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은 이 장 옆으로 새롭게 생긴 통로로 들어서기 위해 그 입구에 섰다. 이번에는 통로의 안이 아예 처음부터 암흑천지였다. 그는 처음부터 일극무원결의 다섯 가지 감각 중 시(視)의 전반부 투시(透視)와 두 번째 감각 이(耳)의 전반부 지성(知聲)를 사용해야 했다.
투시는 어둠 속을 자신의 손바닥 보듯 하거나 수백 장 떨어진 벌레를 볼 수 있으며, 수백 개의 침이 동시에 발사 되도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초절정 안공과는 달리, 그것이 어떤 것이던 간에 그 흐름의 원리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격이 달랐다.
이는 일극무원결의 공수 초식을 뒷받침 하는 다섯 감각 중 하나인 시(또는 시각:視覺)를 어둠에 가장 적절하게 변형시킨 것이다. 절정의 투안공을 쓰면 이런 암흑천지에서도 어지간한 흐름은 다 잡아낼 수 있지만, 그 방향까지 예측하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도혼이 만든 장치들의 기습 공격은 절정 고수 수십 명이 동시에 합공하는 위력을 갖고 있어 그 공격의 원리를 파악해 대응하지 못한다면 절정의 투안공도 이곳에선 아무 쓸모가 없을 뿐이다. 투시처럼 지성(知聲)은 지음(知音)과 같은 의미로 일극무원결의 다섯 가지 감각 중 청각을 극대화시켜 깨달음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지성은 삼라만상의 어떤 소리라도 들을 수 있고, 그 진원지와 종류뿐만 아니라 소리가 만드는 흐름의 원리까지 밝힐 수 있다. 이는 절정의 천이통(天耳通)이 주로 소리의 분류와 거리에 중점을 둔 것에 비해 지성은 이중에서 분류를 차용해 최고점까지 발전시켜 소리의 원리를 파악해내기 때문에 흐름의 변화를 예측해 적절히 대비해야 하는 경우에 적합했다.
기관 속의 무영처럼 수많은 변화를 포함한 암흑 속에서의 기습공격을 차단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다. 이후의 공격은 분명 앞의 연속적인 공격보다 더 강력해지고 빠를 것이며 공격의 변화도 더 다양하고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아마, 일원무극결에 상의 초식들을 상당 수 써야 할 것이며 이번이든 다음에서든 삼혼의 무공도 써야 할 것이다. 일단 투시와 지성을 작동시킨 무영이 생각을 정리하며 어둠 속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의 첫 발이 칠흑의 어둠 속으로 무릎까지 넘어갈 때 다섯 가지의 파공음이 지성에 걸렸다.
‘지독해! 다 들어간 것도 아니고 다리만, 그것도 반만 들어갔는데. 허, 이번은 두 번째 단계라 이거군.’
무영이 도혼의 안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나 돌아간 것은 그의 고개가 아니라 그의 생각 속의 고개가 돌아갔을 뿐이다. 실제로 돌렸다면 자신은 파공음의 실체 중 하나에 의해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다섯 개의 파공음 중 네 개는 자신의 사대 사혈을 향해 날아왔지만 한 개는 그가 고개를 흔들 것을 가정해 실제 흔들 때 당연히 머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날 죽이려는 게 분명해!’
지음에 걸린 파공음의 진원지는 양쪽 벽면에서 각각 두 곳과 그의 머리 일 장 위에 있는 천장 우축 구석진 곳이었다. 또한 파공음의 정체는 철륜(鐵輪)이며 흐름의 근본은 가공할 회전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이를 받아 투시는 다섯 개 철륜의 진행을 예상해 그것을 막으며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동시에 찾아냈다.
순간, 무영이 무릎에서 다리를 거쳐 허리와 몸통에서 머리까지 삽시간에 암흑 속으로 이동하며 지풍을 연속해서 다섯 번 발사했다. 그의 이동은 구멍 속으로 혼령이 빨려 들어갈 때 구멍에서 먼 쪽의 얼굴부터 조금씩 옆으로 짓눌려 찌그러지며 얇아지다가 마침내 연기처럼 가늘게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마치 그의 몸이 그처럼 어둠에 흡입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섯 번의 지풍이 내는 파공음은 그런 흡입의 단계마다 발사돼 마치 실처럼 압축된 혼령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기도 했다.
