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와 빅뱅 등의 기초를 다진 이후, 또는 정상권에 근접한 이후 BTS를 비롯해 남성아이돌그룹은 세계 정상에 올랐거나 근접한 숫자가 적지 않습니다. 후발 그룹들도 착실하게 나오고 저변을 넓히며 세계 시장을 넘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세계 최고의 걸그룹으로 자리잡은 블랙핑크를 빼면 여성아이돌그룹은 남성에 비해 힘이 달리는 편이며, 한국 시장에서도 장미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조금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류라는 말이 일상화되고 oppa가 아미를 비롯해 외국 덕후와 팬들 사이에서도 필수어가 됐듯이, K-pop이 세계 팝시장을 이끌려면 제2, 제3의 블랙핑크가 배출돼야 합니다. 1980년 이후로 정치경제적 이슈가 정체성 정치와 문화전쟁으로 대체됐을 만큼ㅡ물론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는 여전히 세계적 이슈다ㅡ대중문화의 중요성이 무한대로 커지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시장규모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고, 그 경계를 짓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베블런의 '유산계급'과 브르디외의 '구별짓기'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바우만이 <액체근대>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등을 통해 입증했듯이 고급문화와 하급문화로써의 대중문화의 경계는 사실상 무너진 상태입니다. 정보통신기술과 영상기술의 발달은 인터넷과 거대플랫폼이라는 지구적 규모의 시장 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의 시장규모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팬덤과 덕후의 구성과 지출이 남성아이돌그룹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1세대 팝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당장 바꿀 순 없습니다. 다만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그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할 때 작금의 시장불균형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제2, 제3의 블랙핑크가 나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과 서유럽에 걸쳐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백인남성 위주의 주류담론을 돌파해낸 최고의 여성아이돌그룹이 블랙핑크입니다. 이런 불균등한 시장 차이를 균등하게 만들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규모까지 넓히려면 여성가수와 아티스트, 그룹들이 계속해서 나와야 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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