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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28장 ㅡ 무영 경지에 오르다2

 

‘물러선 적이 없었잖아. 부딪치자. 뭐가 되도 되겠지.’

“합!”

 

 

무영은 일성을 지르며 다섯 번째 감각인 태의 전반부 순상평(땅 위에 부드럽게 서있는 것)과 함께 압상평(壓狀平, 여기서는 압진평으로 땅에 압력을 가해 자세를 고정시킨다)까지 펼쳐 바닥의 진동을 힘으로 눌렀다. 그 힘에 그의 두 다리는 발목까지 바닥에 박혔고 그 진동을 타며 그는 그 상태에서 발기의 자세를 갖춘 후 앞을 향해 왼손을 두 번 뻗었다. 그의 왼손은 일극무원결 상의 수비식 제 삼초, 그 후반부 망(網)과 제 사초 파(破)를 연속해서 펼쳤다. 나머지 오른손으로는 공격식 제 삼초 분이발(分移發)을 펼쳐 그의 등뒤로 파고드는 다섯 개의 검을 상대했다.

 

 

그 모습이란! 

격렬한 진동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리면서도 평형을 유지하고 선 그 부드럽고 굳건함이란! 

 

 

무영에 의해 일극무원결 상의 여러 원리가 하나의 물처럼 흘러 번개처럼 펼쳐졌다.무영은 왼손으로 펼친 수비식 망을 통해 앞에서 날아온 공격 중 연환시를 찰나의 순간만큼 멈추게 한 뒤, 이를 다섯 개의 감각 중 하나인 시의 후반부 투원(透原)을 펼쳐 그 원리를 파악한 후, 그 이해를 바탕으로 연환시의 흐름 일부의 일할 정도만 삽시간에 변형시켜 분이발을 통해 등뒤로 파고든 필살탈혼검을 막기 위해 날렸다. 그 과정의 연속성과 물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은 한 마리 날렵한 새를 떠올렸다. 

 

 

캉!캉!캉! 콰앙!

 

 

두 극강의 절초가 충돌해 수천 가닥의 빛살이 터져 나왔고 강력한 폭발음이 발생했다. 기관 전체가 흔들렸고 미세하지만 여기저기 금이 생겼다. 

 

 

‘하나는 처리했고…’

 

 

이어서 무영은 왼손으로 펼친 수비식 제 사초 파를 통해 열여덟 자루의 극섬비도를 아예 파괴시켜 버렸다. 자신의 내공의 크기를 실전에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쾅!쾅!! 쾅아앙!!!!

 

 

연환시와 필살탈혼검이 일으킨 충돌과 동시에 일어난 이번 폭발은 열여덟 개의 비도를 수천 조각으로 폭파시키며 미증유의 기세로 기관 천체를 휘몰아쳤다.

 

 

퍽!퍽! 우우웅!!!

쩍! 쩌억!!

 

 

산산히 부서진 비도 조각들이 통로 벽면을 파고 들었고 충돌에 따른 파장의 반탄력은 미세한 금의 간격을 확실하게 늘려놓았다. 그 기세는 마치 통로의 공간이란 공간은 다 삼켜버릴 듯 덮쳐갔다. 무영이 노린 것이 이것이었다. 

 

 

우웅!

그그그긍!!!!!

 

 

그 기세는 금의 간격을 더욱 넓히며 기관 전체를 들었다 놓을 듯 흔들렸고, 엄청난 회오리를 일으키며 통로의 모든 공간을 삼켜버린 채 광속의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던 기세는 최후로 무영의 몸을 삼켜버릴 듯 입을 쩍 벌린 채 달려들었다. 기세의 눈빛이 갈라진 기관의 틈새를 뚫고 들어온 햇살에 눈부시게 반사되며 강렬하게 빛났다. 그 빛나는 미증유의 기세가 그를 삼켜버린 순간..