슉! 슉! 흐입!
이 일련의 과정은 투시와 지성을 통해 도혼의 의도를 예측해낸 무영의 판단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이것에 따라 무영이 어둠 속으로 일장 이동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양 손의 검지와 중지를 두 번 튕겨 네 개의 지강을 발사했다. 지풍은 류심환이 검강윤을 잡을 때 사용한 태극일섬이었다. 속도와 파괴력 면에서 상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지풍이었다.
캉! 캉! 캉!!!
네 발의 태극일섬이 철륜 네 개를 산산조각 냈다. 빠르기와 위력을 동시에 지닌 초절정의 지공이었다. 현 무름에서 이 정도 지공을 쓸 수 있는 자는 10~20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휙! 퍽!!
동시에 나머지 한 개의 철륜이 무영의 머리를 스치듯 지나가 그대로 바닥에 꽂혔다. 철륜이 바닥에 박히는 중에도 일어난 회전 때문에 발생한 불꽃에 몇 가닥 잘린 무영의 머리털이 공중으로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헌데 철륜이 바닥에 박히자 상당한 파공음이 동굴 안을 귀를 찢는 소리로 가득채웠다.
카캉캉캉캉!!!
투투투투툭!!!
바닥이 심한 진동과 함께 파편이 바닥에서 사방으로 튀어나갔고.
슉! 텅!텅!!!
츄릿! 츄리릭!!!
서로 다른 파공음을 내는 이종의 기습공격이 무영을 향해 잠시의 틈도 주지 않으려고 연속적으로 펼쳐졌다.
‘경솔했다.’
무영은 도혼의 수를 예측했다고 판단해 마지막 철륜이 발사된 앞 쪽으로 자신 있게 이동한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다. 그는 도혼의 수를 예측해 역으로 치고 든 것인데 도혼은 이것까지 예상해 세 가지 경우의 공격을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지금의 기습공격은 그 중의 하나였고 나머지 두 개는 무영이 좌측이나 우측으로 움직였을 때를 대비해 준비돼 있었다. 허나 그가 앞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기습공격을 펼친 앞과는 달리 좌우의 기관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그가 지음을 통해 그 양 측면의 기관이 기습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일으킨 미세한 진동을 파악함으로써 알 수 있었다.
도혼은 자신의 반응이 최대치를 안배했던 것이고 그는 도혼의 안배 중 최소치만 예측했던 것이다.
‘예단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무영은 자신의 경솔함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하나의 깨달음을 찾아내며 일극무원결의 다섯 감각 중 어떤 상황에서도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주는 감각, 태(態)의 전반부 순진평(順震平)을 즉시 펼쳤다.
원래 이 감각은 순상평(順狀平)이 근본으로 순진평으로 변형시킨 이유는 바닥에서 일어난 진동에 몸을 맡김으로써 진동에 따라 함께 흔들리며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무영의 몸이 격렬한 진동에 물결을 타듯 무게 중심을 잡자 그의 투시와 지성은 파공음의 정체를 밝혀냈고 무영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파공음의 정체는 회전을 통해 십방(十方)을 이루며 날아오는 여덟 개의 연환시(連環矢)와 열여덟 개의 주요 혈도를 향해 연환시 사이를 파고든 극섬비도(極閃飛刀)였고 마지막으로 그가 이동전에 있던 자리에서 격발된 다섯 개의 필살탈혼검(必殺奪魂劍)으로 이루어졌다.
무영은 순간, 죽음 근처의 두려움이 떠올랐다. 옆으로 피할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서 반격의 기회를 가질 수도 없었다. 또한 공격을 막아내 그것이 옆으로 튀기라도 하면 좌우의 기관이 작동할 수도 있을 것이고 튕겨내면 또 어떤 기관이 작동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무영의 느낌과 판단은 적절했다.
