분에 이땅의 진보 정당들은 내부에 쌓였던 적폐들을 청산하지 않아도 됐을 뿐인데, 원래부터 자신들이 잘해왔고, 그래서 인기도 높았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정치 이슈와 사안에 따른 민주당과 정의당 대표들과 대변인들의 교만한 발언과 질낮은 논평들을 듣고 있자면 우적폐에 못지 않게 좌적폐도 문제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비록 정치적 소수이고, 자신의 퇴진이라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한다 해도, 매주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문파를 대놓고 무시하는 민주당의 고답적인 자세를 보면 이해찬의 망언 퍼레이드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문파의 요구가 지나치다 해도, 이들은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이자 당원이자, 후원을 아까지 않았던 유권자이자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다. 이들의 비판을 듣기 싫어 버스로 장벽을 치고, 단 한 명의 당직자도 나오지 않는 무례하고 고답적이며 소통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면 이해찬의 망언들이 현재의 민주당을 정확히 대변해주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김어준과 함께 만악의 근원인 이재명을 보호하는 배후세력이라고 생각하는 문파의 '이재명 제명 집회'를 정신나간 자들의 염병할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들의 얘기를 듣는 것은 공당으로써의 기본적인 자세다. 문프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지옥에 가서라도 집회를 열 문파를 이렇게 개무시하는데, 동원하기도 힘든 장애인들이라면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까? 홍준표와 나경원처럼 수구꼴통의 병맛들에게 '정신적 장애인'이라며 빅엿을 먹인다 해도 장애인을 낮춰보는 인식의 저열함은 줄어들지 않는다(문프가 대표일 때는 사사건건 대들던 놈들이 이해찬의 최악의 망언에는 일언반구도 없다).

 

 

 

 

탐라를 보면 이해찬의 대변인이자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김현의 경우 자신을 욕한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싸움질이나 한다고 하니, 이게 어찌 집권여당 당직자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힘이 빠질대로 빠진 자한당 하나 다루지 못해, 문프가 자신의 수족을 내주는 결단을 해야 김용균법 같은 민생법안이 통과되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민주당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문프가 민주당 출신이 아니고 노통을 배출한 정당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는데 이제는 문프와 당원들의 뒤통수까지 친다.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으로 단행한 최저임금 인상(두 번째 인상은 집행도 되지 않았다) 때문에 경제가 망가졌다는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바로잡기는커녕 이에 부화뇌동해 문프를 공격하는 하극상까지 서슴지 않는다. 오만과 무지함을 넘어 지지율 추이에 따라 배신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행태는 정권재창출 가능성을 갈수록 떨어뜨리면서 문프의 국정운영마저 더욱 어럽게 만들고 있다. 노빠이자 문파인 깨어있는 시민들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문프마저 노통의 조기레임덕을 되풀이하는 최대의 위기에 처했을 수도 있다.

 

 

현재의 지지율 하락을 분석한 글에서 밝혔듯이, 문프의 국정운영은 작은 실수와 실책은 있었을지언정 상당한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기레기들이 이런 것들은 아예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하지 못할 뿐, 문재인 정부는 뚜벅뚜벅 오늘보다 나은 내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나라다운 나라로 거듭나고 있다. '김어준과 아이들'의 얄팍한 지식과 판에 박은 음모론, 지겨운 말장난으로는 문프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의 연이은 망언 퍼레이드는 내부의 적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극명하게 말해준다. 

 

 

과거의 경력으로 오늘의 권력을 누리는 퇴행적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 너무나 많은 네트워크와 무한대로 세분된 개인화로 인해 세상의 복잡성은 어느 누구도 일괄할 수 없을 만큼 다변화됐고 거대해졌다. 가소성이 떨어져 수많은 신경세표(뉴런)들의 연길이 끊기고, 신피질 곳곳에서 죽어가는 노년의 뇌로는 작금의 디지털 시대의 변화상을 따라갈 수 없고 제대로 된 대처도 내놓을 수 없다. 필자처럼 끊임없이 책을 읽고 쉴새없이 사고하고 매일같이 글을 쓰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65세 이상의 정치인은 주요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 

 

 

몇몇의 예외는 있겠지만, 입을 열 때마다 튀어나오는 망언들을 볼 때 이해찬 대표의 2선 후퇴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능력있고 건강한 젊은피를 수혈해 이해찬 대표의 지적능력 하락을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했듯이, 이해찬의 망언 퍼레이드는 조심한다고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총선의 압승을 원한다면, 민주당 당직자와 당원들의 깊은 고민과 육참골단의 결단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악마의 변호인'이 필요하다.  

 

 

늙고 건방지고 경솔하게 역주행하는 낡은 이미지의 민주당으로써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 수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아무런 생각도, 구체적인 대안도 없을 때 어김없이 내뱉는 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무엇이 문제인지 그것부터 찾아내는 반성적 고찰이 필요하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내지 못하면 민주당의 총선 압승은 불가능하다. 이대로 가면 2013년의 악몽같은 지지율인 19%까지 추락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문파의 주장부터 경청하라. 몸에 좋은 약은 쓰고 듣기 좋은 말은 귀만 즐겁게 할 뿐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지기 일쑤인 듣기 좋은 말로는 아무런 변화와 발전도 끌어내지 못한다. 자신을 가장 심하게 비판할 사람들부터 만나라. 그들이 민주당 지지자라면 귀에 진물이 나올 때까지 듣고 또 들어라. 자신의 생각과 주장, 기대와 신념, 감정만 충족하고 강화시켜주는 확증편향의 반향실에서 나와 민심의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 케네디의 쿠바 침공, 부시의 이라크전쟁처럼 모든 잘못된 결정은 그들만의 반향실에서 강화되고 확신에 찬 낙관을 불러오는 집단극단화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귀에 거슬리는 말부터 들어야 한다. 민주당이 문프의 성공을 돕고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아니, 그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