 

 

‘주위의 상황을 넘어서면 뜻하는 곳에 내가 존재한다.’

 

 

섬전처럼 그의 뇌리를 관통해 가는 것이 있었으니, 무영은 일극무원결 상의 다섯 개 감각 중 최후의 단계인 태의 후반부 망상재(妄想在)의 오의를 터득하는 수간이었다물 흐르듯 흘러온 앞의 수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기세의 거력에 저항하는 가운데 일어난 그 찰나의 깨달음은 류심환이 무영을 치료할 때 무아지경에서 얻은 깨달음과 그 모습이 닮아 있었다.

 

 

‘무가 극에 이르면 하나의 근본으로 돌아간다!’

 

 

무영은 일극무원결의 진정한 오의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불혼과 도혼은 기관 안으로부터 제법 큰 폭발음을 들었다.

 

 

“앞으로 갔군.”

 

 

그 소리를 들은 도혼이 말했다.

 

 

“적절한 선택이네. 무영이 앞의 실수를 깨달은 것 같아.”

 

 

불혼이 고개를 끄덕이며 폭발음이 일어난 기관의 입구에서 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 그의 시선을 두었다. 그의 표정에는 무영이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지만 혹시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의 마음이 더 커 보였다. 해서 그가 도혼에게 물었다.

 

 

“자네, 살벌하게 만든 것은 아니지? 괜찮겠지?”

“허허, 걱정도 팔자군. 늙으면 죽으라 했다는 말이 다 이유가 있어. 왜? 내가 무영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응?!”

 

 

도혼이 불혼에게 면박을 줬다.불혼이 사형인데도 그는 말이 나오는 대로 뱉었다. 뇌가 보낸 생각이 전달되기 전이다. 그는 꾸며서 말할 줄 모르는 사람이고 불혼도 그러려니 해왔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냥 넘기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해서 또 묻고 말해야 했다.

 

 

“너, 그 말 정말이지?! 무영이 다치기라도 해봐라. 내, 가만이 있나. 네놈 손목을 분질러 버리지. 내 가만 있나 봐라!!”

 

 

불혼이 말을 하면서 괜히 화가 났고 그래서 씩씩거리며 거칠게 말을 끝냈다. 마음이 불편한 것이 그렇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이 기관 속으로 뛰어들 판이었다. 불안(不安)이란 감정은 그렇게 자라는 것이다.

 

 

‘무영을 생각하는 사형의 마음이 정말 깊구나.’

“노친네 아니랄까 봐. 그럼? 무영이 다치지 않고 나오면 내가 사형 팔을 분질러 버리면 되겠네?!”

 

 

도혼이 자신의 팔을 비트는 동작을 하며 불혼에게 말했다.

 

 

“그래라.”

 

 

불혼이 도혼의 말에 짧게 답했다. 도혼이 고개를 돌려 불혼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 걱정하는 마음이 여름철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다.

 

 

“걱정 말아. 무영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 순간에 기관이 멈추게 해놨으니까.”

 

 

도혼이 다시 기관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불혼이 갖고 있는 마음의 불편함을 털어줘야 했다. 자라난 불안은 그대로 두면 정신을 잠식하고 육체의 병으로 전이되는 경향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다음 단계는 나도 예상하기 힘들어. 주군이 추가시킨 장치니까. 지금까지는 그것에 비하면 어린네 장난이지… 다음 단계는 나도 예상 못해. 그냥 무영이를 믿을밖에.’

 

 

도혼의 시선에도 긴장이 묻어났다. 불혼이 이 사실을 알면 안되기 때문에 도혼은 자신의 시선을 서둘러 기관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불혼이 이를 눈치챘다. 자신과 살아온 세월만 육십 년이다.

 

 

“너, 이놈… 도혼! 바른 대로 말하… 헛!!!!”

 

 

불혼의 눈이 극도로 커지며 도혼을 향해 외쳤던 그의 고함이 중간에서 잘렸다. 