지금 그에게 펼쳐진 공격의 실체는 후에 류심환이 천외천에 들었을 때 알게 되지만 어쨌든 이번의 공격은 초절정 무공의 연합으로 가히 무적이라 할만 했다. 하지만 무영은 그 무공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높은 단계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그 순간만은 깨닫지 못했다.
허면, 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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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마기가 흐르고 있다. 그 마기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 자리에서 녹아들었다.
칙! 칙! 칙!!!!
바위가 흘러내렸고 나무가 타서 재로 흩어졌고 땅이 흐물흐물 녹아 퍼질러졌다. 절대 마기가 지난 곳은 어김없이 그 형체를 잃거나 녹아버렸다. 그 극강의 마기에 절대 음기가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그 음기는 빙혈류였다. 빙혈류를 펼치고 있는 자들은 오천신룡이었다. 절대 마기의 주인공은 초마인 천불마존(天佛魔尊) 진무결이었다.
“크흐흐흐! 오천신룡이라 했나?”
진무결이 냉소를 흘리며 오천신룡을 쳐다봤다. 그가 말할 때마다 그의 몸에서 뿜어진 마기는 요동쳤다. 엄청난 위력의 마기가 출렁거리며 공간을 가로질러 오천신룡의 고막을 터뜨릴 듯 울렸다.
“크윽!”
“허업!”
오천신룡의 귓가와 관자노리 지렁이 같은 심줄과 혈관이 솟았다. 참으려 해도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크크크, 천상천의 떨거지들. 죽고 싶은 게구나, 크흐흐흐! 크하하하!”
“크흠! …우리의 목적은 당신과, …크윽! 컥,컥!!”
진무결의 광소(狂笑)에 힘겹게 말을 잇던 일신룡이 그 마기를 견디지 못하고 각혈했다. 그의 광소에는 절대 마기가 들어 있었고 일신룡은 말을 하느라 호신강기를 극성으로 펼칠 수 없었다. 진무결의 마기는 그것이 웃음소리라 해도 초절정 고수인 일신룡의 기혈을 흔들어 내상을 줄 수 있을 정도였다.
나머지 네 명의 신룡도 신형이 크게 흔들렸고 특히 내공이 가장 약한 다섯 째는 첫째보다 심하게 각혈했다.
“커억! 우웩, 프핫!!”
식도를 타고 역류해 그가 입술을 굳게 다물며 입 속에 물고 있었던 선혈이 분수처럼 터졌다. 검붉은 핏방울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헌데, 그 핏방울이 마기에 닿자 그대로 타들어 갔다.
절대 음기인 빙혈류가 섞여 있는 오신룡의 선혈이 어는 것이 아니라 타버린 것이다. 천하 무림에, 천 년 무림에 어디 이런 마인의 경지가 있었던가. 이 같은 절대 마기가 있었던가. 오천신룡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차원 자체가 틀렸다.
한천혈빙세를 완성은 했지만, 그래서 맏형인 일룡이 빙어의 형태로 전했던 그의 유언에 따라 그들은 거의 일년에 걸친 탐색을 통해 드디어 역천마곡주를 찾아 그와 대면하게 됐건만 이것은 차원 자체가 틀려도 너무 틀렸다.
지난 오백 년 동안 오천협의 후예들이 발전했고, 그 이전부터 천 년의 세월 동안 천상천도 발전했다 해도 그 천 년의 기간 동안 역천마곡주도 머물러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그 발전의 정도는 역천마곡주가 천상천을 앞지른 것 같았다.
“당신과… 뭐, 그래서 어쨌단 것인데? 이 피라미, 기집 같은 놈들아. 크하하하! 크하하하!!”
그의 광소가 더 크게 터졌고 오천신룡의 신형이 거문고의 줄처럼 파르르 떨렸다. 자칫하다간 터질 판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너무 달라…’
“허나, 한천일빙세는…”
음모의 소리였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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