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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손석희 폭행 의혹을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대한민국 언론인 중에 최고의 권력으로 자리매김한 사람이 손석희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의 기레기 짓거리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KBS가 손석희의 JTBC를 롤모델로 언급할 정도니 그의 성공스토리가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중립적 포지션에 위치시킨 후 인터뷰 상대를 향해 국민의 이름으로 묻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인 손석희는, 종편의 일원이었던 JTBC를 권력의 감시견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언론사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손석희 신드룸을 만들어낸 최고의 언론인으로 승격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잘생긴 외모도 그의 신리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백분토론을 진행한 것이 성공으로 가는 분기점이 됐습니다. 그가 JTBC로 이적했을 때 반신반의했던 여론도 '그라면 가능할지 몰라'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습니다. 손석희에 대한 세상의 믿음이 그만큼 강력했던 것이지요. 이런 세간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그는 JTBC를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신리도를 가진 언론사로 탈바꿈시키는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최순실의 태블릿PC 입수와 보도는 한국 언론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영원히 회자될 것입니다. 그의 성공이 끝을 모르고 이어짐에 따라 안티와 비판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나꼼수>의 폭발적 반응이 반이명박 정서에 힘입은 것이라면, 손석희의 성공신화의 상당 부분도 반이명박근혜 정서에 힘입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둘 사이의 질적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커서 아무런 문제도 될 것이 없었습니다. 손석희를 비판하는 것에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손석희를 향해 폭행죄를 묻겠다는 사람(이하 A씨)이 나왔습니다. 프리랜서 기자라는 A씨는 손석희에게 폭행당한 증거라며 녹음도 공개했습니다. 손석희가 A씨에게 뭔가 약저을 잡힌 것이 있음은 분명합니다. 손석희가 A씨에게 가한 폭력이 3주 진단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님도 분명하지만, 그것을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A씨에게 끌려다닌 것은 너무 이상합니다. 공개된 녹음으로 볼 때 어떤 이유에서인지 손석희가 A씨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로써는 넘지 못할 장벽이 너무도 많습니다. A씨가 손석희를 잡으려면ㅡ그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어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ㅡ그가 접촉사고를 내고도 그냥 가버린 그날, 그의 차에 동승한 사람이 있었는지, 그가 누구였는지부터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안나경 앵커와의 밀애설은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손석희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을 터, 그날의 기록이 남아있다면 확인이 어려울 이유란 없습니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면 미궁으로 빠져들겠지요.  

 

 

손석희가 폭력을 휘둘렀다는 음식점에 CCTV가 없다고 하니 이것도 쌍방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A씨가 손석희와 나눈 메신저 내용도 상당히 애매해서 취업 청탁 혹은 취재 무마의 양쪽 모두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댓말과 존댓말이 오간 날짜와 녹음의 날짜를 비교하면 손석희의 약점이 무엇인지 추측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A씨가 추가 녹음을 가지고 있거나 메신저 대화내용 중 추가로 폭로할 것이 있다면 상황은 급변하겠지요.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할 사안임에도 TV조선과 채널A, MBN 등처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종편을 제외하면 다른 언론들이 추가 보도를 내놓지 않은 채 단신으로 처리하는 것도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스모킹건에 해당하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다른 언론들이 손석희를 상대로 취재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손석희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싶은 많은 언론들이 물밑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음모론과 루머가 양산되기 딱 좋은 대화녹음입니다.

 

 

 

 

A씨가 손석희를 압박하고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밝혀지기 전에는 A씨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양승태 구속으로 보수세력과 자한당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 때에, 아베 내각의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도발행위들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이 때에, 손혜원을 옹호하는 김어준 패거리의 친목질이 도를 넘은 이 때에, 이재명 재판이 한참 진행 중인 이 때에 손석희의 폭행 의혹이 갑툭튀 한 것은 왠지 꺼림찍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보통 손석희 같은 거물을 공격할 때는 검경이 무시할 수 없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김혜경 불기소에서 보듯이 스모킹건이 없다면 검경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손석희라는 슈퍼브랜드가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이상 빼도박도 못할 증거가 없다면 절대 검찰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합니다. 경찰도 JTBC 대표이사 이상의 언론권력(정치권력보다 강하다)으로 자리잡은 손석희를 상대로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볼 때, 손석희 폭행 의혹은 A씨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A씨가 아직 오픈하지 않은 증거들 중에 손석희가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A씨의 무모한 도전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JTBC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에 취힘한 손석희가 뉴스룸 앵커를 계속하는 한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지상파들까지 나서 이번 사건을 취재하지 않는다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인 또는 소수에 모든 것들이 집중돼 있는 조직은 리스크가 대단히 높습니다. 한국 재벌들의 오너리스크가 계속해서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폭행혐의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JTBC를 위해서도, 손석희를 위해서도 다른 앵커로의 연착륙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박항서 감독과 인터뷰했을 때의 손석희 앵커는 대단히 매끄럽지 못했고, 우려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 지금까지 이룩해온 손석희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공개된 메신저 대화내용을 통해 손석희의 뉴스룸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내용들이 늘어난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만에 조중동 세상이 다시 왔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손석희는 문재인 정부가 무능하고 실족을 계속해 조중동이 다시 부활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문프가 무슨 신이라도 된답니까? 미세먼지 보도에서 왜 그렇게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인식의 교만함과 엘리트주의가 언론지형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마저 흐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손석희 주변에서 자꾸 구설수들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인식적 퇴행의 산물인거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그의 추락이.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