 

콰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기관의 한쪽 면의 일부가 순식간에 뚫렸다. 두 장 두께의 만년한철이 마치 진흙으로 만들어진 벽처럼 안쪽으로부터 그대로 뚫렸다. 삼혼의 크기보다 조금 작은 구멍이 그곳에 생겼다. 순간, 구멍 주변에 있던 공기와 빛이 대롱에 맞닿아 있는 물처럼 기관 안쪽으로 삽시간 에 빨려 들면서 먼지를 일으켰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지?”

 

 

도혼의 눈에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내 경악으로 바뀌었다. 그가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불혼의 외침이 들렸고 뒤를 이어 청아한 웃음소리 하나가 들렸다. 

 

 

“무, 무,, 무영이다!”

 

 

당연히 불혼의 것이었고,

 

 

“허허허, 깨달았구나, 일극무원결을! 수고했다, 무영아.”

 

 

더욱 당연하게 주군의 음성이었다. 헌데 도혼은 누구를 먼저 봐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 없었다. 몸은 자동적으로 주군 쪽으로 돌아가는데 시선은 무영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몸과 목 부분이 완전히 반대의 상태가 됐다. 당연히, 목의 근육이 뒤틀렸고 찢어지는 아픔이 전율처럼 일었다.

 

 

“허걱!”

 

 

날카롭지만 벌쭘한 신음이 그의 입에서 터졌고, 불혼의 목에서 자신의 목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뼈나 목근육이 완전희 뒤틀릴 때나 나올 수 있는 소리였다. 

 

 

우드득! 찌익!

 

 

목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목의 힘줄이 찢어지는 듯하 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들린 소리만으로도 그의 상태가 눈에는 훤하게 떠올랐다. 머리는 무영에 고정된 채 그 놈의 몸이 완전히 돌아섰음이다.

 

 

"나이가 들면 급격한 방향 전환은 몸에 좋지 않다 하던데…"

 

 

도혼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불혼이 꼭 그꼴이었다. 문득, 정말, 뜬금도 없이 도혼에게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형의 나이가 팔십을 넘겼지, 아마?’

 

 

그리고 주군의 한 발 뒤에 속혼이 서있다. 그의 양 옆에 모두 세 명의 아이도 서있다. 삼혼인 그들에게서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각자의 느낌이 자신들과 상당히 닮았기 때문이다. 

 

 

“아저씨!”

 

 

무영의 소리가 들렸다. 청아한 것이 주군과 많이 닮았다.

 

 

“그래, 천상무극진기도 풀어냈구나. 허허허, 축하한다. 이제 천하제일인이 됐음이야, 허허허.”

 

 

듣고 들어도 변함없는 주군의 음성을 듣고 나니, 무영의 음성이 주군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때 불혼의 비명이 터졌다.

 

 

“으아아! 그래, 나 목 돌아갔다! 도혼, 너 이노옴!!!”

 

 

불혼이 도혼의 중얼거림을 들었던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일극무원결의 오의을 깨닫는 순간, 제천무극진기가 단전에서 솟아 섬전의 속도로 대주천을 하며 천상무극독을 모두 작동시켰어요. 동시에 그 진기는 혈도와 혈맥 주변에 있던 극양과 극음지기를 일할 정도만 남긴 채 나머지를 흡수해 세를 키운 뒤 다시 단전 위에서 한 치 정도 떨어진 곳에 단전 정도의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런 후 천상무극진기와 천양천단의 효능을 극도로 자극시키더라고요. 이에 흥분했는지 두 진기와 효능이 단전에서 그대로 솟아 올라 제천무극진기를 향해 날아 들었어요. 세 가지 각기 다른 절대 기운이 그 작은 공간에서 정면으로 부딪쳤지요. 우주가 폭발해 팽창했던 그날처럼 내 안의 소우주에서 천지개벽같은 충돌이 일어나려 하는 바로, 그때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